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2

은희경

by 거성

- 현석에게 다른 애인의 존재를 숨기지 않는 것은 조심성이 없거나 질투를 유발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우리가 미래에 대한 부담이 전혀 없는 관계이며 언제라도 원할 때에 자기의 감정을 철회할 수 있는 매력적인 관계라는 암시일 뿐이다.


- 애인이 떠나면 나는 한동안은 그를 만날 때 쓰던 향수를 쓰지 않는다.

그러므로 그들이 떠난 뒤 내가 처음으로 하는 혼잣말은 '향수를 바꿔야겠어'이다.

언제나 우리의 만남을 동반하던 향기를 맡지 않으면 이미 휘발돼버린 그의 존재를 그리워하지 않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사랑은 순간에 머무는 자극이고 또 기분일 뿐인지도 모른다.


- 외로움의 해소는 애인과는 아무 관계가 없는 것이다.


- 꼭 그를 만나지 않아도 된다.

내가 갔었다는 사실만으로 그에게 내가 의도한 인상은 남길 수 있다. 열정의 이미지 말이다.


- 그는 내가 강하다고 생각한다.

현석뿐만이 아니다.

주변의 많은 사람들 역시 나를 강하게 본다.

하지만 언제나 잘못될 경우를 대비하여 자신을 완전히 던지지 않는 것을 강한 태도라고 할 수 있을까.

삶을 불신하기 때문에 늘 불행에 대한 예상을 하고 그 긴장을 잃지 않도록 거리를 유지하려고 애쓰는 것이 겉으로는 강하고 당당한 모습으로 나타날지 몰라도, 실은 나의 가장 비겁한 면이다.

어떤 일에 자기의 전부를 바친다면 그것만으로 그의 삶은 광채를 얻는다.

하지만 나는 내 전부를 바치는 일, 그 끝에 잠복하고 있을지도 모를 파탄을 감당할 자신이 없다.

그래서 언제나 나 자신의 삶까지도 관객처럼 거리 밖에서 볼 수 있게 되기를 원하는 것이다.


- 안전 조끼를 입고 바다를 수영하는 모험심 없는 사람이 정복의 쾌감을 바랄 수는 없는 일이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거성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거성입니다 거성입니다

28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총 20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작가의 이전글앨라배마 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