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래에 비해 비해 제법 준수한 몸매를 가졌다고 생각한다. 물론 자뻑이다. 샤워 후에 몸을 닦으며 이리저리 돌려보면서 가끔씩 옅은 미소를 짓는다. 181cm, 73kg, 희미한 왕자 복근에 이두와 삼두도 꽤 튀어나왔다. 타고난 몸이라고는 하지 않겠다. 이 모든 게 다 필사 덕분이다.
알다시피, 매일 필사 방송을 한다. 밤 10시가 되면 유튜브 라이브에 내 글씨가 방영된다. 하루를 건너뛰지 않는다. 2년 반 동안 건강상의 이유를 제외하고는 거의 빠트린 적이 없다. 이제는 한마디로, 삼시 세끼처럼, 하루의 일과가 되었다. 빈둥거리던 밤 시간에 루틴이 생긴 거다. 쉽지 않았다. 아니, 힘들었다.
하루도 빼먹지 않겠다는 약속을 스스로에게 했지만, 달콤한 유혹들을 뿌리치기까지는 꽤 많은 시간이 걸렸다. 11시가 넘어 귀가하면 곧장 씻고 눕고 싶은 몸을 책상에 앉게 하는 데까지도 제법 시간이 걸렸다. 필사 방송 때문에 사회생활을 망칠 수도 있다는 걱정을 떨쳐버릴 때까지 많은 날이 필요했다.
어떤 이유라도 방송을 시작하면 행복했다. 내가 뭔가를 매일 한다는 기분이, 같이 하는 필우들이 점점 늘고 있다는 것이, 글씨를 쓴다는 것 자체가, 내 머릿속을 잠깐이라도 비운다는 것이 좋았다. 하루를 채우는 마지막 퍼즐 조각이라 여기게 되었다. 그렇게 필사는 습관이 되었다.
필사가 끝나고 필사 일기를 쓰기 전에 꼭 하는 게 있다. 약 두 달 전인가? 그 사이 빈틈에 살짝 추가한 것이다. 팔굽혀 펴기와 스쿼트가 바로 그것이다.
방송이 끝나면 노트북과 책상을 정리하고 방에 불을 끈다. 물 한 잔 마시고 바로 푸쉬업에 들어간다. 몇 번을 나누어, 겨우 팔이 펴질 때까지 최대한 한다. 필사로 글씨가 좋아지듯 개수도 조금씩 늘어난다. 아주 조금씩.
이마에 땀이 흐르면 곧바로 샤워를 한다. 물을 틀어 온도를 맞추며 앉았다 일어섰다를 반복한다. 스쿼트를 시작한다. 유튜브 영상에서 배운 자세를 따라 하며 개수를 채운다. 숨은 다시 차고 맥박은 요동친다. 이마의 땀은 머리 위에서 흐르는 물에 바로 희석된다. 허벅지 근육이 하나로 뭉치는 기분이 든다. 엉덩이 근육도 덩달아 찢어지는 느낌이다.
거울에 몸을 비춰보면 사뭇 달라져 있다. 흔히들 펌핑되었다고 한다. 하체에는 피가 쏠리고 팔뚝은 많이 두꺼워졌다. 온몸의 숨어있는 근육들이 제자리를 찾는다. 복근은 운동을 하지도 않았는데 얕은 계곡이 생겼다. 성장 속도는 느리지만 두 달 전과 비교하면 꽤 나아졌다.
나이 50.
늦지 않았다.
게살 수프, 탕수육, 꽃빵, 짜장면의 중식당 코스 요리를 매일 먹는 기분이다. 수프 한 숟가락으로 시작하면 짜장면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필사 방송 몇 분으로 시작하면 푸쉬업, 스쿼트, 필사 일기까지 코스가 이루어진다. 고작 필사 하나로 몸과 마음이 점점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