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빅이슈코리아 Jan 05. 2020

[스페셜] 금손 크리에이터의엘사 의상 제작기

<겨울왕국 2> 엘사, 안나 코스프레 의상 제작한 크리에이터 사이다


 황소연

촬영 김모과(인스타 @n9nakim)

사진제공 사이다(SAIDA)


‘고퀄’의 코스프레를 소화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만화 속 의상을 현실감 있게 재현해야 하기도 하고, 사진이나 영상을 통해 코스프레를 연출하기 위해 적합한 장소를 찾고, 카메라 앞에서 연기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콘텐츠 크리에이터 사이다에게 코스프레를 통해 덕질하는 <겨울왕국> 시리즈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영화 관람을 포함해어떻게 <겨울왕국 2>를 즐기고 있나.

틈날 때마다 영화를 보러 다니고 있다. 퇴근하고 기분 안 좋으면 보러 가고. 기분이 좋아서 보러 가고 싶을 때도 있고.(웃음) 개봉 이후로 네 번밖에 안 봤다. 가능한 영화관에서 자주 보려고 한다.


코스프레를 한 지는 얼마나 되었나.

코스프레 자체는 아주 오래전부터 하고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콘텐츠를 제작하고 신경 쓴 지는 정말 얼마 안 되었다. <겨울왕국 1>이 개봉했을 때를 기점으로 코스프레 방향이 변화했다.

     

어떤 부분에 변화를 느꼈는지.

어릴 때는 생각 맞는 친구들과 촬영하는 것이 재밌었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재미는 있는데 저만의 콘텐츠로 남지는 않는 것 같았다. 코스프레의 어떤 부분을 좋아했는지 저 스스로도 몰랐다는 것이 회의감이 들어, 취미활동을 잠시 쉬었었다. “재밌긴 한데, 뭐가 재밌는 거지?” 하는 고민을 하고. 이후 제가 만화를 똑같이 따라 하는 것보다는, 만화를 실사로 자연스럽게 재현하는 것에 재미를 느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겨울왕국 2>가 나오면 재현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었나.

개봉 전부터 제가 <겨울왕국 2>를 좋아할 것 같았다.(웃음) 어떤 내용인진 모르니까, 소소하게 준비를 하고 개봉까지 기다렸다. 공개된 비주얼을 보고 코스튬을 만들기 시작했다. 


코스프레 작업의 모델 캐스팅은 어떻게 진행하는지.

캐릭터가 실사화된다고 상상했을 때, ‘이 사람이 그 연기를 하면 어울리겠다.’ 싶으면 제안을 한다. 이번 <겨울왕국 2>의 경우 내가 좋아하는 콘텐츠의 주인공을 직접 캐스팅하고, 연출하고, 감독해서 나만의 해석을 담아 만들 수 있겠다는 자신이 들어 열심히 준비하게 되었다. 특히 영화를 보고 사촌동생이 안나 역할에 적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니를 좋아해주고, 이해하려고 하는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워서 안나가 정말 내 동생 같았다. 


디테일이 살아 있는 복장에 많은 이들이 감탄한다색감과 액세서리·자수 등본인만의 멋진 의상과 코스프레를 위한 비결이 있다면.

만화 그 자체를 똑같이 따라 하기보다 어떻게 하면 실제로 더 고급스러워 보일지 등을 많이 고려한다. 안나의 재킷 같은 경우 현실감을 위해 섬세한 자수를 놓았다. 엘사의 치마에도 무늬가 있다. 그건 제가 볼 때 만화적 요소가 컸다. 실제로 재현하면 자연스러울지에 대한 의문이 있었다. 어색할 것 같았다고 할까. 그런 부분은 생략하고, 비슷한 무늬의 고급스러운 레이스로 대체를 한다. 만화의 비주얼을 완전히 동일하게 재현하려고 집착하지는 않는다.





의상 재료를 일일이 고르기가 어려울 것 같다옷감뿐 아니라 패턴도 고민해야 하고

어느 정도 한정적 범위 내에서 구매하겠다는 기준을 둔다. 예를 들면 엘사는 1800년대의 유럽인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듯했다. 그런 캐릭터의 배경을 생각하면, 그 시대의 유럽에서는 큐빅이나 보석을 쓸지언정, 스팽글은 없었을 것이다. 애초에 존재할 것 같지 않은 재료는 제외한다. 대신 그 시대의 왕족이라면 보석이나 패브릭을 쓸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 위주로 쇼핑을 하다 보니 생각보다 쉽게 재료를 얻을 수 있었다.


의상의 분위기나 영화와의 조화는 어떻게 이뤄내는지.

영화를 보면서 그 노래의 분위기와 영화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분위기를 판단한다. 포스터로는 하늘하늘한 분위기였는데, 실제로 영화 내에서 음울한 장면의 의상일 수 있다. 그러면 재료가 확 달라진다. 디테일은 공개된 이미지를 기초로 하고, 나머지 질감이나 분위기, 생략할 부분을 선정할 때는 영화를 보며 고민을 한다. 


<겨울왕국 2> 코스프레에는 물속에서 엘사와 안나가 함께 만나는 장면도 있다.

물과 파도가 영화에 나왔기 때문에, ‘저 장면은 물에서 촬영하면 멋있겠다.’는 생각은 했었다. 물론 어느 정도 한계를 파악하긴 했다. 엘사처럼 물속에 말을 가지고 갈 수도 없고, 역동적인 포즈를 취하기도 어려울 테니. 대신 영화 내에서 물이라는 테마가 의미 있게 나오니까 그 분위기를 살려서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그 장면이 한 번은 떠오르도록 콘셉트를 바꾸었다.


초기 콘셉트는 약간 달랐던 건가.

예고편을 보고, 바다를 달려 나가는 장면을 비슷하게 연출하기 위해 바다를 갈 생각을 했다. 그런데 어떻게 찍어도 그 박력을 바다에서 재현할 수 없겠더라. 카메라 앵글의 한계도 있고. 대신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알 수 있는 시그널을 만들어보자 싶었다. 그게 훨씬 더 만족스럽다. 똑같은 장면 재현보다는 저만의 해석과 팬들이 좋아할 부분을 가미한 것으로 노선을 틀게 되었다.

       




복장이나 메이크업에서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 있다면?

텍스추어를 가장 신경 쓴다. 광택이 있는 원단을 베이스로 썼다면, 포인트로는 그렇지 않은 원단을 쓴다. 이렇게 하면 심도가 있고 사진으로 봤을 때 현실감이 높아, 느낌과 무게감이 달라진다. 엘사를 상상했을 때 실제 그가 살던 시대에 존재하지 않을 폴리에스테르 같은 재료는 모두 뺀다. 물론 이번 <겨울왕국 2>에서 엘사가 파도를 향해 나갈 때 입은 옷은 스팽글 장식이었다. 메이크업도 갖고 있는 장점을 살리고 강조하면 충분히 만화 같은 느낌이 난다고 생각한다. 아이돌 무대 메이크업 등에서 아이디어를 많이 얻는다. 서브컬처에 관심 없는 사람이 봐도 거부감이 느껴지지 않도록. 그래야 완성도가 높은 것 같다. 

     

의상 제작기술 등은 어떻게 익혔는지전공이 패션과 관련이 있는지 궁금하다.

전공은 독일어다. 너무 오래 취미를 즐기다 보니 자연스레 기술이 생겨버렸다. 어릴 때는 인터넷에 있는 의상 제작기 등을 보면서 만들기를 따라했고, 제가 가진 옷들과 비교하면서 독학을 했다. 퀄리티가 봐줄 만하게 된 건 오래했기 때문인 것 같다. 어머니의 퀼트 바느질을 보고 손바느질을 배웠고, 지금은 자동 재봉틀을 쓰지만 처음엔 할머니들의 손재봉틀로 의상을 만들기 시작했다. 


다음 코스프레 계획을 살짝 알려주실 수 있는지.

<인어공주>의 아리엘을 다시 시도해보고 싶다. 예전에 도쿄 디즈니씨에서 아리엘을 가장한 적이 있다. 할로윈 시즌인 10월 한 달만 전신 가장이 가능한데, 그때 영상을 못 남긴 게 아쉽다. 맞춰서 갈 수 있는 나라에서 멋있게 촬영을 해보고 싶다. 그때 정말 잘했었다.(웃음) 드레스를 정말 열심히 만들어서, 다른 관람객들이 캐스트로 착각하기도 했다. 줄 서서 사진도 찍고.

     

<겨울왕국 3>이 나온다면코스어 사이다는 어떤 시도를 하게 될까

이번에 물에 들어가지 않았나. 불에라도 뛰어들어야….(웃음) 영화가 더 멋있어질 거라고 생각한다. 저도 참새걸음으로나마 따라가고자 한다.(웃음)





위 글은 빅이슈 1월호 21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트렌드] 익숙한 듯 익숙하지 않은 이색 콜라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