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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망생 성실장 Nov 09. 2024

연봉협상

일전에 하나뿐인 직원 연봉을 올려주기로 했다.

0백만 원을 올려주기로 결정했었는데, 직원이 스카우트 제의가 왔다며 역 제안을 해서, 흥정의 흥정을 거듭한 끝에 0*2백만 원, 즉 올려주기로 한 차이의 2배를 더 주게 된 것이다. 


깨끗하고, 딴짓 안 하고, 성실하게 하려고 노력하고, 가끔 실수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지능이 있는 젊은이라 항상 고맙고 마음에 들었던 직원이었다.

그래서 연봉을 올려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생각했던 것의 2배를 주게 되니 진짜 사람이 간사하게 돈 생각이 나기 시작했다.


이 직원을 뽑아서 내 심신이 편해지고, 장사가 안정화가 된 것은 매우 감사하지만, 실제 매출에는 변동이 없다는 점이 정말 가장 큰 불만이 된 것이다.


20년 전에 어떤 책에서 회사에 입사하면, 내가 받는 연봉의 20배는 더 매출을 올려야 돈 값을 한다는 글을 본 적이 있었다. 사장이 되고 보니 그 말이 진짜 맞다고 생각된다.

업종에 따라 다르겠지만. 지금 내 장사는 마진이 5-10%이다. 이것저것 다 떼고 나면, 100만 원을 팔았을 때 5-7만 원 정도 집에 가져가는, 순 수익이라고 말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장사 2개를 해본 결과 무엇이든 우리나라는 최소 5% 는 마진을 주지만 10% 이상 마진은 잘 안 주려고 하는 세상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월세, 원자재값, 인건비, 세금, 운영비 등등 등등 등 다 같이 나눠 산다는 게 이런 거구나 싶을 정도로 내가 일하면 세상이 돈을 버는 구조인 것이다. 

암튼 그런 점에서 직원에게 예를 들어 연봉 2000만 원을 준다고 한다면, 직원이 4억은 벌어줘야 4천이 남고, 직원 2천 연봉 주고, 나 2천 이익이 남는다는 뜻이다. 최소한 적어도 직원이 2억은 벌어줘야 직원 연봉 2천을 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런데 우리 직원은 그 정도로 매출을 올리지는 못했다. 더불어 직원이 없으면 내가 많이 힘들겠지만 없다고 해서 회사가 안 굴러가는 것도 아니다. 이젠 애들도 커서 내가 밤새 일하면 될 일이긴 하다. 


그래도 당연히 직원이 있는 것이 더 좋고, 무엇보다 이 직원이 일해주는 것이 더 믿음이 간다. 그러니 붙잡았고, 붙잡은 결과에 대단히 만족하고 안도하고 있다. 

그래도

직원을 볼 때마다 생각보다 더 돈을 줬다는 본전 생각이 슬그머니 나서 큰일이다.


이렇게 못된 사장이 되어가는 것인가 

나는 평생 착한 사장이 되고 싶었는데.... 

그리고 본질적으로 열심히 하는 젊은이이고, 성실하고, 신뢰가 가는 사람이기에 오래오래 함께 할 사람임인데

이렇게 삐지면 안 되는데 말이다. 


반성하고 반성해야겠다.

나도 직원이었던 때가 있었고, 내가 잘 이끌고 교육시키고, 차분차분 사업을 크게 키워나가면 될 일이다.

직원은 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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