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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빅이슈코리아 Dec 22. 2019

[에디토리얼] 다시 찾은 노래


편집장 김송희


좋아하는 노랜데, 도저히 제목이 생각이 안 나서 3년 정도 그 곡을 찾아 헤맸습니다. 헤맸다고 하니 거창하게 들리지만 그냥 가끔 생각날 때마다 어렴풋이 떠오르는 키워드들을 검색해본 정도입니다. 유명한 가수의 곡이 아니라 가수 이름도, 노래 제목도 생각이 안 나니 당연히 찾을 수가 없었지만요. 결국은 그 곡을 알게 해준 사람에게 문자까지 보냈습니다. 몇 년 동안 안부 문자 한 번 안 보낸 사이인데 뜬금없이 “안녕하세요, ○○님, 저 누구인데 기억나세요?”라고 문자를 보낸 겁니다. 


상대는 상수역 이리카페의 김상우 대표였습니다. 이분과는 제가 《빅이슈》에서 기자로 일할 때 알게 되었습니다. 당시 《빅이슈》에는 ‘이리카페의 시’라는 코너를 연재 중이었는데, 홍대 부근 아티스트들의 사랑방인 이리카페의 운영자 김상우 대표가 카페를 찾는 손님 혹은 지인들에게 부탁해 시를 받고 양유연 일러스트레이터가 그 시를 읽은 후 어울리는 그림을 그려주는 코너였습니다. 담당 에디터는 저였고, 필자 섭외와 시평은 김상우 대표가, 시는 이리카페의 손님들이, 그림은 또 다른 아티스트가 그리는 특이한 연재 코너였습니다. 이 코너는 3년 정도 연재되었는데 매번 시를 쓰는 사람들이 달랐습니다. 진짜 시인이 시를 쓸 때도 있었고, 뮤지션이 쓸 때도 있었고 영화감독이나 무언가의 지망생, 음악 칼럼니스트가 쓸 때도 있었습니다. 카페의 손님이었던 누군가가 시를 쓰면 김상우 대표가 시에 대한 짧은 인상평을 덧붙여서 주는 식이었습니다. 어느 날은 뮤지션이 시를 써줬는데 담당 에디터였던 저는 무명에 가까웠던 뮤지션의 음악을 찾아서 들어봤고 첫 귀에 그 노래에 홀리고 말았습니다. 분명 노래 제목이 새벽 2시인가 3시였던 것 같아서 ‘새벽 2:00’, ‘AM 2:00’ 등등으로 검색을 해봤지만 그런 곡은 나오지 않더군요. “몇 년 전 이리카페의 시에 소개됐던 뮤지션의 노래가 듣고 싶은데 생각이 안 나요. 노래 제목이 새벽 몇 시였던 것 같고 가수 성이 양 씨인가 그랬던 것 같은데 대표님 혹시 아시나요?” 이런 괴상한 문자를 3년 만에 받은 김상우 대표는 얼마나 어이가 없었을까요? 김상우 대표는 상냥하게도 “아이고, 저도 잘 모르겠는데 어쩌죠? 잘 지내시죠?”라고 저의 안부를 물어주었습니다. 


저는 《빅이슈》를 떠나 다른 잡지사로 이직을 했고, 5년 만에 돌아왔는데 우연찮게도 어제 그 곡을 찾았습니다. 버릴 잡지들을 모으다가 들춰본 《빅이슈》 82호에 바로 그 ‘이리카페의 시’가 있었던 겁니다. 만들던 당시에는 여타 잡지에 비해 모자라고 못나 보이기만 했는데 다시 읽어보니 꽤 재미있어서 한참을 읽어 내려갔습니다. 다시 《빅이슈》에서 일하기로 하고 마감을 하던 중에 운명처럼 그 노래가 저에게 돌아온 겁니다. 때로 모든 일은 이렇게 노력 여하와는 상관없이 때가 되어 사람에게 찾아옵니다. 노래, 인연, 기회 같은 것들이요. 생각해보면 ‘이리카페의 시’처럼 누구에게나 열려 있고, 또 누구나의 도움을 받아서 서로 마음을 나눴던 게 제가 만들던 당시의 잡지였던 것 같습니다. 그때 《빅이슈》라는 이유로 선뜻 문을 열어주고 인터뷰를 해주고 마음을 나눠줬던 사람들을 떠올리고 저는 다시 돌아올 용기를 얻었습니다. 아, 그래서 그 노래가 뭐냐고요? 그건 《빅이슈》 82호를 가지고 계신 분들만 알 수 있는 오늘의 퀴즈입니다. 이번 호에는 여러 퀴즈가 잡지에 숨어 있습니다. 뉴트로 특집에 맞춰 ‘윌리를 찾아라’처럼 빅판 아이콘을 잡지 곳곳에 숨겨두었습니다. 몇 페이지에 빅판이 숨어 있는지 보내주시는 분들께 작은 선물을 보내드립니다. 87페이지에도 독자를 위한 게시판을 준비했습니다. 마지막 장까지 읽어주세요. 그리고 앞으로의 《빅이슈》도 5년 후에 책장에서 발견되었을 때 다시 봐도 볼 만한 잡지가 될 수 있게 애쓰겠습니다. 


위 글은 빅이슈 11월호 21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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