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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도 방랑객 Jul 06. 2023

우여곡절 끝에 탄생한 '서해선(대곡~소사선)' 훑어보기

서해선 - 대곡역~김포공항역~소사역

 경기 서부를 잇는 서해선이 드디어 한강을 건너 대곡역까지 개통했다. 개통을 앞두고 수차례 위기를 겪기도 했던 이 노선의 개통으로 이제 부천이나 고양에서도 김포공항까지 30분 내에 접근이 가능해질 정도로 획기적인 시간 단축을 가져왔다.


 앞으로 경의중앙선의 기존 선로를 활용해 일산역까지 직통 운행한다는 계획을 바탕으로 노선도는 이미 일산역까지 반영한 상태다. 이 때문에 일부 승객은 현재 일산역까지 운행하는 것으로 착각해 대곡역에서 내리지 않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서해선의 연장 개통으로 김포공항역은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5개 노선이 지나는 초거대 역세권으로 변모하는 등 거점 역으로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 대곡역~소사역 연장구간이 반영된 서해선 노선도.


 특히 우리나라 지하철 및 전철이 동서축을 위주로 운행한다는 점에서 남북축을 잇는 서해선은 수도권 전철의 접근성을 한층 강화하고 노선들을 묶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이런 이유에서인지 개통 첫 날인 지난 1일에는 이른 시간부터 많은 인파가 새로 개통한 서해선 역 곳곳에 구름처럼 몰리는 흥행을 이뤄내기도 했다. 


◆ 개선사항이 많은 서해선

 예상치 못한 인파의 영향일까? 첫 날부터 시간표대로 운행하기가 벅차보였다. 그리고 어디서 승차하는지 모르는 승객들이 혼란을 겪었으나 어떤 역은 안내요원이 배치되어 있고(김포공항역) 어떤 역은 안내요원 조차 없어(대곡역, 부천종합운동장역 등 나머지 역) 열차 이용에 불편해하는 승객도 제법 보였다. 


 또 김포공항역과 능곡역 사이 한강 하저 터널에서는 급정차로 승객이 다칠 뻔한 일도 있었으나 왜 급정차했는지 방송조차 나오지 않은 것도 분명 개선이 필요한 사항이다. 이밖에 열차 내 안내화면에서 환승역에 대한 정보를 담지 않고 정차역만 표시한 것도 옥에 티다.


 한편 앞으로도 개선이 어려운 사항도 있다. 바로 부실한 연결통로로 인한 심각한 병목현상 문제다. 개통 첫날이라 평소 예상보다 승객이 많이 몰렸다 하더라도 승강장을 빠져나가는 것 자체가 힘든 것은 짚고 넘어가야 할 필요가 있다.


 코레일 소속 역의 대부분이 승강장 규모에 비해 연결통로와 승강장 폭이 부실한 것은 사실이다. 쉽게 말해서 저수지 용량은 엄청난데 수로가 좁아 물이 잘 빠지지 않는 것과 같다. 


▲ 두 사람이 지나가기 힘들 정도로 좁은 승강장(부천종합운동장역).
▲ 병목현상이 심하게 발생하는 환승통로 모습(김포공항역).
▲ 열차 도착과 함께 병목현상이 발생하는 승강장 모습(대곡역).


 특히 상대식 승강장이라 충분히 여유공간을 확보할 수 있음에도 그렇지 않았다는 점은 시간을 단축한 노선의 효과를 희석시킬 것이다. 그러나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승강장을 고쳐야 하는 큰 공사가 필요하기 때문에 온전히 승객이 모든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편 승객의 혼란을 불러일으키는 시설물도 있다. 바로 환승게이트인데, 기존 환승역인 소사역과 초지역은 여전히 이 환승게이트를 사용하고 있다. 물론 이번에 개통한 역에도 능곡역과 대곡역을 제외한 환승역에서 환승게이트를 설치한 상황이다.


▲ 서해선 환승역에 설치한 환승게이트.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그냥 통과해도 된다.


 그러나 어찌된 영문인지 만들어놓은 환승게이트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승객들은 사용하지 않는다는 안내를 보지 못한 채 교통카드를 여기 저기 찍어보는 등 혼란스러워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가뜩이나 열차 간격이 길어 한 대 놓치면 오롯이 20분을 허비해야 하는 서해선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런 곳에서 시간을 낭비하는 것은 아까운 일이다.


 이를 대비해 개통 첫 날부터 일정 기간 동안 안내요원을 배치해 승객 혼란을 최소화 시켰어야 했지만 김포공항역 외의 다른 역에서 안내요원을 볼 수 없었던 점도 아쉬운 점이다.


◆ 1호선 급행열차 정차 암시? - 소사역의 변화

 서해선의 연장 개통으로 이 노선과의 환승역에서도 변화의 감지가 느껴졌다. 1호선 소사역은 동인천행 급행열차나 특급열차가 통과하는 역이었다. 그래서 이 열차들이 지나는 곳에 접한 승강장은 스크린도어가 아닌 안전펜스를 설치한 상태였다.


 그랬던 소사역 승강장에 스크린도어 공사가 한창이다. 코레일 역 중에는 정차하지 않는 역임에도 스크린도어를 설치한 곳도 많아서 단정 짓긴 어렵다. 하지만 열차가 정차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든다는 것은 언젠가 일부 열차라도 급행열차의 정차를 기대해볼 만한 변화다.


▲ 급행열차 통과 구간에도 스크린도어 설치가 한창인 소사역.


◆ 환승을 고려하지 않은 승강장 배치 - 능곡역

 서해선의 연장으로 같은 노선에 능곡역이 두 곳이나 볼 수 있게 되었다. 경의선 개통 때부터 있었던 고양시에 위치한 능곡역과 서해선 개통과 함께 탄생한 시흥시에 위치한 시흥능곡역이다.  


 시흥시에 위치한 역에 시흥능곡이라고 별도로 구분한 이유에서인지 기존 능곡역은 서해선이 정차함에도 고양능곡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다. 이름만 같은 두 역은 달라도 너무 다른 역이기도 하다.


 능곡역은 지상에 위치한 역이자 2개 노선이 지나는 환승역이다. 반면 시흥능곡역은 지하에 위치하고 있으며 단독역이다. 능곡역은 한강 이북에 있으며 시흥능곡역은 한강 이남에 있다.


 한편, 능곡역은 환승역이라고 하기에는 불편한 점이 많다. 환승을 고려했다면 대곡역처럼 경의중앙선과 서해선이 진행방향이 같다면 같은 승강장을 사용하는 구조여야 환승에 용이했을 것이다. 그러나 능곡역은 다른 노선으로 가려면 반드시 대합실을 거쳐야 한다.


▲ 다른 노선으로 환승하기 위해 반드시 대합실을 거쳐야 하는 능곡역.


 대곡역이 있다고는 하지만 경의중앙선이나 서해선의 열차 운행 간격을 고려한다면 능곡역도 원활한 환승이 가능하도록 했어야 했다. 이제는 조정이 어렵겠지만 행신역 – 김포공항역 간 환승 편의를 위해 진행방향이 서로 다른 노선끼리 승강장을 같이 사용하는 방법으로 선로를 구성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 연장 구간 유일의 비(非)환승역 – 원종역

 이번 서해선 연장 구간의 특징은 대부분 기존 노선과 이어주는 환승역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처음 노선도 상에 자신을 알린 역이 있으니 바로 원종역이다.


 만약 서해선이 부분개통을 감행했다면 잠깐이지만 종착역 역할도 할 수 있었던 원종역은 이미 공사가 완료된 이후 한참이나 지난 끝에 개통하게 되었다. 그래서 원종역도 다른 역에 못지않게 승객이 북적였다.


 이 역은 새로 개통한 지하역 중 유일하게 쌍섬식 승강장을 갖춘 역이다. 종착역을 감안한 구조였는지 아니면 먼 미래에 급행열차까지 고려한 승강장 형태인지 모르겠으나, 현재는 승강장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 쌍섬식 승강장을 갖춘 원종역.


 이를 반영하듯 승강장에는 일부 지점에만 승객이 모여있고 나머지 공간은 텅 비어있다. 물론 열차는 가운데 승강장으로만 운행할 뿐, 측면 승강장은 하루에 한 번이라도 활용할 수 있을지 그 부분도 염려된다.


* 덧붙이는 글 : 본 내용은 <철도경제신문> '매거진R' 코너에 2023년 7월 5일자로 송고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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