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빅이슈코리아 Feb 24. 2022

새로운 시대, AI 한국어 선생님과 함께

언제 어디서나 나만을 위한 선생님! 외국어 학습의 영역에 자동화 시스템을 접목하고자 하는 방식은 이미 1990년대부터 활발하게 시도되어왔다. 특히 영어 교육을 중심으로 모바일, 태블릿 PC 등을 활용한 맞춤형 개인 외국어 학습에 대한 수요와 관심이 뜨거웠으나 상대적으로 늦게 걸음을 뗀 한국어 교육에서는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한국어를 배우고 가르칠 수 있다는 것이 최근까지도 사실은 좀 생경한 일이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한국어 교육 분야에서도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추구하는 개별화 교육에의 요구에 부합하기 위하여 여러 인공지능 기반 맞춤형 교육에 대한 논의들이 시도되어오고 있다. 이는 2000년대에 접어들며 한국어 교육에서도 의사소통 중심 교수법과 과정 중심 교수법, 학습자 중심 교수법이 주요하게 대두되어온 흐름에 맞닿아 있으며, 한류 열풍에 따라 해외의 한국어와 한국 문화에 대한 수요가 급증한 현상과 맥을 같이 하는 측면이 있다. 


오직 당신만을 위한, 한국어 학습


오직 자신만을 위한 교육과정이 있다는 것은 실로 학습자들에게 매혹적일 수밖에 없다. 큰 교실에 둘러앉아 자신만 뒤처지는 기분을, 또는 자신만 돋보이는 기분을 느끼며, 여러 학생들 틈에서 질문의 기회를 꾹 참아가며, 모르는 내용도 짐짓 아는 체하며, 그렇게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고효율을 강조하는 현대사회가 지니는 속성을 생각할 때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장소에서 손쉽게 한국어를 학습할 수 있다는 것은 모바일 러닝이 지니는 큰 장점일 것이다. 더군다나 코로나19 바이러스 사태로 인하여 비대면 교육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물리적 공간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대안적 교육 공간의 마련은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출처: Unsplash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어 교육 분야에서의 AI 접목에 대한 논의는 여전히 본격화되었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최근 활발하게 다루어지고 있는 AI 기반 한국어 관련 연구들은 대부분 AI 콘텐츠 개발을 위한 선행 단계로서의 기초 자료 구축 연구에 방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기초 자료의 구축이 활발하게 진행된다는 것은 곧 개발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는 하나의 반증이기도 하겠으나, 여전히 한국어에 적용된 AI 기술은 영어 등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한계를 안고 있는 것 같다. 


(인용문)

AI: 어서 오세요. 무엇을 주문하시겠어요?

학습자: 네, 네 명인데 자리 있어요?

AI: 다시 말씀해주세요. 무엇을 주문하시겠어요?


AI를 활용하여 한국어 말하기 연습을 한다는 것은 관련 주제에 대한 무수한 시나리오를 인공지능 시스템에 입력하여 학습자의 발화에 따라 자연스러운 대화쌍으로의 의사소통이 연결될 수 있을 때 가능할 것이다. 현재의 기술로 초급 수준의 다양한 주제들에 대한 꽤 많은 대화 연습이 가능하지만, 아직까지의 한계는 정형화되어 있는 대화쌍과 다른 발화를 산출하였을 경우, AI가 이러한 학습자의 변주를 오류로 처리하거나 인식하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다분하다. 교재 속 대화 연습에서는 무엇을 주문하겠느냐는 질문에 대하여 반드시 무엇을 주문하겠다는 대답이 이어지지만, 실제 대화에서는 점원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바로 좌석 등을 문의하는 발화가 이어질 수 있으나, 이러한 무수한 변수들이 아직까지 기술적으로 구축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AI 한국어 선생님을 만들어가는 일


여러 가지 부자연스러운 한국어 처리 기술의 한계와 한국어 교사들의 업종을 위협할 수 있다는 막연한 두려움이 사실은 AI 선생님의 존재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를 불러일으키기도 하며, 일각에서는 애써 AI 기술의 접목이 시기상조이지 않느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AI 한국어 선생님을 만들어가는 일은 비단 또 다른 교사를 육성하는 일이 아니라 한국어 연구자들, 한국어 교사들, 한국어 콘텐츠 개발자들이 힘을 모아, 한국어 교육의 외연을 확장하는 일이기도 하다. AI 선생님의 지능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기존에 연구자들이 축적해온 한국어 지식에 관한 이론적 배경이 반드시 필요하며, AI 선생님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교사들이 시행착오를 겪으며 만들어온 교수법 및 교수 방안들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AI 한국어 선생님은 나만을 위한 교육을 충분하게 제공받지 못하는 상황의 학습자들에게 하나의 친절한 배려가 될 수 있으며, 또 하나의 기회가 되어줄 수 있다. 실제로 교실 수업에 참가하기가 어려운 결혼이주여성이나, 주경야독을 해야만 하는 이주노동자들, 일반 학교에 다니고 있으나 한국어 보충 수업이 필요한 중도입국자녀들에게는 개인의 상황과 특성을 전적으로 고려해 주는 맞춤형 AI 선생님이 아주 특별한 동행자가 되어줄 수 있다. 하루하루 눈 깜짝 할 사이에 세상이 변하고 기술이 발달한다. 마치 안전장치가 없는 롤러코스터에 탄 것처럼 이 모든 빠른 변화들에 두려운 마음이 들 때가 있지만, 그러한 기술들을 ‘잘’ 사용하는 것 역시 우리에게 주어진 숙제일 것이다.   


글/ 김강희

매거진의 이전글 웰컴 투 스시월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