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 김송희
무얼, 누굴 섣불리 믿을 수 없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나날입니다. 나쁜 사람, 나쁜 사건, 나쁜 일을 자주 마주하다 보면 매사 의심하는 버릇이 생기고 무엇에도 섣불리 진심을 주기 어려워집니다. 아니, 세상에 과연 진심이라는 게 존재하는지조차 의심이 됩니다. 여러 번 배신을 당하다 보면 누군가의 칭찬에도 손을 내젓게 되고, 선의를 마주해도 의심부터 들어서 무엇에도 설레지 않게 되는 것 같아요. 저 역시 사실 굉장히 부정적인 사람이고, 누가 이러 저러 하니 잘 해보자 라고 하면 ‘에이 해봤자 되겠어? 어차피 다 내정 되어 있는 거 아니야?’라고 바람 빠지는 소리부터 하는 나쁜 버릇이 있어요. 이렇게 부정적인 사람이 ‘좋은 취지의 잡지’를 만들고 있다는 게 아마 최대 아이러니겠지요.
화가 나는 뉴스들은 오늘도 한 뼘 더 저를 부정적인 사람으로 만듭니다. 분노에 절여져서 친구들과의 메신저 방에 키보드를 부술 기세로 타자를 치다가, 이번 호 ‘서울게이행복주택’에 정규환 필자가 쓴 글을 읽으며 잠시 멈추었습니다.
“이 사회는 힘없는 사람들의 연대 고리를 끊어놓는다. (중략) 누구와도 필요 이상으로 친해지고 싶지 않고, 기대와 상처 따위 주고받고 싶지 않던 내게 서로를 갈라놓는 이 세상에서 좀 더 나를 드러내고 용기를 가질 수 있도록 힘을 불어넣어주던 그녀. 나는 그녀가 어디 가도 잘 살 사람이라고 확신한다.”(64쪽)
오늘, 당신은 어디에서 어떤 사람을 만나 어떤 기운을 주고받았나요. 나쁜 일 앞에서 지지 않고 힘내서 일어나는 사람의 무릎을 꺾는 사람은 적어도 아니었으면 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번 해보려고” 하는 사람에게 “그거 어차피 안 될 거야. 그 사람 믿지마. 알고 보면 나쁜 사람일 걸? 세상에 좋은 게 어디 있어?”라고 부정적인 에너지를 주는 사람은 아니었으면. 그래도 친구가 되고 싶다고 다가오는 사람의 손을 쳐내는 일은 없었으면, 그렇게 나쁜 생각만 하다가 거기 사로잡혀 버리는 일은 없었으면 합니다. 힘 빠지는 뉴스들만 가득한 세상에서 <빅이슈>가 당신에게 조금은 좋은 뉴스를 전해주는 잡지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