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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빅이슈코리아 Mar 17. 2020

[아침 요리] 수제 커리


글·사진 문은정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때문에 수많은 이들이 집 안에 갇혀 있다. 남쪽은 꽃이 지천이라던데 이렇게 묶여 있는 현실이 답답하기만 하다. 뭘 해야 기분이 좀 나아지려나. 아무래도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방법은 ‘먹는 것’이 아닐까 싶다. 물론 요즘 같은 시기에 밖에 나가 외식을 할 수는 없는 노릇. 앱으로 주문하는 배달 음식도 지겨워질 즈음, 주변에 하나둘 요리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SNS에 올라오는 요리 콘텐츠도 많아졌고, 심지어 최근에는 400번 이상 저어 만드는 ‘달고나 커피’처럼 번거로운 요리도 유행하고 있다.


지난주부터 반강제적으로 재택근무를 하고 있는 필자 역시 요리 삼매경이다. 푸드 에디터라는 직업상 원래 요리는 좋아했으나, 재택근무를 하며 시간을 마음껏 쓸 수 있게 된 지금은 좀 더 번거로운 요리도 시도해보는 중이다. 근래 만든 것 중 가장 만족스러운 것은 수제 커리다. 다양한 향신료를 배합해서 만든 커리는 그간 우리가 먹어온 ‘카레’와는 완전 다르다. 물론 시중에 본토의 맛을 느낄 수 있는 레스토랑도 많지만, 향신료를 직접 갈아 만든 ‘홈메이드’ 커리 맛은 비교할 수 없는 신세계다. 본래 커리의 종주국은 인도다. 덥고 음식이 잘 상하는 기후 특성상, 향신료를 넣어 부패를 막고 입맛을 돋우기 위해 만들어졌다. 식민지 시절 C&B(크로스앤드블랙웰)라는 영국 회사가 인도식 커리를 영국인의 입맛에 맞게 가루 형태로 개발했고, 이것이 일본으로 넘어가 카레라이스가 탄생했다. 우리나라에서 유행하는 ‘카레’는 1940년대 일본에서 넘어온 것이다. 이렇게 우리나라에 정착한 카레는 그 종류가 다양해지기는 했으나, 아무래도 공장에서 만든 것이다 보니 절반쯤 인스턴트인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다채로운 향신료를 넣어 만든 수제커리의 경우, 일단 먹어보면 그 풍부한 맛과 향에 놀라게 된다.


수제 커리의 포인트는 아무래도 배합 향신료인 ‘가람 마살라’다. 가람 마살라는 후추, 정향, 계피, 육두구, 카르다몸, 커민, 고수씨 등을 적절히 갈아 만드는데, 만드는 사람마다 그 비율이 각기 달라 정형화된 것은 없다. 이렇게 만든 가람 마살라는 커리뿐만 아니라 차에 넣어 먹거나그릴 요리의 럽(rub) 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가람 마살라만 준비되면 커리 만드는 과정은 생각보다 쉽다. 약한 불에 양파를 살살 볶아가며 캐러멜라이징 한 뒤 토마토, 마늘, 생강과 향신료를 넣어 볶는다. 여기에 우유와 가람 마살라를 넣고 한 번 더 끓여내면 끝이다. 치킨을 넣고 끓이면 치킨 커리, 쇠고기를 넣으면 쇠고기 커리가 된다. 물론 아무것도 넣지 않고 채소 커리로 먹어도 맛있다.


이렇게 완성한 커리는 요즘처럼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는 시기에 최고의 음식이라 할 수 있다. 향신료의 일종인 카르다몸은 우울증을 치료하는 약초로 쓰이며, 고수는 항염 작용과 소화불량에도 효과적이다. 면역력을 높여주는 터메릭(강황) 은 체중 감소에도 도움을 준다. 면역력을 높이는 식품들이 날개 돋친 듯 팔려 나가는 요즘, 직접 만든 커리 한 그릇으로 몸과 마음을 따듯하게 달래보는 건 어떨까. 좋은 사람들과 좋은 음식을 만들어 나누어 먹다 보면, 어느새 활짝 만개한 봄을 맞으러 나갈 시기가 도래할 것이라 믿는다.


치킨 커리


재료(4인분)

다진 양파 2개 분량, 다진 마늘·다진 생강 1큰술씩, 다진 토마토 4개 분량, 터메릭·커민 1큰술씩, 우유 400ml, 가람 마살라 1작은술, 소금·후춧가루·식용유 적당량씩 


만들기

1 달군 팬에 식용유를 붓고 다진 양파를 넣어 약한 불에 노릇하게 볶다가 마늘과 생강, 토마토를 넣어 부드러워질 때까지 볶는다. 

2 1에 터메릭과 커민, 닭가슴살을 넣고 소금, 후춧가루로 간한 뒤 볶는다. 

3 2가 적당히 익으면 물을 3/4컵 정도 붓고 10분간 뚜껑을 닫아 익힌다. 

4 3에 우유를 붓고 졸이듯 끓이다 가람 마살라를 뿌린 뒤 소금으로 간해 완성한다. 


TIP 1 가람 마살라는 직접 만들어 사용하면 가장 좋다. 커민 1큰술, 코리앤더 시드·카르다몸·흑후추 1과 1/2작은술씩, 시나몬 1작은술, 정향·너트메그 1/2작은술씩을 한데 넣고 갈아 사용한다. 향신료는 미리 섞어놓았다가 사용할 때마다 조금씩 갈아 쓰면 가장 신선하게 사용할 수 있다. 이 과정이 번거롭다면 시중에 판매되는 것을 사용해도 좋다. 

TIP 2 완성된 커리는 기호에 따라 라임, 민트, 양파, 견과류 등을 곁들여 먹는다. 


문은정 

잡지사 <메종>의 푸드 & 리빙 에디터이자 

아마추어 아침요리 연구가.


위 글은 빅이슈 3월호 22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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