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판단, 비교대상은 네가 아니라 나
어느 날 퇴근길 지하철 개찰수를 빠져나가다 인사이트를 얻었다. 지하철에서 내린 수많은 무리의 사람들은 너도나도 빨리 개찰구를 찍고 나가기 바쁘다. 어느 출입구의 줄이 짧은 지, 0.7초 빠른 눈치 싸움 끝에 두 번째가 짧다는 판단으로 두 번째 줄에 섰다. 그런데 웬걸, 예상치 못하게 맨 앞사람이 교통카드를 제대로 찍지 못하는 것이다. 기계가 오작동인가, 그 교통카드가 이상한 것인가, 이유야 어찌 됐든 소중한 내 시간과 판단 속에 이변이 생기기 시작한다. 맨 앞사람이 서성거릴 동안, 옆 줄에서 2명이 빠져나가고, 3명이 빠져나간다.
여기서 나와 두 번째 줄에 선 사람들의 고민이 시작된다.
"옆줄로 지금이라도 옮겨야 하나? 기다려야 하나?"
이 짧은 생각 속에 우리 인생도 이와 같다는 생각이 번뜩 지나갔다. 한번 걸어가기로 작정하면, 생각보다 경로를 이탈하는 것이 쉽지가 않다. 이 짧은 개찰구 줄의 경로 이탈도 몇 번을 고민하지 않는가. 새롭게 턴을 한다는 것은, 내가 가던 길을 멈추고 다시 줄을 서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때로는, 빠른 판단과 결정이 더 빠르게 갈 수 있는 지름길이다. 옆줄 사람 보다가 아니라, 2번 줄에 서있던 나보다 말이다. 즉, 비교 대상이 다른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된다. 어제의 나, 오늘의 나, 내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