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방 관찰자의 TMI 대잔치
글 황소연
우리야 어느 노래방을 가든 노래방 기계가 나온 회사보다는 노래방이 몇 층에 있는지, 탬버린이 몇 개인지, 마이크는 무선인지, ‘코노’인지 아닌지가 중요하지만, 사실은 같은 노래를 불러도 그 번호가 통일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 나는 조금 특별하게 느껴졌다. 이러한 감상만으로, 이 글을 읽는 이들은 내가 얼마나 노래방이라는 공간에 이상스러운 호기심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말하자면 ‘911’을 누른다고 해서 모든 노래방에서 ‘남행열차’가 재생되는 것은 아니다. 회사마다 다른 시스템으로 노래를 입력하고, 음원 저장 방식도 시대에 발맞춰 변화했기에 규칙은 다르다.
어쨌든 노래방의 생명은 불판 위의 고기처럼 노래가 끊이지 않는 것이라고 본다. 내가 있는 공간에서 노래가 잠깐 멈출 때면 다른 방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듣고 가창력 품평을 하고, ‘저분 실연당했나’, ‘노래 잘하는데?’, ‘나도 저거 불러야지’ 하고 귀를 기울이는 것이 높은 ‘혈중 흥 농도’를 가진 노래방 마니아들의 오지랖이다. 특히 ‘코노’에서는 한 명이 노래를 부를 때 다른 사람이 남은 곡수를 체크해서 지폐나 동전을 넣는 분업을 실시해야 한다. 상상하기도 싫지만, 실수로 노래를 정지시키면 일행들의 깨진 흥을 책임져야 한다. 가끔 의외의 이유로 흥의 흐름이 끊길 때가 있는데, 노래를 잘못 예약했을 경우다. “이거 누가 예약했냐.”고 비웃음을 잔뜩 사게 된다. 어니언스의 ‘작은 새’가 그랬다.
어니언스의 ‘작은 새’는 나에게 아주 오래전부터, 여러 노래가 시작하는 앞번호 ‘9’를 누르면 나오는 노래일 뿐이었다. ‘무슨 노래지?’ 하고 호기심으로나마 나중에 들어볼 만한데, ‘짧은 예약번호는 옛날 노래일 가능성이 크겠지. 트로트도 그렇잖아. 그러니까 어쩐지 별로일 것 같아.’라는 편견 때문에, 큰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그러다 어느 날 당당하게 ‘9’를 차지한 이 노래가 드라마틱하게 느껴졌다. 이름도 제목도 생경하다. 어니언스? 양파들? 찾아보니 1970년대 중반, 외국어로 된 활동명을 가지고 있던 많은 가수들이 이름을 한글로 바꾸는 해프닝이 있었다고 한다. 정부에서 주도한 국어순화운동의 영향이었다.
여기저기 검색해보니, 어니언스의 ‘작은 새’는 추억의 노래로 많이 소환되고 있었다. 장수 프로그램인 <콘서트 7080>의 첫 회에 어니언스가 등장하기도 했다고. 주변 중장년층에 수소문해보니, 어니언스는 ‘작은 새’보다는 ‘편지’를 기억하는 사람이 많다. “어니언스 아세요?” 묻자마자 “말없이 건네주고….” 바로 노래를 흥얼거린다. “지금은 많이 없어졌지만 레코드 가게에서 자주 나오던 노래지.” 그들은 내가 어니언스를 언급한 시점부터 추억에 빠져들고 있었다.
애플뮤직 등 많은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에서는 어니언스의 앨범을 ‘K-Adult Contemporary’ 리스트에 포함하고 있다. ‘한국 성인가요’가 정확히 어떤 음악을 지칭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대강 ‘느낌적인 느낌’으로 어니언스가 추구하고자 했던 음악 스타일을 알 수 있었다. 다만 왜 양파라는 뜻의 ‘어니언스’로 듀오 이름을 지었는지까지는 알아내지 못했다. 코로나19가 종식되고, 노래방에서 다시 9를 누를 때쯤이면 그 팀명의 유래를 알아낼 수 있기를. 혹시 글을 읽은 분들 중 어니언스의 유래를 아시는 분들의 연락을 기다려본다.
위 글은 빅이슈 3월호 22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