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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정나그네 Sep 09. 2016

여행 중 만남, 그 찰나의 소중함

당신을 모르기에 당신에게만 말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런 일을 당했어요. 이런 감정을 느꼈고요. 저는 이런 사람이에요."


여행 중 만난 사람, 여행이라는 공통된 여정 아래 있다 보니 흔쾌히 사진을 찍어주고, 동행을 하기도 한다. 역시 한국 사람만큼이나 사진 잘 찍어주는 사람을 만나기 드물다.


그날도 멀리서 내가 걸어오길 기다리는 한 명이 보였다.


"저기 사진 좀 찍어주실 수 있으실까요?"

"아~ 네!"


사진을 몇 장 찍어 드리고, 나도 사진을 부탁하며 서로를 도와줬다. 그리고 자연스레 반나절을 함께 보내게 되며 친구가 되었다.


여행에서 만나는 사람에게 나이와 직위와 하는 일은 중요하지 않다. 그냥 어떤 곳을 여행했고, 무엇을 느꼈으며, 무엇이 맛있고 가 중요할 뿐이다. 또한, 그 사람 자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성향인지가 중요할 뿐이다.

어떠한 조건들로 나를 보고, 누군가를 보지 않고, 사람 자체로 본다는 것. 크고 나서 쉽게 이런 관계를 가지긴 어렵다. 그래서 학창 시절 친구들이 소중한 이유이기도 하다. 대학부터가 레벨이 나눠진 이 사회에서 대학 친구가 생각보다 많이들 깊게 사길 수 없다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 친구와 식사를 하며, 어떻게 여행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어떤 일을 겪었는지 자연스레 풀어나갔고, 나는 경청했다. 나도 한 사연하는 사람인데, 그날은 많이 들어주고 싶었다. 그 친구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 사람이 겪었을 느낌과 생각에 공감하게 된다.

사회적 지위가 낮은 사람도 아니었고, 누군가 봤을 때 부러워할 만한 직업을 가진 열정 있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지위와 환경이 모든 행복을 결정할 권리는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낀다.


우리는 오랜 시간을 함께 하지 않았지만, 찰나를 함께 하며 더 깊이 알아가게 되었다. 조건 없이 만나고, 처음 보고, 다시는 만날 수 없기에 속에 있는 깊은 이야기까지 할 수 있는 용기가 생긴 것은 아닐까. 누군가 들어주길 바라고, 말함으로써 마음이 시원 해지는 것을 경험하고 싶은 것, 공감받고 위로받고 싶은 것, 그게 사람이다.


여행은 우리를 사연으로부터 풀어헤치고, 자유롭게 한다. 그리고 여행 속 찰나의 깊은 대화와 공감은 나를 나답게, 당신을 당신답게 만들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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