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재의 발견
" 내 아이는 영재가 아닐까?"
자녀를 키우는 부모라면, 누구나 한 번 쯤은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되기 마련이다.
아이가 또래에 비해서 조금 일찍 걸음마를 시작할 때,
아이가 하는 옹알이를 정확하게 알아들을 순 없지만 뭔가 외국어처럼 들릴 때,
아이의 입에서 나온 말이 너무나 기발하게 들릴 때 부모들은 잠시 흐뭇한 상상에 빠지기도 한다.
영재라고 하면 사람들은 흔히
안경을 쓰고 똑부러지는 말투를 사용하며
공부를 어마어마하게 잘하는 소년의 모습을 머릿속에 그리곤 한다.
나 또한 영재교육을 전공하기 위해 대학원에 갓 들어갔을 때
본인이 생각하는 영재의 모습을 그려보라는 교수님의 말에
무심코 동그란 안경을 쓴 체구가 작은 남자 아이를 그리곤 했다.
물론 모든 영재들이 일제히 그런 외모를 가지고 있지 않는다는 것 정도는
그 당시의 나도 알고 있었지만,
그림으로 나타내어 보라고 하니 자연스럽게 그런 선입견을 곁들여 표현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나는 현재 국립대학교 영재교육원, 교육청 영재교육원,
그리고 두 학교의 영재학급에서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그동안 수많은 영재와 함께 하면서도 나는
"어떤 아이를 영재라고 할 것인가?"
에 대해 명확하게 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렇게 많은 영재들을 만난만큼,
영재들은 저마다 각기 다른 개성과 능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수업을 하면서 깨달음은 불현듯 찾아왔다.
똑같은 수업을 같은 또래의 같은 지역에 사는 A, B 집단의 학생들에게 한 적이 있다.
그 중 B집단은 자기소개서와 선발 시험을 거쳐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올라온 영재 학생들이었다.
수업을 해 보면 다들 알겠지만
학생들이 이 수업을 얼마나 즐거워하는가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가 정도는 눈빛만 봐도 파악할 수 있다.
A집단과의 수업은 그냥 평범했다. 학생들에게 배운 내용에 대해 질문을 하자 대답도 곧잘하고 어느 정도 내용에 대해 이해하고는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수업 내용에 호기심을 가지거나 즐거워하지는 않았다. 배운 내용을 토대로 만들기 과제를 내 주고 제작하라고 하자 엄청 빠른 시간 내에 형태만 갖춘 뒤에 놀기 시작했다.
그들은 단지 그 수업에 참여해야 하기 때문에 그 자리에 있었던 것 뿐이었다.
그들이 성실하지 않은 학생은 아니었다. 흥미롭지 않은 수업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최선을 다해 그 자리에서 자기 몫만큼 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B집단은, 일단 눈빛 자체가 달랐다.
그들은 수업에서 강사가 무슨 말을 하는지, 강사가 제시하는 자료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조금도 놓치고 싶지 않아하는 것 같이 보였다. 온전한 집중력이라고 할까. 강사의 한 마디 한마디를 놓치지 않고 쭈욱 빨아당겨서 흡수하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하나라도 더 알려고 질문을 하고, 때로는 친구들과 격렬하게 토론을 하기도 하며 그들은
만들기 과제를 하는 도중에 한 학생이 말했다.
"선생님, 수업이 너무 재미있어요."
"맞아. 내년에도 이런 거 했으면 좋겠어요."
그런 학생들이 만든 결과물이 뛰어나지 않을리가 없다.
같은 강사가 같은 주제와 내용을 가지고 수업을 하였는데 두 집단이 받아들이는 것이 너무나 다른 것을 보고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영재는 단지 배우는 것을 즐기는 아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