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십리역은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서울에서 가장 먼저 4개 지하철 노선이 운행한 역이다. 지금은 서울역이나 김포공항역 등이 4개 노선을 볼 수 있는 역이 되었지만, 왕십리역은 그 역들과 달리 모두 6량 이상의 운행 빈도가 높은 중량 전철로만 4개 노선이라는 점에서 다른 두 역과 차이가 있다.
참고로 서울역은 경의선 전철이 4량 편성으로 1시간에 한 대 꼴로 운행 중이며, 김포공항역은 김포 골드라인이 경전철 2량 편성이다. 그런 점에서 왕십리역이 얼마나 교통의 요지인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앞으로도 왕십리역을 경유하는 노선이 계획되어 있기 때문에 철도 노선이 많은 일본에서나 볼 법한 5개 노선이 한 번에 지나는 역으로 점점 진화 중이다. 그렇기에 왕십리역 환승통로는 그 어떤 역보다 복잡해질 것이다.
▲ 경의중앙선 및 수인분당선을 잇는 지상 연결통로.
현재 왕십리역은 서울교통공사 소속 2개 노선(2호선과 5호선)과 코레일 소속의 2개 노선(경의중앙선과 수인분당선)으로 이원화 되어 있지만, 서울메트로(1~4호선 운영)와 서울도시철도공사(5~8호선 운영)가 서울교통공사로 통합되기 전에는 3개 회사가 하나의 역을 공유하는 체제였던 적도 있었다.
이런 이유에서인지 왕십리역은 각기 다른 디자인의 역 명판과 승강장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서울교통공사로 통합되긴 했지만 2호선은 서울메트로의 디자인을 사용 중이고, 5호선은 서울도시철도 시절의 디자인을 여전히 사용 중이기 때문이다.
▶ 2개에 걸친 경의중앙선과 수인분당선 환승통로... 좌측통행 에스컬레이터 볼 수 있어
왕십리역은 지상에 자리한 경의중앙선과 수인분당선을 시작으로 지하 2층의 2호선, 지하 5층의 5호선에 이르기까지 거미줄처럼 엮여있다. 노선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두 노선이 직결 운행하는 경의중앙선과 수인분당선이 만나는 첫 번째 역이기도 하다.
단, 두 노선은 회기역에서 만나는 1호선과 경의중앙선과 같이 쌍섬식 승강장 형태로 되어있어서 하나의 노선 같다. 복잡한 왕십리역이 그나마 환승통로 수가 줄어든 요인이기도 하다. 그러나 회기역과 달리 두 노선은 지상 2층은 물론 지하 1층에서도 환승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승객의 병목현상이 상대적으로 덜 한 편이다.
▲ 열차 진행방향에 맞춰 좌측통행으로 바꿔놓은 수인분당선 지하 연결통로.
이렇게 이원화된 환승통로지만 수인분당선 승강장에서는 동선 겹침 현상이 발생한다. 왕십리역이 거의 종착역으로 사용 중인 수인분당선에서 지하로 내려가는 통로의 에스컬레이터는 좌측통행으로 되어있기 때문이다.
이는 좌측통행을 하는 수인분당선 노선의 열차 진입 경로를 생각해서 이렇게 한 것 같다. 그러나 나머지 에스컬레이터는 모두 우측통행이기 때문에 좌측통행 에스컬레이터를 지나면 모든 동선이 서로 겹치게 된다는 점은 고려하지 않은 모양이다.
많지는 않지만 지상 2층에서 수인분당선 승강장을 거쳐 지하로 내려가는 승객은 에스컬레이터와 에스컬레이터 사이에서 진행 방향이 바뀌게 된다.
▲ 왕십리역 환승통로의 유일한 흠. 2호선 한양대역 방면 환승통로. 좁은 통로에 걸맞게 병목현상이 심각하다.
▶ 가운데서 다른 노선을 연결하는 2호선... 승강장부터 미로처럼 헷갈릴 수 있어
왕십리역에서 가장 승객이 많은 2호선의 경우 지상과 지하 모두 환승통로가 있어서 승강장부터 복잡하다. 위쪽으로 올라가야 하는 경의중앙선과 수인분당선 환승통로는 한양대역 방면 앞쪽 승강장에 환승통로가 위치하고 있다.
반면 아래쪽으로 내려가야 하는 5호선은 승강장 중간 조금 뒤쪽에 자리하고 있다. 2호선 상왕십리역 방면 승강장은 지상의 두 노선과 5호선을 연결하는 환승통로와 직접 연결되어 있는 승강장도 볼 수 있다. 이처럼 아래위로 연결통로가 많다 보니, 승객이 아무리 많아도 승강장을 빠져나가는데 의외로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는다.
그러나 딱 한 곳 심각한 병목현상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2호선 한양대역 방면 승강장의 맨 앞 쪽 연결통로에서인데, 이곳은 2호선과 지상 2개 노선을 잇는 가장 최단 환승통로라 이용하는 승객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겨우 1명이 올라갈 수 있는 폭의 에스컬레이터만 설치되어 있기 때문에 줄이 어마어마하게 길어진다.
특히 이 좁은 에스컬레이터 방향으로 지상 2개 노선의 환승 유도를 해놓았기 때문에 초행길인 승객에게는 다른 대안이 없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하지만 왕십리역을 많이 이용해 본 승객이라면 이 통로를 피해 반대편 에스컬레이터로 올라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조금 돌아가지만 그래도 승강장에서 올라가지 못해서 발을 동동 구를 일은 없기 때문이다.
상대식 승강장이라 통로 폭을 넓히는데 제약이 없는데 왜 이곳만 에스컬레이터를 1인용 폭으로 설치했는지 모르겠다. 뒤편 에스컬레이터는 더 넓은 폭인 것을 감안하면 아쉬운 부분이다.
▲ 2호선과 5호선을 잇는 지하 환승통로.
2호선에서 5호선까지 환승은 두 번의 높이 차이를 극복해야 마주할 수 있다. 2호선 승강장과 직접 맞닿아 있는 환승통로에는 에스컬레이터 및 계단이 함께 설치되어 있다. 그러나 5호선과 맞닿아 있는 환승통로는 오직 계단만이 승객을 반기고 있다.
이렇게 승강장과 승강장 사이에 대합실이 위치한 2호선과 5호선 간 환승은 을지로4가역에 이어 두 노선을 잇는 짧은 환승거리에 속한다. 두 노선이 워낙 높이 차이가 있어서 길어진 것 외에는 아주 이상적인 환승통로라고 할 수 있다. (다음 회 계속)
* 덧붙이는 글 : 본 내용은 <철도경제신문> '매거진R' 코너에 2021년 9월 8일자로 송고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