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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도 방랑객 Jun 16. 2020

같은 듯 다른 분기역 승강장 구조

독특한 신칸센 분기역 고찰 - 후쿠시마역, 모리오카역

  도호쿠 지역의 신칸센은 여러 노선이 마치 가지치기하듯 뻗어나가기 때문에 분기역이 많다. 유동인구가 많은 거점역을 위주로 다니는 신칸센 특성상 복선구간은 물론, 분기역에서도 고속도로 입체교차로처럼 상하행선의 통행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설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신칸센과 재래선의 경계를 오가는 미니 신칸센은 분기역마저도 기존 신칸센 역들과는 다른 구조를 보이고 있다. 미니 신칸센이 재래선 구간에 진입할 때는 이미 복선이 아닌 단선구간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신칸센 본선에서 분기할 때도 입체교차가 아닌 평면교차로 이루어지고 있다. 평면교차라고 하면 상하행선 중 한쪽은 반드시 마주오는 선로의 통행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 그 모습을 선로 도면도를 통해 구체적으로 살펴보려고 한다.


미니 신칸센의 분기역인 후쿠시마역과 모리오카역.


  후쿠시마역과 모리오카역은 역명판만 보면 크게 다르다는 느낌을 받기 어렵다.


후쿠시마역 승강장 구조.
모리오카역 승강장 구조.


  신칸센 승강장 역시 쌍섬식 승강장으로 같고, 승강장 번호도 11번부터 14번까지 동일한 번호를 사용하고 있다. 두 역 모두 17량 편성 열차까지 취급하기 때문에 승강장 길이도 거의 같다. 승강장 별로 대합실도 두 곳이 있을 정도로 상당히 유사한 부분이 많다.


정차하는 열차가 각기 다른 후쿠시마역(좌)과 모리오카역(우).


  하지만 후쿠시마역과 모리오카역의 가장 큰 차이는 승강장에 정차하는 열차에 있다. 모리오카역의 경우 11, 12번 승강장은 상행선이, 13, 14번 승강장은 하행선이 사용하고 있다. 간혹 13번 승강장에서도 상행선 열차가 출발하기는 하지만, 일반적인 경우는 아니다. 그리고 미니 신칸센인 아키타 신칸센은 14번 승강장에서만 만날 수 있다.

  한편 후쿠시마역의 경우 11번 승강장은 우리나라 철도처럼 평상시에는 사용하지 않는 예비 승강장임을 알 수 있다. 승강장이 4개가 있는데 1개 승강장을 사용하지 않는 것도 특이한데, 후쿠시마역은 상식에서 벗어나는 더 놀라운 승강장을 만날 수 있다.

  모리오카역의 14번 승강장은 모든 열차가 도쿄에서 출발한 하행선 열차만 정차하지만, 후쿠시마역의 14번 승강장은 상하행선 열차 모두 정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신칸센인데도 불구하고 상하행선 열차가 동일한 승강장을 공유한다니, 말로 표현하기에는 한계가 있어서 배선도를 통해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려고 한다.


후쿠시마역 분기 관련 설명(출처: 위키백과).


  앞서 언급했던 내용은 위키백과 일본어판에서 후쿠시마역을 검색하면 나오는 내용이다. 야마가타 신칸센의 츠바사호는 오직 14번 승강장에서만 이용이 가능한데, 이 열차와 병렬연결을 하는 야마비코호는 두 번의 평면 교차를 할 수밖에 없다. 특히 눈이 많이 내려서 연착이 잦은 겨울에는 야마가타 신칸센으로 인해 도호쿠 신칸센도 큰 영향을 받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영향 때문인지 불과 3개월 전인 2020년 3월 3일에는 새로운 연결 선로를 개통하기로 발표했다고 한다. 이 선로로 야마비코호의 평면교차를 해소하는 한편, 츠바사호도 상하행 열차가 동시에 발차할 수 있게 된다. 완전 개통 예정은 2026년 말이다.


후쿠시마역 상세 배선도(출처: https://www.haisenryakuzu.net/documents/jr/shinkansen/tohoku/)


  도대체 어떤 식으로 되어있기에 후쿠시마역에서는 위험을 감수하고도 평면교차를 하고 있었던 것일까? 그리고 이 평면교차를 통해 어떤 효과를 가져다주는 것일까?


도쿄행 상행선 야마가타 신칸센 결합 열차 이동 경로.


  보이는 것처럼 도쿄행 상행선 열차는 바로 앞의 승강장을 두고 반대편 승강장을 사용하는 독특한 형태의 운행을 하고 있다. 이는 고속도로에서 역주행하는 것과 같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상당히 위험한 운행이다. 특히 후쿠시마역은 320km/h로 통과하는 열차도 있기 때문에 열차 시간표를 잘 맞추지 않으면 대형 사고로도 이어질 수 있는 상당히 큰 위험이 잠재되어있다.


야마가타 신칸센 결합 열차 이동 경로.


  하행선 열차의 이동 경로인 연두색 화살표는 지극히 평범해 보이지만, 같이 겹쳐놓은 상행선 이동 경로인 주황색 화살표는 확실히 남달라 보인다.


야마가타 신칸센 열차 이동 경로.


  하지만 야마가타 신칸센 열차의 이동 경로를 보면 '왜 이렇게 역주행까지 하면서 운행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다. 재래선 구간으로 진입함과 동시에 단선 구간으로 이어지는 야마가타 신칸센 열차에서 보면 후쿠시마역은 1선 1승강장의 형태라고 봐도 무방하다. 즉, 14번 승강장을 거치지 않으면 재래선 구간으로 진입 자체가 불가능하다.

  한편, 도쿄역은 승강장이 넉넉하지 않기 때문에 미니 신칸센의 경우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모두 기존 신칸센과 병렬연결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후쿠시마역에서 병렬연결을 할 수 있는 승강장은 하행선의 14번 승강장뿐이다. 그렇다고 다음 역인 고리야마역까지 가서 병렬연결을 하기에는 열차 시간표를 짜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 만약 그것이 된다고 하더라도 후쿠시마역과 고리야마역 모두 정차하는 것은 유연한 열차 운행에 방해가 될 수도 있다. 이러나저러나 야마가타 신칸센 열차는 평면 교차를 할 수밖에 없어서 하행선 열차 운행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이런 여러 상황을 감안한 끝에 병렬연결을 후쿠시마역 14번 승강장에서만 하는 것으로 고정시켰다고 볼 수 있다. 병렬연결 역시 능숙하지 않으면 꽤나 위험한 작업이다. 그래서 여러 역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시행하기보다는 특정 역에서 주로 이루어지고 있다.


야마가타 신칸센 비결합 열차 중 후쿠시마역 정차 열차 이동 경로.


  후쿠시마역에 정차하는 열차 가운데 야마가타 신칸센과 무관한 열차들은 다른 역에서 보는 것과 특별히 다르지 않은 운행을 보이고 있다. 일반적인 구조라면 11번 승강장에 정차해야 할 야마가타 신칸센 결합 열차가 14번 승강장에 정차하는 바람에 11번 승강장은 본의 아니게 예비 승강장이 된 것이다. 야마가타 신칸센의 독특한 분기 방식으로 인해 14번 승강장은 아주 북적이는 승강장이 되었지만, 11번 승강장은 아주 한산한 승강장이 되어버렸다.

  한편 야마가타 신칸센 재래선 구간을 이용한 승객이 후쿠시마역 북쪽의 거점역인 센다이역으로 갈 때는 반드시 환승이 필요하다. 그러나 14번 승강장으로 열차가 진입할 경우 따로 대합실을 거치지 않고 바로 맞은편에서 열차를 탑승할 수 있기 때문에 환승이 상당히 용이하다.

  후쿠시마역은 모든 열차가 정차하는 거점역이 아니기 때문에 통과하는 열차가 있을 수밖에 없다. 특히 장거리 운행을 주로 하는 하야부사호가 후쿠시마역에 정차하지 않기 때문에 도호쿠 북쪽 지역으로 이동하려는 승객은 불편을 감수하고서라도 센다이역까지 이동을 해야 한다. 비록 열차는 갈아타더라도 환승거리가 짧다면 그 피로감은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쉽지 않은 운행임에도 불구하고 도쿄행 상행선도 14번 승강장을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후쿠시마역 통과 열차 이동 경로.


  앞서 언급한 대로 후쿠시마역은 거점역이 아니기 때문에 통과하는 열차가 있다. 그래서 승강장 사이에 통과 선로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현재 일본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운행하고 있는 하야부사호가 통과하는 구간으로, 승강장에 직접 접하면 안전에 문제가 될 수 있어서 승강장에서 조금이라도 멀리 떨어뜨려놓은 것으로 보인다.


후쿠시마역과 다른 모습을 보이는 모리오카역 분기 설명(출처: 위키백과).


  한편, 후쿠시마역과 동일한 형태의 구조를 보이는 모리오카역은 후쿠시마역과 달리 11번 승강장과 14번 승강장 모두 사용하고 있다. 일반적인 구조에서 볼 수 있는 자연스러운 형태의 승강장 모습이 바로 모리오카역이다. 하지만, 모리오카역에서 빠져나가는 아키타 신칸센 역시 야마가타 신칸센과 같이 단선 구간이기 때문에 결국 평면교차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 후쿠시마역과는 다르지만, 일반적인 입체 분기역과는 차이가 있는 모리오카역은 어떤 구조로 되어있는지 살펴보겠다.


모리오카역 상세 배선도(출처: https://www.haisenryakuzu.net/documents/jr/shinkansen/tohoku/)


  모리오카역도 승강장 자체만 봐서는 특별한 점을 찾을 수 없다. 하지만 열차 이동방향을 보면 다른 분기역과는 또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다.


아키타 신칸센  열차 이동 경로.


  아키타 신칸센 역시 재래선으로 빠져나가는 순간부터 단선 구간이 시작된다. 앞서 언급한 대로 이 노선 역시 평면교차를 통해서 도호쿠 신칸센 구간을 빠져나가고 있다. 그러나 후쿠시마역과 달리 14번 승강장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11번 승강장도 같이 활용하고 있다. 그래서 후쿠시마역에서 볼 수 있었던 두 번의 평면교차 장면은 볼 수 없다.


모리오카 시종착 열차 이동 경로.


  모리오카역은 모든 열차가 정차하는 거점역으로, 일부 열차는 모리오카역을 시종착으로 하고 있다. 이 열차들은 모리오카역의 중간 승강장인 12, 13번 승강장을 사용하고 있다. 따라서 아키타 신칸센과 병렬연결을 하는 열차들은 가측 승강장인 11, 14번 승강장으로만 진입하고 있다.


신아오모리역/신하코다테호쿠토역 시종착 열차 이동 경로.


  후쿠시마역과 달리 모리오카역을 통과하는 신칸센은 없기 때문에 별도의 통과 선로는 없다. 그리고 모리오카역 이북으로는 열차 빈도가 그렇게 높지 않아서 아키타 신칸센 열차를 굳이 입체교차를 하지 않아도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입체 분기가 이루어지는 오미야역과 다카사키역 상세 배선도(출처: https://www.haisenryakuzu.net/documents/jr/shinkansen/tohoku/)


  마지막으로 입체교차가 일어나는 오미야역과 다카사키역의 배선도를 가져와보았다. 확실히 미니 신칸센이 아닌 일반 신칸센이 갈라지는 경우에는 승강장으로 이어지는 선로가 복잡함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분기해서 나가는 노선 역시 복선으로 이어진다는 점도 미니 신칸센의 분기와 달라지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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