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희경
- 현석에게 다른 애인의 존재를 숨기지 않는 것은 조심성이 없거나 질투를 유발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우리가 미래에 대한 부담이 전혀 없는 관계이며 언제라도 원할 때에 자기의 감정을 철회할 수 있는 매력적인 관계라는 암시일 뿐이다.
- 애인이 떠나면 나는 한동안은 그를 만날 때 쓰던 향수를 쓰지 않는다.
그러므로 그들이 떠난 뒤 내가 처음으로 하는 혼잣말은 '향수를 바꿔야겠어'이다.
언제나 우리의 만남을 동반하던 향기를 맡지 않으면 이미 휘발돼버린 그의 존재를 그리워하지 않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사랑은 순간에 머무는 자극이고 또 기분일 뿐인지도 모른다.
- 외로움의 해소는 애인과는 아무 관계가 없는 것이다.
- 꼭 그를 만나지 않아도 된다.
내가 갔었다는 사실만으로 그에게 내가 의도한 인상은 남길 수 있다. 열정의 이미지 말이다.
- 그는 내가 강하다고 생각한다.
현석뿐만이 아니다.
주변의 많은 사람들 역시 나를 강하게 본다.
하지만 언제나 잘못될 경우를 대비하여 자신을 완전히 던지지 않는 것을 강한 태도라고 할 수 있을까.
삶을 불신하기 때문에 늘 불행에 대한 예상을 하고 그 긴장을 잃지 않도록 거리를 유지하려고 애쓰는 것이 겉으로는 강하고 당당한 모습으로 나타날지 몰라도, 실은 나의 가장 비겁한 면이다.
어떤 일에 자기의 전부를 바친다면 그것만으로 그의 삶은 광채를 얻는다.
하지만 나는 내 전부를 바치는 일, 그 끝에 잠복하고 있을지도 모를 파탄을 감당할 자신이 없다.
그래서 언제나 나 자신의 삶까지도 관객처럼 거리 밖에서 볼 수 있게 되기를 원하는 것이다.
- 안전 조끼를 입고 바다를 수영하는 모험심 없는 사람이 정복의 쾌감을 바랄 수는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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