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필사 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대사랑 biglovetv Aug 18. 2024

첫 경험

필사 일기 2024.8.17. 토. 끝나지 않는 여름

책 : 2라운드 인생을 위한 글쓰기 수업

작가 : 최옥정

페이지 : 137P, 138P

내용

소설을 오랫동안 읽어온 사람을 만난 적이 있다. 칠십을 넘긴 남자가 소설을 좋아하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오래전부터 소설을 좋아했고 한때는 써보려고 한 적도 있지만 지금은 읽는 것으로 만족한다고 했다. 그 사람이 그때까지 소설을 통해서 만난 주인공의 숫자는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정자체, 0.38 중성펜,14분,6명의 필우

https://youtube.com/live/8Tt79QlHwP0?feature=share

글씨를 잘 쓰고 싶어 하는 사람을 딱 한 번 만났다.


유튜브 채널에서, 강의 영상으로 글씨에 관심 많은 구독자와 소통하고, 필사 방송을 통해 쓰기를 즐기는 필우들과 매일 조우하지만, 글씨를 잘 쓰고 싶어 하는 사람을 직접 만나기는 쉽지 않았다.


얼굴을 맞대고 노트를 펼쳐 나의 잡기술(?)을 전수하고 싶지만, 아직 그런 행운을 만나지 못했다.

딱 한 번, 행운이 찾아오나 싶었는데, 아쉽게도 오래가지 못했다. 오늘은 이 첫 경험 이야기다.


 몇 달 전 숨고(Soomgo ; 숨은 고수의 약자이며, 고수의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분들과 고수를 이어주는 플랫폼.)를 통해 한 대학생과 연결이 되었다. 그는 글씨를 고치고 싶어 했고, 비용을 들여서라도 단시간에  결과를 내고자 숨고의 문을 두드린 것이다.


내년에 있을 필기시험을 위해 글씨를 고치려 했다. 손글씨로 풀이 과정을 적는데, 모의고사를 보면 스스로 채점하기 힘들 정도로 악필이라 낙방을 염려하여, 알아볼 수만 있는 글씨라도 쓰고 싶다는 게 그의 하소연이었다. 몇 번의 글씨 교정을 시도해 봤지만 번번이 실패했다는 푸념도 포함되어 있었다.


서로 매주 토요일 1시간씩 할애하여 서로의 피험자가 되기로 했다. 그는 나의 첫 번째 글씨 교습생이 되기로 했고, 나는 그에게 글씨를 공짜로 가르치기로 했다. 윈-윈 전략인데, 나는 가려쳐본 경험이 없었고 그는 교정이 쉽지 않은 악필에 암묵적 동의가 작동했다. 나는 교육 경험을, 그는 무료 강의를. 그야말로 완벽한 거래였다.


그의 글씨는 악필이었다. 전형적인 악필의 조건을 두루 갖춘 학생이었다. 쓰기 자세, 펜 파지법, 기본 획 쓰기, 자음 쓰기 순서 등 고쳐야 할 것들이 차고 넘쳤다. 험난한 과정이 예상되었다.


나쁜 버릇은 쉽게 고쳐지지 않았다. 1주일에 1시간의 수업으로는 방도가 없었다. 그는 학업과 시험 준비로 연습이 부족했고 나는 직업과 가장의 역할로 신경을 많이 쓰지 못했다.


2달여를 함께 한 후, 내가 먼저 결별을 제안했다. 교육 준비의 부족과 주말에 시간 내기가 점점 더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그도 먼 거리를 주말마다 오가며 끙끙대기가 고단했는지 이별에 쉽게 동의했다.

그의 마지막 톡 내용

아쉽게도 나의 첫 번째 글씨 교습은 미완성으로 끝났지만, 값진 경험을 했다고 믿는다. 교본의 업데이트와 강의 소요시간을 고려한 순서의 변화가 필요함을 깨달았다. 초보 중의 초보를 위한 왕 기초 교육의 필요성을 생각하게 되었다.


그 친구도

유익한 시간이었기를

바래본다.


첫 경험은 짜릿하지

했지만,

다음에는 조금 더

잘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을 얻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재미있고

보람 있었다.


글씨 선생

대사랑


매거진의 이전글 입체적 필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