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력을 위한 나만의 몸부림
주변을 살펴보면 흔하게 선천적으로 집중력이 약한 사람들이 있다.
하고자 하는 의지는 많지만, 막상 일을 시작까지 준비기간 상당히 길고, 원하는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집중되지 않는 사람이 있다. 무언가 하려고 하면 주변에 온갖 것들에 관심이 생기고, 본연의 일에는 집중을 못하는 사람! 그런 사람이 바로 나다...
예전부터 무언가 일을 시작하려고 하면 주변 사물이 선명하게 눈에 들어오거나, 평소 신경 쓰지 않았던 백색소음부터 주변에 들리는 이야기 소리까지 엄청나게 잘 들리는 일들을 자주 경험해왔다.
어릴 때부터 주위가 산만하다. 쓸데없는 일에 호기심이 많다. 가만히 있지를 못한다. 이런 이야기를 너무 많이 듣고 자라왔다. 이게 성인이 되어서도 고쳐지지 않고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게 큰 문제이다.
어릴 때 교과서를 펴고 공부를 시작하면 이상하게 백과사전이나 신문, 국어사전 같은 책들이 읽고 싶었다. 계획했던 공부는 안 하고, 전혀 상관없는 한자사전, 영문사전, 신문 등을 쓸데없이 정독하곤 했다.
또 특이한 것은 책을 펴기만 하면 평소 관심 없던 책들이 너무나 재미있게 읽혔다. 그래서 반대 효과를 노리고 처음부터 백과사전을 읽으면서 교과서에 흥미가 생기길 바랬지만, 뇌가 의도적으로 순서가 바꾼 것을 인지했는지 백과사전이 더 잘 읽히기도 했다. 이런 행동 때문에 쓸데없는 잡지식만 계속 늘어나고 막상 성적에는 큰 도움이 되진 않았다.
초등학교 때 배우는 학문은 기초상식에 근거하기 때문에 처음에는 높은 성적을 유지했지만 점점 학년이 오를수록 고차원적인 지식과 노력이 밑바탕 돼야 했기 때문에 지식은 금세 밑천이 드러나 버렸고, 성적은 점점 떨어지기만 했다.
그렇다면 좋아하는 일에는 높은 집중력을 유지했을까? 그건 또 아니다.
그렇게 좋아하던 게임도 한 가지를 오래 하지 못하고, 계속 새로운 게임으로 갈아타야만 했다.
금세 흥미가 떨어지고, 다른 게임으로 계속 교체해야만 재미를 느꼈다. 그래서 이런저런 게임은 많이 해봤지만 게임 실력은 좋지 않았다.(LoL를 시즌2부터 했는데 지금까지도 실버에서 골드 사이를 왕복하고 있다.)
이런 증상이 오랜 시간 지속되면서 왠지 정신적으로 큰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의심해보게 된다.
이미 학계에 보고된 사례로 치료법이 있을 것만 같지만 치료시기를 놓쳐버려서 이대로 살아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이렇게 산만하고, 집중력이 약한 내가 용케도 10년째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그래도 일을 해서 경제적 수입은 넣어야 했기 때문에 없던 집중력도 생기게 하는 근본적인 조건은 밑바닥에 깔려있긴 하다. 대신에 재택근무를 오랜 시간 하면서 집중력을 끌어올리는 루틴이 생겨버리고 말았다.
그러면 지금부터 재택근무 10년 차의 처절하게 집중력을 올리는 방법을 알아보자.
1. 일단 배가 고프면 안 된다.
일하던 중간에라도 배가 고프면 일이 중단될 확률이 매우 높다.
장시간의 업무계획을 세워 두었다면 미리 연료를 채워두어야 한다. 만약 중간에 식사를 하게 되면 다시 집중력을 올리는데 매우 시간이 걸릴 수 있으므로 반드시 아침이든 점심이든 업무 시작 전에는 밥을 먹어두어야 한다. 단 밤늦게 또는 새벽에 일을 할 때에는 조심해야 한다. 배가 부르면 금세 나태해져 일을 미루고 잠에 들지도 모른다.
2. 간식은 먹지 않는다.
집중력이 엄청나게 약한 편이기 때문에 중간에 간식이 있으면 안 된다.
무언가 먹을 때는 또 먹는 것에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일을 하면서 먹을 수가 없다. 또 간식 먹을 때는 노래나 영상을 봐야 하기 때문에 집중력을 헤칠 수 있다.
3. 남겨진 집안일을 미리 해치운다.
일을 하다가도 갑자기 빨래, 저녁 준비, 청소 등이 생각나면 빠르게 처리해야 한다. 집안일이 밀려있으면 저녁시간 이후에도 집안일 때문에 개인 시간을 가질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집안일은 미리미리 해놓아야 한다. 혹시라도 하지 않으면 아이들이 하교한 이후에 아이들을 챙기느라 정신없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저녁 8시 아이들이 잠자리에 들면 육퇴와 동시에 자유시간이 생기기 때문에 그 시간에 집안일을 하는 건 낭비이고, 아까운 시간이다.
4. 책상 주변을 정리 정돈한다.
주위가 산만하여, 눈에 물건들이 많으면 신경 쓰여서 집중할 수가 없다. 스스로 집중력을 올리기 위해서 불필요한 것들을 치우다 보니 약간의 정리벽이 생기고 말았다. 전자기기나 책의 위치, 모니터의 높낮이 등 방구석 구석의 물건들을 원래의 있던 자리에 잘 있는지 확인하고 그렇지 않으면 정리를 해야지 마음이 편안해진다. 혹시라도 거슬리는 물건이 있으면 신경이 쓰여서 치우지 않고는 일에 집중할 수가 없다.
5. 각종 커뮤니티 및 뉴스레터의 신규 글을 정독한다.
구독해놓았던 뉴스레터, 메일링 서비스를 시작으로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를 순차적으로 돌면서 최신 글들을 읽는다. 일하는 중간중간에도 집중력을 잃으면 습관적으로 웹서핑을 하기 시작하는데 그전에 모두 읽어놓으면 금방 인터넷 세상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신규 글을 정독하느라 한참을 방황하기 때문에 업무 시작 전에는 반드시 어느 정도 읽어두어야 일하는 시간을 뺏기지 않을 수 있다.
6. 일 시작 전에 듣고 싶었던 음악을 꼭 듣는다.
위에 언급한 잡다한 일들을 할 때에 꼭 음악을 틀어놓고, 집중력을 서서히 올린다. 최근에 듣기 시작한 음악들을 순차적으로 듣는다. 하루 중에 갑자기 듣고 싶은 노래가 생각났을 때는 틈틈이 메모해놓고, 일 하기 전에 들으면서 음악 감상의 욕구를 어느 정도는 해결한다. 학창 시절에 야자시간에 이어폰으로 노래를 들으면서 공부하는 친구들이 너무 부러웠는데 나 같은 경우에는 공부든 일이든 중간에 음악을 들으면 계획한 일을 하지 않고, 음악을 무한 재생하는 모습을 볼 수가 있다.
7. 일하기 전에 꼭 샤워를 한다.
잡다한 일을 하고 나면 창문을 활짝 열고 환기를 시킨다. 그리고 꼭 샤워를 해야 한다. 무언가 큰일을 하기 전 목욕재계를 하는 기분으로 정갈하게 몸을 씻고, 마음을 가다듬는다. 샤워를 마치면 여름이든 겨울이든 선풍기를 켜고 쾌적한 상태를 만들고 책상에 앉는다. 이러면 비로소 어느 정도 집중력을 올릴 수 있는 만반의 준비가 끝난 셈이다.
그 외에도 자잘한 습관이 많이 있다.
업무폴더 이외에 중간중간에 열어두었던 파일과 폴더를 닫아서 정신이 다른 곳으로 가지 않도록 해야 하고, 사업계획서를 쓰던 도중에 집중이 안되면 집이든 밖이든 돌아다니면서 업무와 관련 없는 일들을 하면서 문득 생각이 떠오르면 메모를 해놓고 책상에 돌아와서 정리를 한다.
집에서 일하는 게 익숙해서 다른데 가면 업무가 안되기 때문에 최대한 최적화된 사무공간인 집에 머무른다.(디지털 노마드의 여건은 충분히 충족하지만 나하고는 상관없는 일인 이유ㅠ)
또 집중력이 약해지면 기타를 연주한다. 대신에 연주하면서 마음에 들지 않으면 몇 번을 더 반복해야 하기 때문에 집중해서 쳐야만 한다.
집중력을 수치로 표현했을 때 0~100%라고 정의한다면 집중력을 올리기 위해 했던 루틴을 진행하면서 70%까지는 집중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 일하는 중간중간에도 흐트러지는 집중력을 바로 잡으면 80%까지는 올릴 수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80%의 집중력을 발휘하기 위해서 필요한 시간은 얼마일까? 보통은 2시간이 걸리는 것 같다. 별다른 일이 없으면 아침 9시에 일어나서 11시까지 집중력을 끌어올리고 나서 2~3시간 업무, 1시간 휴식을 반복하는 편이다.
가끔은 100%를 넘어 200%까지도 집중력이 생길 때도 있긴 하다. 미루고 미루다가 마감이 임박했을 때는 심리적인 압박감이 최고치에 다다르면서 없던 집중력을 한계를 넘어서 끌어올릴 수 있다. 다행히도 이러한 압박감을 통해서 회사일을 하면서 정해진 기한을 넘어서 제출한 적은 없다. 날을 새더라도 마무리를 하는 편이지만 그럴 때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생명력을 어느 정도 깎아먹은 느낌은 든다. 이러한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다짐하고 다짐하지만 인간은 계속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만다.
사람들은 개인마다의 편차가 있겠지만 보통 자신이 생각하는 집중력까지 끌어올리데 얼마만큼의 시간을 투자를 할까? 또 각자의 노하우가 있을 텐데 처절하게 집중력을 올리기 위해서 노력하는 나에게 노하우를 좀 알려줬으면 좋겠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