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쿠니 가오리
<파를 썰다>
- 몸과 머리가 무거워 살아 있으면서 죽어있는 기분이다.
데굴데굴 굴러본다. 고독은 줄지 않는다.
아, 음, 하고 신음해 본다.
고독은 줄지 않는다. 팔다리를 버둥거려 본다. 고독은 1그램도 줄어들지 않는다.
- 이렇게 여기저기 무턱대고 전화를 걸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는 밤에는
누구와 얘기를 하면 할수록 고독해진다.
지겹도록 잘 알고 있다.
혼자 있는 방에서, 무심코 텔레비전을 켜는 바람에 요란한 소리가 쏟아져 나오면
더욱 고독해지는 것과 마찬가지다.
아무도, 천지신명께 맹세코
그 누구도, 타인의 고독을 덜어줄 수 없다.
- 내일 아침이 되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말짱한 얼굴로 회사에 가리라.
크게 심호흡을 하고서, 나는 울음을 그치고 밥을 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