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린
- 사소하니까.
지금 나의 생이란 어차피 너무 사소한걸.
이걸 하든, 저걸 하든, 뭔가를 하든, 아무것도 하지 않든 차이가 없어.
- 우린 어디로도 갈 수 없어.
먼 곳으로 가서 새로운 인생을 발견할 수 있다고 믿는 건 오해야.
소문에 불과하다고.
이 세상에 새로운 삶이란 없어.
어디서나, 한 걸음 한 걸음 다람쥐 쳇바퀴 돌리듯 사는 거야.
성실, 인내, 정직, 소박...
헛바람이 드는 건 성질 더러운 것보다 더 나빠.
- "뭘하고 싶은 지 모르겠어. 그냥 초조해."
"우린 다들 초초해서 뭔가를 하지.
심심해서인가, 심심함이 불편해서인가,
아니면 초조는 심심함과는 전혀 다른 종류의 상태인가..."
-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고, 혹은 무슨 일이든 일어나야 할 것만 같거든...
하지만 정확하게 말하면 경험을 했다해도 마찬가지야.
초조함에서 벗어나기 위해 경험을 해버리지만 여전히 초조해.
첫 경험 뒤엔 다음 경험이 기다리고 있으니까.
이 초조함이 언제 끝날까?
- 남들과 다르게 살아도 결국 별다르지 않는 거야.
그걸 알게 되는 날이 오겠지.
- 난 지금 어딜 향해서 가는 걸까.
갑자기 벼랑이 나타날 것만 같아.
방향을 돌릴 수도 없는 좁다란 지점에서,
나는 그때 무사히 뒤로 걸어나올 수 있을까...
- 왜 사느냐고 묻기 전에 우리는 이미 내던져졌고,
어떻게 살 것인가 묻기 전에 우리는 이미 변경할 수 없는 인과를 살고있다.
그리고 생의 대부분의 문제는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시간 속으로 사라지는 것...
우린 불완전한 채로 생의 부름에 응답하며 가능한 충실하게 살아야 한다.
- 삶이란 우리를 어느 다른 곳으로 데려가는 것이 아니라,
퇴적층의 무늬를 만들며...
점점 더 깊은 수렁으로 운반하는 것이 아닐까.
- 예민했던 지난 일들.
이젠 삶에 대해 좀 덤덤해지고 싶다.
새로운 것과 사라지는 것 사이에서 잠시 머무는 것들.
그것에 다정해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