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을 벗고, 객관적으로 나를 바라볼 수 있는 환경
나를 알기 위해서는 익숙한 곳, 반복적인 곳, 안정적인 곳을 벗어나야 한다. 한걸음 물러서서 객관적으로 나를 바라보는 시각이 절실히 필요하기 때문이다.
여행 후 오랜만에 소꿉친구를 만났다.
"이제 너 같네! 작년에 너는 웃긴 이야기를 해도 피식했어. 얘가 왜 이런 농담을 하나. 그런데 지금은 거짓 없이 너답게 웃네. 보기 좋다!"
왜 학창 시절에 여고생이 까르르 웃던 그 웃음 도대체 어디로 갔는가.
'아! 나는 이런 사람이었지! 그래 맞아, 거리의 작은 분수대에 신나 하는 사람이었어!'
그동안은 작은 분수대를 대낮에 볼 시간이 없어서 그 신남을 느껴볼 수 없었던 것이다. 사회적 쪼임과 압박에서 진짜 나를 표출할 수 없었다. 회사의 막내로, 누군가의 후배로, 선배로 예의를 다해 맞춰주고 리액션해야 하는 부담감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진짜 나는 점점 줄어들고, 포장해 버린 내가 점점 커져 버린 것이다.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정작 진짜 나를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물론 누군가의 어떤 사람으로서 최선을 다할 필요는 있다. 다만, 한 걸음 물러서서 진짜 나를 보는 시간을 꼭 가져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진짜 나를 보는 가장 좋은 방법이 '여행'인 것이다.
첫 번째는 낯선 환경 속에서 내 모습이 가식 없이 드러난다.
두 번째는 낯선 사람 속에서, 또는 편한 사람 속에서, 그 관계 안에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드러난다.
나의 좋은 모습뿐만 아니라, 좋지 않은 모습까지도 객관적으로 보고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의 정체성을 제대로 알아야, 내가 무슨 일을 좋아하고, 어떤 삶의 방향으로 살아가야 할지를 볼 수 있다. 이 땅에서 인생은 한 번 뿐이기에 나를 알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가 나는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여행 중 발견한 내 모습을 수시로 기록해 보았다.
숨겨진 흥이 있는 사람
다시 찾은 장난기
낮은 자존감
생각보다 별로 인내심이 없는 사람
말을 그냥 하는 사람
기분파
사랑을 의외로 잘 모르는 사람
현재의 소중한 것을 잘 놓치는 사람
잘 속는, 잘 믿는, 순진하거나 멍청한 사람
모험심이 있는 사람
호기심이 있는 사람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는 장점이 있으나, 잘못하면 독이 되니 적당히 해줘야 하는 사람
정이 많은 사람
사람을 많이 의지하는 사람
혼잣말을 잘하는 사람
당신 역시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을 꼭 가질 수 있길 권해드린다. 여행도 좋고, 일기를 써도 좋고, 차 한잔 하며 사색에 잠겨도 좋다. 누구 엄마로, 누구 딸로, 어떤 회사의 대리로 써가 아닌 당신 그 자체의 정체성을 분명히 알아갈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