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병모
<이물(異物)>
- 불행은 줄곧 부당하게 수면 아래 가라앉았다가 어떤 극단적인 상황에서 피치 못할 방식으로 타인에 의해 공개될 때 비로소 가치와 무게를 획득하는 모양으로,
양선의 밝고 명랑하며 때론 화려하기까지 한 표정은 그녀가 겪은 과거의 고생을 생각보다 아프지 않은 가격으로 책정하는 데에 일조했다.
- 내 밖에 있는 나 아닌 모든 것은 나에 대한 침입자이기 때문에
그것의 내면에 무엇이 들었거나 말았거나
어떤 사연이 얽혀 있는지는 물론 어떤 경로를 통해 여기 도달했는지도 관심 가질 까닭은 없었고,
문제라면 그것이 그 자리에 조용히 머물러주면서 가능한 내게 고통과 불편을 덜 줄 것인지의 여부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