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고의 장점 중 하나는 글을 반복해서 읽으면서 글 쓰는 사람이 가져야 하는 겸손을 배운다는 점이다. ‘이렇게 단순하고 지루한 작업을 반복하면서 쓰는구나’하는 생각에 이제 작가라는 직업의 껍데기가 아닌 알맹이를 맛보는 단계에 이른 것이다. ‘작은 것 하나도 후투루 넘기지 않으려는 작가정신만이 내 글을 살린다’는 각오는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내야 할 재산이다.
최소의 투자로 최대의 이익을 얻는다. 비용 대비 효과가 크다. 적은 시간 투입으로 평생 써먹을 능력치를 얻는다. 펜 하나 들었을 뿐인데 글씨와 문장력을 넘어 인생의 태도까지 달라진다.
그야말로 남는 장사다.
수익률 최상의 포트폴리오다.
볼펜 한 자루, 노트 반 쪽만 있어도 작가의 긴 진통으로 생산된 문장을 쉽게 얻을 수 있다. 수백 년을 관통하며 내려온 통찰을 수 백원으로 퉁 칠 수 있는 것이다. 요즘 말로 개꿀이다.
획 하나에 정성을 다한다면 글씨도 바꿀 수 있다. 좋은 글씨란 무엇인가? 정성이 들어간 글씨다. 내 글씨가 악필인 이유는 몸과 마음을 다하여 글씨를 써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글씨가 바르면 생각이 정돈되고 인생은 정상으로 향한다. 획 하나로 인생이 바뀐다니 얼마나 심플한가?
하루 중 0.4시간만 필사하면 미래의 40년이 바뀐다. 우공이산의 진실을, 티끌 모아 태산의 면모를, 작은 습관의 위력을 알게 된다. 인생을 바라보는 각도가 바뀌고 행동 의지가 고개를 든다. 인생은 급하지 않지만 하루는 더 바빠진다. 그 하루가 인생 통째의 중심이 된다. 쓰러지지 않은 오뚝이의 중심추처럼 좌절하지 않는 인생의 중심점에 필사가 있다. 점 하나에 균형 잡힌 삶이라니. 수지맞는 장사다.
몸과 마음을 흔드는 문장으로 가득 찬 책을 발견하고 필사한다면, 혹은 필사를 위해 그런 책을 찾아 나선다면, 그 책 속의 한 문장이라도 몸에 새겨진다면 사고는 말랑해지고 행동은 적극적으로 변한다. 비싼 돈 들이는 세미나는, 몸을 혹독히 굴리는 해병대 캠프는 필요치 않다. 문장 하나에 인생이 바뀔 수 있다. 돈이 많지 않아도 되고, 사서 고생은 더더욱 필요 없다. 책 한 권이면 충분하다. 참 실용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