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ㅣ사진. 문은정
얼마 전 ‘곰식당’이라는 이름의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다. 그간 유튜버로 나서면서 알게 된 몇 가지 사실이 있다. 첫째로 나는 칼질을 못한다는 것이다. 영상을 두어 편쯤 올렸을 때일까, 요리를 업으로 삼고 있는 친구에게 카톡 메시지가 왔다. “야, 너 칼을 왜 그렇게 잡냐. 영 불안해 보이는데!” 실제로 그랬다. 살면서 나의 칼질을 타인에게 보여줄 일이 어디 있겠는가. 그간 대충 썰어 먹고 살았다. 그런데 영상의 주요 액션이 무언가를 써는 모습이다 보니 썰기를 제대로 수련할 필요성을 느꼈다. 그래서 유튜브에 동영상을 올리기 위해 또 다른 동영상을 보며 공부했다. 요즘은 오이와 당근 채썰기, 대파 다지기, 양파 깍둑썰기 같은 것을 연습하고 있다.
둘째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데는 생각보다 돈이 많이 든다는 것이다. 일단 무엇보다 그릇이 없다. 실제로 없는 것이 아니라 쓰고 싶은 그릇이 없다는 표현이 정확하겠다. 아무리 옷을 사도 옷장 앞에 서면 입을 옷이 없는 것과 비슷한 현상이다. 오늘까지 총 다섯 편의 요리 영상을 만들어 올렸는데, 앞으로 어떤 그릇을 써야 할지 생각이 많다. 영상에 자주 등장하는 칼과 도마, 유리 볼의 디자인도 슬슬 지겹다. 이 외에 볶음 요리에 필요한 주걱과 프라이팬, 스테인리스 냄비 같은 것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유튜브라는 즐거운 노동
마지막으로 발견한 사실은 유튜버로 사니 인생이 즐겁다는 것이다. 얼마 전 나와 비슷한 시기에 유튜브 채널을 시작한 후배가 이런 말을 했다. “유튜브를 하니 희망이 생긴 기분이에요.” 법대를 나와 르 꼬르동 블루를 졸업하고, 지금은 푸드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각종 콘텐츠를 만드는 후배는 새로운 플랫폼을 찾은 듯 보였다. 나 역시 비슷한 기분을 느꼈기에 격하게 공감했다. 그간 직업적으로 콘텐츠를 만들었기 때문에 원하는 바를 마음껏 시도할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 (중략)
지금은 단순한 요리 콘텐츠만 만들고 있지만 언젠가 인터뷰도 하고, 작은 다큐멘터리도 찍을 수 있다면 무척 신날 것 같다. 구독자는 고작 37명이다. 하지만 나의 소중한 독자들이라 생각하고 더욱더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 그래서 무척 열심히 노력하는 중이다. 마치 제2의 직업을 가진 것처럼 말이다. 앞으로 어떤 콘텐츠를 만들어볼까? 이 생각만으로도 무척 들뜬다.
짜장밥
재료(3~4인분)
돼지고기(등심 또는 안심) 200g, 양파 2개, 양배추 1/6개, 애호박·오이 1/3개씩, 대파 1대, 달걀 4개, 짜장 양념(춘장·물 5큰술씩, 설탕·굴소스 1+1/2큰술씩, 간장·다진 생강 1큰술씩, 전분 푼 물 적당량)
1 양파와 양배추, 애호박, 돼지고기는 1cm 간격으로 깍둑썰기 한다. 오이는 채를 치고, 대파는 흰 줄기만 다진다.
2 달군 팬에 식용유와 춘장을 넣고 3~4분간 볶은 뒤 그릇에 따로 담아놓는다.
3 춘장을 볶은 식용유를 팬에 부은 뒤 대파와 다진 생강을 볶다가 돼지고기를 넣어 익힌다.
4 3의 팬 가장자리에 간장을 뿌려 불 맛을 낸 뒤, 나머지 채소를 넣어 양파가 투명해질 때까지 볶는다.
5 굴소스와 설탕, 볶은 춘장을 넣어 재료와 잘 섞어가며 볶는다.
6 다른 팬에 달걀을 넣어 튀기듯 반숙으로 익힌다.
7 5에 전분 푼 물과 여분의 물을 넣어 농도를 맞춘다. 완성된 짜장을 밥과 함께 그릇에 담은 뒤 6의 달걀프라이와 채 친 오이를 올려 마무리한다.
문은정
잡지사 <메종>의 푸드 & 리빙 에디터이자 아마추어 아침요리 연구가.
유튜브에서 ‘곰식당’을 검색해보세요.
위 글은 빅이슈 5월호 22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