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출근 길 아침 라디오 방송에서 이런 말이 들렸습니다.
요즘 도시 같은 경우는 모든 것이 풍요롭지 않나. 하다못해 쓰레기나 음식물 버려진 것만 해도 많은 곳이 도시이니까 고양이가 한번 적응해서 퍼지기 시작하면 빠르게 퍼질 수 있는 것이 요즘의 도시 환경이다.
우리나라 길고양이의 현실에 맞지 않는 내용이 마치 사실인 것처럼 전파를 타고 방송된 것입니다. 오해로 인하여 고양이에 대한 부정적 인식까지 불러일으킬 수 있는 발언이었습니다. 실제로 해당 라디오 게시판에는 “길고양이 정말 문제다”, “오늘 내용에 공감한다”는 등의 댓글이 여러 개 달렸습니다.
우리나라의 척박한 도시는 길고양이들에게 치열한 삶의 터전입니다. 도시 환경에서 살아가야 하는 길고양이들은 학대, 전염병, 교통사고, 아사, 동사, 먹이 부족으로 인한 영역 다툼 등 다양한 위험 요인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길고양이의 평균 수명은 일반적인 고양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2~5년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결코 풍요로운 삶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또한 반복되는 임신과 출산으로 질병에 노출되는 고양이의 복지 개선, 개체 수 조절, 발정기 소음 민원 해소 등을 위해 고양이를 안전하게 포획하여 중성화수술 후 제자리에 방사하는 TNR 사업이 전국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부분에 대한 언급이 없었던 것도 우려되었습니다.
해당 라디오 출연자는 “우리나라는 심각하지 않은 편이라고 하지만”으로 시작하여 해외의 길고양이가 생태계에 미치는 피해 사례를 중점적으로 다룬 부분도 라디오방송 전개상 우리나라 길고양이의 피해로 충분히 오해할 수 있는 부분이어서 이 또한 염려스러웠습니다.
소위 ‘들고양이’라 불리며 산과 주택가를 터전으로 살고 있는 고양이들이 있습니다. 이들이 야생에서 하위 포식자를 잡아먹은 사례는 현재까지 정확히 집계되지 않고 있습니다.
카라가 지난 6월 ‘들고양이 포획지침’에 대해 환경부에 보낸 질의서의 답변을 보면 2018~20년 3년간 국립공원 구역 내 들고양이로 인한 피해 신고 건수는 총 10건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또한 피해 내용은 소음으로 인한 주변 생활 불편 및 쓰레기봉투 훼손 등의 피해였으며 생태계 관련 내용이 아니었습니다.
카라는 해당 방송의 길고양이에 대한 내용을 정정 요청을 하는 공문을 보냈습니다. 이후, 해당 라디오 방송에서는 길고양이 언급 내용을 정정하여 방송을 했습니다.
TV, 라디오 매체는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어, 해당 내용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은 보고 들은 내용을 그대로 흡수하게 됩니다. 따라서 보다 신중한 멘트가 요구됩니다. 길고양이에 대한 근거 없는 혐오와 무분별한 학대까지 늘어나는 요즘, 라디오 방송의 무책임한 발언은 앞으로 없어야 할 것입니다.
글/ 김정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