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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망생 성실장 Nov 02. 2024

연봉협상에 지다.

나는 직장생활을 할 때, 연봉협상을 해본 적이 없다. 1년을 제대로 근무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작은 규모의 사업장을 다니면서, 긴 미래가 그려지지 않았은 회사들이 대부분이었고, 나 자신에 대해 너무 몰랐기 때문에 취업하고 그만두고를 반복했었다. 


그러다 결혼을 하고, 어쩌다 보니 사장이 되었고, 직원들도 뽑게 되었다.


부부가 대표이고, 작은 사업장에 오겠다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게다가 나와 남편은 은근히 높은 기준치를 가진 사람이었다. 나름 업계에서는 최고 대우를 약속했으나 딱 맞는 이를 만나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렇게 출근하자마자 일주일 안에 그만둔 사람까지 치면 7-8명을 만나고 헤어지기를 반복했다가 약 1년 전쯤 지금의 직원을 만나게 되었다. 


지금의 직원은 깨끗하고 단정한 외모에 집도 가깝고 전공도 업계와 관련이 있어서 고민하지 않고 뽑았더랬다. 그런데 입사할 때, 우리가 제시한 급여를 두고, 흥정을 시도했다. 

사실 많이 데인 우리가 좀 짜게 제시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일개 사회초년생이 감히 면접을 보고 출근하면서 연봉을 흥정하다니!

그 패기에 조금 놀라웠더랬다. 그래서 수습기간 3개월은 내가 제시한 짠 연봉으로 하고, 3개월 지나서 서로 마음에 들면 직원이 제시한 연봉으로 올려주기로 하고 일을 시작했었다. 


지난 1년간 이 직원 덕분에 매우 편했고, 회사 업무가 큰 무리 없이 잘 굴러갔었다.

무엇보다 과부하로 힘들어 우울증이 심했던 내가, 몸이 편해지니 마음도 치유되었으며, 근무 중에 농담을 해도 잘 받아주는 사람이 있으니 회사가 즐거웠다. 


어느새 직원이 근무한 지 1년이 되었다. 

사실 회사매출이 올라가지는 않았다. 사람이 더 들어오고, 인건비가 올라가면, 매출도 어느 정도 올라가야 기분이 좋은데.... 장사는 수월하게 진행되고, 역시 직원이 없으면 안 되겠구나 생각도 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회사 전체 매출은 이전과 다름이 없다 보니 연봉을 올려주는 것이 고민이 되었다.

안 올려주겠다는 뜻은 아니었다. 

연봉을 올려주는 것은 당연한데, 얼마나 올려줘야 하느냐, 물가가 올라가니, 또 기특하게 1년을 잘 버텨주었고, 계속 다니겠다고 해주니 당연히 올려줘야 하는데... 그 기준을 잡기가 어려웠다. 

매출이 올랐다면 그 기여도만큼 계산하면 되는데... 그게 아니니......


직원에게는 새해부터 연봉이 올라갈 거다 귀띔을 해주고, 우리 부부는 매일 고민을 했었다. 


그런데! 직원이 갑자기 연봉을 올려달라고 요청을 하는 것이다. 뜬금없이 그것도 거의 35% 가까이나!!

우리가 알던 직원이 맞나 싶고, 어이가 없고, 배신감도 들고, 실망스럽기도 하고, 사회 초년생의 패기로 귀엽기도 하고 등등 별별 생각이 들었다.


결국 알고 보니, 다른 곳에서 높은 금액의 연봉을 제시해서 고민된다는 말이었다.


그렇구나!

내가 좋게 본 사람은 다른이 도 좋게 보는구나.

내가 사람을 잘못 본 게 아니구나 싶으면서 안심이 되었다.

적어도 우리 회사가 싫은 것이 아니라, 나름 높은 금액의 연봉제시를 받아도, 우리 회사에 기회를 준 것이니까.


남편과 나는 결국 직원이 제시한 연봉을 조금 깎아서 하지만! 우리가 원래 계획했던 것의 2배나 더 많은 추가 연봉을 주게 되었다. 


내 주변에 사람이 몇 명 없어서 그럴지도 모르지만

살면서 연봉협상을 했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

그저 회사에서 제시하고, 그냥 받아들이는 것 밖에는 본 적이 없다. 


그래서 당연히 직원도 우리가 제시한 연봉에 수긍할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직원은 다른 회사의 스카우트제의라는 무기를 들고 협상에 임했고

결국 우리가 지고, 직원이 이긴 것이다. 


대단한 직원인지, 우리가 순진한 사장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회사 창립 이래로, 정규직이 2년 차를 확실하게 약속한 것이 처음이다. 

심지어 직원이 회사를 키우는데 일조하고 싶어서 남는 것이라는 말 까지 해 주고 말이다. 

우리를 믿고, 미래를 투자한다는데 

직원이 이뻐죽겠다

매우 매우 고맙다. 


돈 주면서 고맙다는 생각이 들다니 신기할 따름이다. 


남편 사장님은 이제 고액연봉(?)을 주게 되었으니, 더 많은 일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엄포를 놓고,

실제로 내년에는 새로 시작하는 프로젝트가 있으니 일이 더 많아질 것임을 모두가 알고 있지만

이번 기회에 서로의 마음을 다시 한번 알게 되었고

믿음이 커졌으니 든든할 따름이다.


연봉협상에서 졌지만

함께 사업을 키워갈 동료가 생겼음에 25년도가 기대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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