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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영수보다 중요한, 아이들에게 정말로 가르쳐야 하는 것

뭐가 중요한지 모르시겠어요?

by 함박

아이들 갓난쟁이 때 친척들이 다 모이는 가족 식사 자리에 갔다. 사촌들도 다 결혼해서 아이가 있었다. 거기엔 우리 아이들보다 큰 조카들 밖에 없었는데, 단 한 명도 빠짐없이 태블릿 화면을 보며 앉아있었다. 그 아이들은 누가 새로 들어오든 말든 상관하지 않고 화면에 집중했다. 아이들은 밥 먹는 내내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고 먹여주는 밥을 받아먹었다. 그 때 받았던 충격은 잊을 수가 없다.


적어도 누가 왔을 때 눈을 마주치고 인사를 했다면 이렇게까지 심각하다고 생각을 안 했을 것 같다. 물론 그렇게 영상을 틀어준 내 사촌들의 마음이 어떤 것인지 충분히 안다. 이렇게 외식을 하는 자리에서 아이들을 잠재우는 방법은 영상이 가장 간편 했을 테니까. 아무튼 그 때 받은 충격 때문일까? 나는 아이들을 키우면서 어떤 상황에서도 영상을 보며 식사를 하게 하지 않았다.


나는 아이들이 다수에게 피해를 주는 것을 사전에 방지하는 것보다 그런 상황이 일어났을 때 부모가 어떻게 대처하는지가 아이의 가정교육에 지대한 역할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아이가 얌전히 먹을 리 만무하지만 계속해서 여러 번이고 밖에서의 식사 예절을 가르쳐야 한다. 도저히 제지할 수 없을 정도가 되면 양해를 구하고 아이를 들쳐 업고 그냥 집으로 와야한다. 식사를 마쳤든, 안 마쳤든 간에. 그런 경험을 쌓아나가다보면 자연스레 식사 예절을 배우게 된다.


집에서도 영상을 보며 떠먹여주는 밥을 먹는 아이들은 그러한 식사예절을 배우는 게 힘들 수밖에 없다. 부모가 조금 고생스러워도 가르칠 건 가르쳐야 한다. 노키즈존이 늘어나고, 아이 데리고 오는 엄마들을 '맘충'이라고 싸잡아 보는 것은 정말 속상하지만, 가르쳐야 하는 것을 가르치지 않았던 수많은 부모들이 있었기에 그것 또한 생긴 것이 아닐까.




얼마 전에는 지인의 지인 이야기를 들었다. 아이가 학교 담임선생님에게 시험을 보던 도중 어떤 이유에서인지 뒷통수를 맞았고, 아이는 그것을 일기에 썼고. 그것을 본 아이 엄마는 노발대발하며 학교에 항의를 했고, 결국 담임선생님은 물론 교장선생님까지 와서 무릎 꿇고 사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담임을 사직하게 만들고 일이 끝났다고 들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너무 기가 찼다.


자기 자식이 선생님에게 뒷통수를 맞았다면, 당연히 속상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상당히 심란했을 것이다. 하지만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한 고려 없이(아이가 한 두번도 아니고 여러 번 문제를 일으켰던 것은 아닐까? 물론 폭력은 나쁜 것이긴 하지만.) 무조건 사과를 받아야 하고, 그 벌은 선생님이 교직 생활을 그만두는 것이라니. 뉴스에서만 보던 일이 실제로 일어나는 것이었다니!


제일 걱정되는 부분은 이 상황을 아이가 다 봤을거라는 것이다. 이런 일이 일어났을 때 부모의 대처가 아이의 평생을 결정한다고 보는데, 아마 그 아이는 앞으로 조금만 상대방이 불리한 상황이 오면 그들을 깎아내리고 모욕을 줘도 된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점점 인류애를 상실해가는 이 시국에, 부모가 해야할 것은 인류애를 채워주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아이들은 다 보고 있다. 부모의 말과 행동을. '아이 보는 앞에서 냉수 한 잔 못 마신다'는 옛 속담에 틀린거 하나 없다. 국영수 학원 보내며 문제풀기 달인이 되게 만드는 것보다도 가정에서 인성교육을 잘 시켜야 한다는 게 오늘의 결론. 생각보다 인성교육 제대로 안 시키는 부모, 정말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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