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애란
<도도한 생활>
- 그때 나는 힘을 주지 않고도 뭔가를 움켜쥘 수 있다는 게,
또 세상에 그런 것이 존재한다는 게 믿겨지지 않았다.
<침이 고인다>
- ‘그만둘까’ 하는 마음이 들때마다,
월급날은 번번이 용서를 비는 애인처럼 돌아왔다.
- 괜찮냐는거,
결국 배려를 가장해서 책임을 미루려고 한 말이 아니었을까.
- 샤워기를 틀자 쏴아 하고 뜨거운 물이 쏟아져 내린다.
그녀는 문득, 자신이 돈을 벌고 있다는 사실에 안도하는 순간은 바로 이런 때가 아닐까 생각한다.
수도요금을 지불할 수 있다는 것, 샤워기 아래서 그것을 아주 실질적이고 감각적으로 깨달을 수 있다는 것, 최고급은 아니더라도 보통보다 약간 좋은 목욕 용품으로 샤워를 하며, 쾌적함과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조건들이 대해 두려움 비슷한 안도감을 느낄 때.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자신이 선택하고 있다고 믿을 수 있을 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