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CK-IN STAGE Vol.4 파티는 이미 시작되었다.
바야흐로 2004년 7월. 기존의 근로기준법이 개정되어 ‘주5일제’가 단계적으로 시행되었다. 이로 인해 토요일 역시 휴일이 되었으며 사람들은 금요일 퇴근 시간을 위해 5일 같은 월요일 하루를 보내게 된다. 일주일의 모든 피로를 불태워버리는 그 시간!(숙취는 피로를 더 쌓이게 하지만) 주5일제가 낳은 신조어. 불타는 금요일. ‘불금’이다.
그만큼 불금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에 대한 사람들의 욕구가 끊이질 않는 와중에 이러한 기회를 제대로 포착해 새로운 공간에서 신선한 경험을 투척하고 있는 파티가 있다. 사상인디스테이션 CATs – 불금파티가 바로 그곳이다. 늘어난 여가만큼 문화적 경험을 중요시하게 된 대중들은 새로운 취미 및 문화 활동을 추구하게 되었고 뮤직페스티벌이 탄생하고 점점 성장하게 된 배경 그 중심에는 바로 ‘주 5일제’가 있다.
불금파티를 소개하기에 앞서 파티가 열리는 공연장 사상인디스테이션을 먼저 소개하겠다. 트랜스포머가 변신한 듯한 차가우면서도 역동적인 모습이 경전철 아래 자리하고 있다, “인디스테이션이라고 해서 왔더니 정말 지하철역에 있을 줄은 몰랐다”는 킹스턴루디스카의 보컬 슈가석율의 말처럼 정말 경전철 역 아래에서 복합문화시설로써 지금도 힘차게 헤엄치고 있다.
불금파티는 장르와 관계없이 매번 컨셉이 바뀌는 공연으로 관객에게 늘 색다르게 다가간다. 벅와일즈크루, Alive Music, 언체인드 등 힙합부터 펑크, 메탈을 가리지 않고 넓은 스펙트럼의 아티스트들이 불금파티 무대에 섰다. 최근에는 가정의 달을 맞아 트로트 무대까지 그 영역을 넓혀 주목을 받았다. 이렇게 다채로운 장르의 이유는 그만큼 다양한 아티스트들을 시민들에게 소개하겠다는 CATs의 의지라고도 볼 수 있겠다. 아티스트들의 선을 긋지 않고 실력을 갖추고 관객이 원한다면 누구나 서브컬쳐라는 틀 안에서 무대에 오를 수 있는 것이다. 자신의 음악을 선보일 수 있는 기회의 장이기도 하고 관객에게는 새로운 뮤지션의 탄생을 몸소 지켜볼 수 있는 무대가 ‘불금파티’이다.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현재 불금파티는 다양한 장르의 아티스트를 무대에 세우고 안정적으로 2년 남짓 공연이 진행되는 것에 비해 찾아오는 관객은 적다. 자체적인 기획력과 홍보보다 출연진에 의존하고 있고 부산 출연진만으로는 관객에게 다가가는 것이 쉽지 않아 최근에는 기존에 부산 뮤지션을 위한 무대라는 공식에서 한보 물러나 서울 등에서 활동하는 이름이 제법 알려진 뮤지션들도 적극적으로 섭외하고 있다. 인디 문화 수요의 주체인 청년들의 접근성이 상당히 떨어진다는 것이 주된 이유이거니와 수요층을 사로잡을 홍보컨텐츠가 부족하여 공연소식과 더불어 공간의 존재조차도 모르는 사람들도 더러 있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왜 인디 문화였을까? 라는 궁금증도 있다. 앞서 소개한 ‘클럽투어’가 진행되는 부산대, 이 외에도 경성대 일대에서 현재 로컬 인디씬의 움직임이 왕성하게 진행되고 있는데 굳이 서부산권에도 인디 문화를 전달할 필요가 있을까? 기존에 진행되는 컨텐츠들을 발전시키고 서부산에는 서부산에 맞는 문화활동을 펼쳐볼 수 있지 않았을까.
다른 지역에 비해 서부산권은 인구의 고령화가 빨리 진행되며 청년들의 움직임이 약해 문화적 활동이 많이 낙후되어 있다. 서부산의 문화적 갈증을 해소하고 누구든 간편하게 문화활동을 향유할 수 있게 하고자 목표하는 것이 사상인디스테이션이지만 현재로썬 사상구의 인구분포를 고려한 컨텐츠 제작이 조금 시급해 보인다.
이에 대응하여 2015년. 불금파티는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하고 있다. 서울에서 활동하는 인디밴드와 부산 밴드와의 교류를 장려하여 함께하는 공연을 통해 관객과 아티스트 모두를 만족시키는 컨셉은 앞서 언급했듯이 기존의 공식을 깨는 아쉬움을 자아내지만 새로운 실험으로써 발전하는 불금파티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긍정적인 반응이다. Freestyle Town과 Alive Music의 조인트 공연을 시작으로 드라마 ‘연애의 발견’을 통해 20대 여성들의 절대적 지지를 한몸에 받는 ‘어쿠스틱 콜라보’와 부산 대표 어쿠스틱 밴드 ‘문센트’의 합동공연 그리고 한국 스카뮤직의 양대산맥 ‘킹스턴루디스카’와 ‘스카웨이커스’의 공연으로 더 많은 관객이 유입되고 불금파티도 홍보효과를 확실히 누린 것으로 보인다.
결정적인 건 이런 공연들이 전부 무료라는 점이다. 사상인디스테이션은 부산문화재단 산하에서 운영되고 있으므로 영리활동보다는 부산시민의 평등한 문화적 혜택을 위해 공익적 역할을 함께 수행하고 있다. 앞서 말했듯이 문화적 여건이 열악한 서부산권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사상인디스테이션은 그 시작의 첫걸음이자 거점의 역할을 수행한다.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것이 관건이지만 불금파티를 처음 찾았던 관객들은 이런 수준의 공연들이 무료로 제공된다는 점에서 상당히 놀라는 분위기이다. 불금파티의 다양한 차원의 시도가 시민 나아가 부산의 청년들을 포섭함으로써 내년쯤에는 더욱 긍정적인 반응을 기대해도 좋아보인다.
무료로 내가 좋아하는 밴드 혹은 래퍼의 공연을 볼 수 있으니 찾아가는 것쯤이야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서울과 부산에서 각각 활동하는 아티스트의 합동공연이 아직 부산 아티스트가 익숙지 않은 관객들에게는 아직은 다소 어색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최근 ‘불금파티 – Rock’n 樂’ 공연에서도 역시 밴드 네미시스의 팬이 대다수였기에 이전에 공연한 매닉시브와 스톤드 공연은 생소하게 들리기 때문인지 마음껏 즐기는 분위기 연출이 약하였다고 판단된다. ‘부산에 이런 음악도 있다는 것을 알아주세요.’ 스톤드가 무대 위에서 자신들을 어색해하는 관객에게 외친 일종의 담담한 아우성이었다. 아직도 여러 기획자와 뮤지션들이 더욱 노력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그러나 관객들도 훌륭한 공간에서 무료로 즐기는 값진 공연에 마음을 열고 무대를 느껴주셨으면 한다. 더불어 무료인 만큼 공연을 보고 옆에서 판매하는 뮤지션들의 CD에도 관심을 기울여 보는 것은 어떨까.
지난 4월에 열렸던 불금파티-BOOM BOOM은 불금파티가 앞으로 지향해야 할 어떤 방향을 제시했던 공연이었다. 스카웨이커스와 킹스턴루디스카의 합동공연으로 흥겨운 무대를 선보여 관객 모두가 아래위로 팔을 흔들며 이른바 ‘스캥킹’을 즐기는 모습이 인상적으로 남아있다. 더욱 주목했던 모습은 지나가던 아주머니 아저씨들도 공연소리를 듣고는 공연장을 찾아 음악에 몸을 맡기며 젊은이들과 소통했다는 점이다. 다소 생소한 출연진과 음악이었을 수 있지만 거리낌 없이 청년들의 움직임을 눈치껏 따라 하며 함께 공연을 즐기는 모습은 내가 불금파티를 찾으며 봤던 가장 유쾌한 광경이었다.
인디 문화의 폭넓은 보급이라는 측면에서 불금파티는 앞으로도 존재해야 할 이유가 있다. 폭넓은 보급인 만큼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 공연을 찾아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앞으로도 불금파티는 계속된다. 워어어어얼화아아수우모옥 열심히 일하고 정직하게 금요일만큼은 내려놓고 놀아보자. 이미 파티는 시작되었다.
2015. 12. 23. WAESANO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