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아침에 일어나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빵에 버터를 바르고, 따뜻한 빵 위에서 천천히 버터가 녹기 시작할 때쯤 한입 베어 문다. 그리고 ‘아, 행복하다.’라고 느낀 적이 있다면 어떻게 버터를 좋아하지 않을 수 있을까. 디저트를 좋아하는 사람은 필연적으로 버터를 좋아할 수밖에 없다. 디저트와 버터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니까. 홈베이킹을 시작하려 해도 제일 먼저 사야 하는 재료가 밀가루, 설탕, 그리고 버터 아니던가.
오로지 버터만이 낼 수 있는 고소한 풍미가 밀가루와 설탕(그리고 그 밖의 멋진 재료들)을 만나 탄생하는 달콤한 세계는 행복하고도 경이롭다. 그저 빵에 발라 먹는 것만으로도 좋다가 그 달콤한 세계에 빠져들며 더 버터를 사랑하게 되었다. 요즘은 버터 본연의 맛과 풍미를 분명히 느낄 수 있는 디저트를 선호하게 되었다. 그중에서도 근래에 특히나 마음속에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건 파삭파삭한 식감과 담백하면서도 버터 풍미가 가득한 쇼트브레드, 또 다디달지만 그렇기에 행복한 맛의 버터크림 케이크다. 이들을 예전부터도 잔잔하게 좋아했지만, 요즘 들어 더욱더 좋아하게 된 건 북촌에 자리 잡은 베이크 숍 ‘코닉’ 덕분이다.
가회동, 아기자기한 가게들이 많은 계동길 한곳에 있는 코닉은 빅토리아 케이크와 같은 버터크림 케이크를 비롯해 스콘, 쇼트브레드, 샌드 쿠키, 브라우니와 블론디 등 차와 함께하기 좋은 티 푸드를 판매하는 테이크아웃 가게다. 맛있는 빅토리아 케이크를 먹고 싶었던 어느 날, 마침 코닉에 빅토리아 케이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찾아갔다. 그 후로 그 ‘어느 날’은 내 안에서 ‘지금껏 먹어봤던 빅토리아 케이크 중 가장 내 입에 딱 맞는 빅토리아 케이크를 만난 날’로 지정되었다. 그만큼, 너무 맛있었다!
이렇게 도톰한데도 한없이 촉촉한 케이크 시트에, 아주 적당한 비율의 딸기잼과 냉장고에서 바로 꺼내 먹었는데도 딱딱하지 않고 벨벳처럼 부드러우면서 달콤한 버터크림이라니! 어느 정도로 감동하였냐면, 한 조각만 사 온 것을 후회하고 그 다음 영업 일에 한달음에 달려갈 정도였다. 마음에 쏙 드는 곳을 발견하면 모든 메뉴를 다 먹어봐야 마음이 풀리다 보니 덕분에 올봄 정말 자주도 방문했다.
직접 만든 장미수가 들어가 은은하고 화사한 향이 매력적인 로즈 버터크림 로즈 케이크, 스파이시한 진저 향과 이를 감싸주는 달달한 화이트 초콜릿 버터크림이 서로 무척 잘 어울리는 화이트 초콜릿 진저 케이크, 경쾌한 바닐라 향이 인상 깊었던 바닐라 아이싱 케이크 등 나열하자면 끝이 없을 만큼 다 맛있다. 근래 들어 항상 준비되는 너덧 가지 종류의 쇼트브레드도 항상 먹고 싶었던 맛 그 자체여서 갈 때마다 여러 개 집어 오게 된다. 쿠키 사이에 버터크림이 들어간 샌드 쿠키도 무척 달지만, 그래서 더욱더 멈출 수 없는 맛이다. 그리고 ‘코닉’이라는 이름의 유래는 스콘을 만들 때 종종 부르던 사장님만의 애칭에서 따온 것인데, 그만큼의 애정이 가득 담겨 있는 스콘인 만큼 꼭 한번 먹어볼 만하다. 부드럽고 폭신한 스타일의 스콘으로 클로티드 크림과 잼을 곁들이면 그것만으로도 근사한 티타임이 되게 해주는 그런 다정한 맛이 난다.
오전 일찍 코닉에 들러 먹고 싶었던 티 푸드를 구매해 천천히 가회동 골목길을 구경하며 역까지 내려가다 보면 자연스레 돌담 너머로 창덕궁을 볼 수 있다. 지금처럼 따스한 봄날에 이 길을 걷고 있으면 꼭 봄나들이를 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코닉을 방문하면 덩달아 느낄 수 있는 이 소소한 즐거움까지도 무척 애정한다. 여러모로 좋아할 수밖에 없는 가게, 코닉. 앞으로도 그저 더욱더 좋아하게 될 것만 같다.
코닉
서울특별시 종로구 계동길 112
목요일/토요일 11:30~18:30
(영업 일 매달 변동, 소진 시 마감)
인스타그램 @conik_shop
글과 사진. 김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