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일러스트. 이지혜
여성들에게 필요한 것은 자기만의 방에 이어, 자기만의 탈것입니다. 저는 지금 작은 자전거를 가지고 있는데요, 이 탈것은 경제적으로 절약이 될 뿐만 아니라 버스나 택시 혹은 나를 태워줄 누군가를 기다려야 하는 것에서 해방시켜준 고마운 녀석입니다. 원하는 때 어디든 갈 수 있다는 그 독립적인 기분, 그리고 내가 방향을 잡고 발을 굴리는 만큼 앞으로 나아간다는 사실이 정말 좋아서 저에게 있어 독립의 상징은 단연코 자전거입니다.
이 물건들은 제가 출근길에 앞서 준비하는 것들입니다. 핑크색 헬멧을 쓸 때마다 매번 쑥스럽기는 하지만 여기서는 튀는 색상이 안전하고, 밤에는 길이 어두워서 형광조끼를 입고 형광밴드를 손목에 찹니다. 분홍과 보라, 형광 노랑과 주황이 콜라보된 옷차림은 퍽 요란하고 촌스럽지만 퇴근길 아파트 엘리베이터 거울에 비친 제 모습을 볼 때마다 왜인지 참 뿌듯하더라고요.
이지혜
새벽에 하루를 엽니다.
jihyelee.sophie@gmail.com
위 글은 빅이슈 5월호 22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