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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빅이슈코리아 Jan 03. 2020

[포토 에세이] 하늘 위 김용희 씨


글·사진 홍윤기



고공농성 중인 삼성 부당 해고 노동자 김용희 씨. 2019년 12월 16일


새해가 밝았지만, 김용희 씨는 여전히 강남역 인근 CCTV 탑 위에서 고공농성 중이다. 김용희 씨는 삼성 해고 노동자다. 그는 1991년 경남지역 삼성 노조 설립위원장으로 활동했다는 이유로 부당하게 해고됐다.


김용희 씨는 1982년 삼성정밀 창원 공장에 입사해 삼성시계에서 일하며 노조 설립을 시도했다. 회사는 성추행을 했다는 명목으로 1991년에 그를 해고했다. 그는 무고를 주장했고, 복직 소송을 통해 다시 일터로 돌아갔다. 1994년 복직 후 그는 러시아에서 근무하던 중 간첩으로 몰리는 사건을 겪었다. 이듬해 그는 갈 곳을 잃었고 오늘까지 복직 투쟁 중이다. 2019년 6월 3일 단식 농성을 시작했고, 6월 10일에는 철탑 위로 올라가 7월 말까지 단식을 이어갔다. 현재는 지상의 다른 해고 노동자와 활동가들의 도움을 받으며 고공농성을 하고 있다.


노동자들은 지상에서 더 이상 설자리가 없을 때, 하늘 위 좁은 공간으로 올라간다. ‘파인텍’ 노동자들도 75m의 굴뚝 위로 올라갔고, 톨게이트 수납원들도 고속도로 톨게이트 위로 올라갔으며, 형제복지원 피해 생존자는 지하철역 캐노피 위에 올라갔다. 지금은 영남대의료원 해고자들이 병원 옥상에서 고공농성 중이다.


‘30년이 다 된 이야기를 왜 2020년에 외치고 있는가?’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오래된 이야기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 김용희 씨의 시간은 멈춰 있다. 그는 전화로 “새해에는 사회적 약자, 노동자, 서민들이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권리를 자유롭게 보호받았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2020년에는 어딘가에서 부당한 권력에 맞서 싸우고 있는 노동자들의 소망이 이루어지는 한 해가 되길 기대한다.



홍윤기  

2015년 민중총궐기를 시작으로 탄핵 정국, 

홍콩 시위 등 크고 작은 사회 이슈를

사진으로 기록하고 있다.

한 장의 사진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위 글은 빅이슈 1월호 21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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