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을 인터뷰하고 글을 쓰는 일을 하다 보면 다양한 삶을 접하게 됩니다. 이 기회가 아니었다면 접할 수 없었을 직업, 특수 상황의 고충, 현재 거기에 속한 사람이 해주는 생생한 이야기를 직접 듣는 일은 귀중한 경험입니다. 그것을 정리해서 글로 쓰는 것은 저의 일이지만, 사실 그 이야기는 제 것이 아니죠.
또한, 글 쓰는 일을 하면서 생긴 습관 중 하나가 나쁜 일이 생길 때조차 ‘이건 나중에 글로 쓰면 되겠다.’라고 자기 위로를 하게 된다는 겁니다. 내 삶에 일어나는 모든 일을 글감으로 생각하면 나쁜 일이 생겨도 좀 위안을 할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그게 타인의 삶이라면 어떨까요.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이 남의 삶을 글감으로 생각하고 소비하는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도 듭니다. 빈곤, 홈리스 생활 등은 평범한 사람들이 쉽게 접하기 어렵게 시선 밖으로 치워집니다. 깨끗하고 세련되고 멋진 것들만이 우리 삶 안으로 편입될 수 있도록, 도시는 그렇게 재편되어 있습니다. 쇼핑몰 앞에 남루한 옷을 입은 홈리스가 누워 있다면 고객들 눈에 보이지 않도록 보안요원이나 경찰이 출동합니다. 500원을 받기 위해 새벽부터 공원 앞에 길게 줄을 서고, 무료 급식 줄을 서는 허름한 옷차림의 사람들은 외곽으로 밀려나도록 그렇게 도심의 동선은 계획되어 있습니다.
때문에 갈수록 극한의 빈곤,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은 ‘이야기’로 소비됩니다. 평소 많이 접할 수 없으니 신기한 뉴스가 되는 겁니다. 온라인 뉴스 채널에서 썸네일로 박스 줍는 노인이나 차상위계층의 상황을 자극적인 뉴스로 만들어 조회 수를 유도하는 것을 볼 때마다 마음이 복잡해집니다.
빅이슈에서 현재 일하고 있는 판매원들, 잡지 포장 업무를 위해 2주에 한 번 빅이슈 사무실을 찾는 쉼터의 여성 홈리스들 역시 마찬가지죠. 잡지 《빅이슈》에는 이분들의 이야기가 다양한 방식으로 실립니다. 쉼터의 이야기를 연재하는 ‘홈리스 여성 이야기’ 코너, 빅이슈 판매원의 인터뷰 등등. 그리고 우연히 이런 ‘이야기’를 접한 다른 매체에서 취재 요청을 해오기도 합니다. 어려운 환경에 처한 사람의 사연을 널리 알리고, 제도를 개선하는 목소리를 내고 도움을 주는 것은 물론 중요한 일입니다. 하지만 당사자는 자기 삶을 사는 사람이고, 그 어떤 뉴스거리도 진짜 사람의 삶보다 우선시될 수는 없습니다. 저도 매번 조심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는 사람이지 이야기가 아니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당사자성을 띤 새로운 코너가 연재됩니다. 한 사람의 긴 생애를 짧은 글 안에 다 담을 순 없겠지만, 빅이슈 판매원의 목소리를 담은 ‘구술생애사’입니다. 구술생애사 전문 작가가 빅이슈 판매원을 만나 정리한 ‘빅판 자서전’이라는 코너를 만들었습니다. 요즘은 억울하고 안타깝고 특수한 ‘사연’이 SNS에서 빠르게 공유되고 전파됩니다. 그런 이야기들은 네**판, 포털 카페, 청원 게시판 등에서 비롯되어 여기저기 공유되고 소비됩니다. 타인의 이야기에 공감을 해주고, 도움을 주는 것은 중요하지만 이야기를 쓰거나 읽을 때마다 그 뒤의 사람을 떠올렸으면 합니다. 우리는 이야기가 아니라 사람이니까요.
-편집장 김송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