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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도 방랑객 Jul 13. 2023

5개 노선이 지나는 거대 환승역 '김포공항역 후속편'

환승 가능노선 - 5호선, 9호선, 공항철도, 김포골드라인, 서해선

 김포공항은 1기 지하철이 운행할 당시에는 지하철과 거리가 먼 장소였다. 그랬던 김포공항에 5호선이 첫 발을 내디딘 이후 불과 30년도 안된 시점에 4개 노선이 이곳을 더 지날 정도로 거대한 역세권을 형성하게 되었다.


 현재 김포공항역보다 더 많은 노선이 지나는 지하철역은 없다. 그야말로 5개 노선이 지나는 첫 번째 역으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모든 역이 지하로만 다니고 있다는 점. 그만큼 지하로 더 깊이 내려간 승강장을 마주할 수 있게 되었다.


 4개 역을 지나는 역도 최소 1개 노선 이상은 지상으로 운행한다는 것을 감안해볼 때 김포공항역 지하는 하나의 도시를 형성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그만큼 복잡해진 역만큼 환승통로 역시 승객을 위해 이색적인 시도를 한 장면을 볼 수 있었다.

     

◆ 새로운 형태의 환승 유도 표시

 김포공항역의 메인 환승통로는 5호선 방화역 방면 승강장과 나머지 노선이 만나는 지하 2층 통로다. 5개 노선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만큼 기존의 바닥 유도선으로는 더 헷갈릴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 복잡함을 원형의 안내도로 표시해놓음으로써 시각적 효과를 극대화 한 점이 눈길을 끌었다. 마치 다양한 도로가 합류하는 교차로를 원형 광장으로 만들어 교통흐름을 원활하게 한 모습을 연상하게 했다.


▲ 새롭게 선보인 원형 환승안내 표시.


 그리고 이 원형의 안내도를 따라 자연스럽게 기존의 안내 띠를 이어놓아 승객 동선을 유도했다. 노선이 겹칠 경우 두 노선을 하나의 띠로 합쳐놓은 것도 한정된 공간을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 고민한 흔적을 엿볼 수 있다.


◆ 서해선은 끝없는 에스컬레이터의 연속

 한편 다른 역과는 달리 캐리어를 소지한 승객이나 교통약자 등은 에스컬레이터가 아닌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라는 안내도 특징이다. 서해선 열차 내 안내방송에서도 엘리베이터를 탑승하라고 할 정도다.


 이는 서해선까지 타러가는 데 에스컬레이터가 많은 것도 있지만 아파트라면 한 번에 3개 층은 거뜬히 올라갈 장대 에스컬레이터의 연속이라 안전사고에 더욱 예민해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오죽했으면 서해선 대합실에는 엘리베이터로 유도하는 안내 띠와 천장 안내도 있을 정도다. 


▲ 교통약자 등을 에스컬레이터로 유도해놓은 서해선 대합실.
▲ 캐리어 이용 승객에게 에스컬레이터 이용을 금지한다는 안내.


 사실 이 에스컬레이터를 경험해보지 않고는 ‘도대체 왜 캐리어까지 다니지 못하게 하는 걸까?’라는 의문이 들 수 있다. 그러나 끝을 알 수 없는 에스컬레이터의 모습이 펼쳐지는 순간 현기증이 날 정도로 어지러움이 찾아온다.


▲ 끝을 알 수 없는 에스컬레이터.


 그런데 놀라운 것은 하나의 에스컬레이터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렇게 긴 거리를 이동하는 에스컬레이터가 무려 하나가 더 있다는 사실. 그러다보니 수직으로 내려오는 엘리베이터 쪽은 긴 연결통로가 만들어졌다.


 그 길이가 너무 길어서 무빙워크를 2기나 설치해놓을 정도로 이 통로 역시 이동이 만만하지는 않다. 이렇게 깊어진 승강장 때문에 환승에 있어서는 상당히 고난이도의 역이 되어버렸다.


▲ 무빙워크까지 설치해놓은 엘리베이터 연결통로.


◆ 거대한 규모에 비해 부실한 연결통로

 이렇게 거대한 에스컬레이터를 거치면 상당히 왜소한 연결통로가 이어진다. 그곳에는 아직 사용하지 않는 환승 게이트를 설치해놓은 상태다. 그러니까 9호선이나 공항철도에서 서해선으로 환승할 경우 환승 게이트를 두 번 거쳐야 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작동하지 않는 환승 게이트를 지나면 마치 지하 벙커를 연상하듯 거대한 공간을 맞이하게 된다. 그곳은 서해선의 지하 4층 대합실인데, 이곳까지 내려온 것을 감안하면 지하 4층이 맞을까 의심이 든다. 체감 상으로는 적어도 지하 8층까지는 온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작 승객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연결통로는 상당히 왜소하다. 당연히 승객이 몰릴 때는 병목현상이 너무도 당연한 듯 발생한다.


 특히 승강장은 상대식 승강장을 제대로 활용하지 않아서 연결통로가 있는 공간은 승강장 폭이 매우 좁다. 당연히 승하차 승객 간 동선 겹침 현상이 발생한다.


▲ 열차가 들어오면 반드시 발생하는 동선 겹침 현상.


 또 에스컬레이터 배치도 분명 문제가 많다. 통상 올라가는 방향의 에스컬레이터가 내려가는 방향의 에스컬레이터보다 최소한 같거나 1기 정도 더 많은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서해선 환승통로의 에스컬레이터는 오히려 내려가는 방향이 2기다. 올라가는 방향은 1기에 불과한데 이는 서해선에서 다른 노선으로 이동하는 승객에게는 상당히 지루한 시간을 경험하게 만들어준다.


 이렇게 병목현상으로 인해 승객이 불편을 겪지만 가운데 에스컬레이터의 방향을 유동적으로 바꾸는 일은 당분간 없을 것 같다. 에스컬레이터 바닥에 붙여놓은 방향 안내 스티커가 이를 말해주고 있다.


▲ 환승통로부터 긴 줄이 이어지는 서해선.
▲ 내려가는 방향의 에스컬레이터가 더 많은 서해선 환승통로.


 한편 김포공항역은 숨은그림 찾기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바로 김포골드라인 쪽 환승통로다. 김포골드라인과 9호선, 공항철도 환승통로 사이에 설치해놓았던 가림막이 바로 서해선의 환승통로였기 때문이다.



▲ 서해선 개통 전 김포골드라인 쪽 환승통로.
▲ 서해선 개통 후 김포골드라인 쪽 환승통로.


* 덧붙이는 글 : 본 내용은 <철도경제신문> '매거진R' 코너에 2023년 7월 12일자로 송고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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