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송희
물리적 거리두기로 인해 온라인에서 친구들끼리 빙고 하기도 가능하지만(카카오톡이나 채팅 서비스를 이용해), 어차피 직장에서 얼굴을 마주쳐야 하는 우리들은 대면 빙고를 하기로 했다. 가로10, 세로10의 100빙고를 하기에 우리는 바쁘다. 고로 5줄의 빙고를 진행하기로 했다. 일단 주제를 정할 때부터 의견이 모이지 않았다. 한국 드라마를 주제로 하면 너무 방대하기에 기간을 정해야 하는데 그 역시 애매했다. 더 면밀하게 주제와 기간을 정하고 싶었으나, 누구 하나 이렇다 할 아이디어를 내놓지 않아 그냥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한국 드라마 25편을 꼽아 모월 모시에 만나기로 했다.
아뿔싸, 빙고판을 만들자고 했더니 이렇게 그려 올 줄이야. 김송희 편집장은 작은 메모장에 조잡스럽게 5줄의 빙고를 그려왔으며, 황소연 기자는 홀로 노트북을 들고 와 디지털 표를 자랑했으며, 양수복 기자는 A4 종이에 가지런하게 그려 왔고 김선화 기자는 서류 제출하듯 이름과 주제가 적힌 빙고판을 제작 후 인쇄해 왔다. 여기서도 어김없이 성격이 드러났는데, 평소 쓸데없이 준비성이 철저한 양수복 기자는 사전에 친구와 빙고를 연습하고 왔다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참 쓸데없는 준비성과 자신감이 아니라 할 수 없다.
그가 처음 외친 드라마는 무려 <서울의 달>이었다. 황소연 기자는 90년대생이다. “유명작과 안 유명작을 섞어서 배열해야 이긴다.”며 연습해 온 티를 낸 양수복 기자는 <대장금> <커피프린스 1호점>과 같은 유명작과 <여름아 부탁해>와 같은 낯선 드라마를 적절히 분배해 가장 빨리 “5빙고!”를 외치며 승리를 거머쥐었다. 한편 김선화 기자는 양수복 기자가 <허준>을 외치자 “<구암 허준>이냐 그냥 <허준>이냐 확실히 하라.”며 따지기 시작했다. 당연히 <구암 허준>을 쓴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4명의 빙고원 중 3표나 나온 것이 <대장금>, 이어 가장 높은 표가 나온 것이 <하이에나>와 <내 이름은 김삼순>이었다. 그 외에 <동백꽃 필 무렵>과 <커피프린스 1호점>이 사이좋게 2표를 받았다. 갑자기 인기투표처럼 되어버렸지만 빙고원들이 작성한 빙고표를 보면 주로 과거의 드라마들이 이름을 올렸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중략)
만약 2인 이상 모여서 빙고를 할 계획이라면 여러분은 꼭 10줄 이상의 빙고를 하시길 권하며, 황소연 기자처럼 디지털 기기로 빙고를 하는 실수는 하지 않으시길 바란다. 자고로 빙고는 펜으로 쫙쫙 그어가며 외치는 희열과 손맛의 게임이다.
위 글은 빅이슈 5월호 22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