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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해 Mar 31. 2023

소금김밥은 미식이 될 수 없을까?

 6개월쯤 전부터 유튜브에서 논란이 되는 메뉴가 있다. 바로 부천 맛객미식쇼의 '소금김밥'이다. 이곳의 주인장은 KBS 인간극장 '맛객 길을 떠나다'편에 출연한 이력이 있다. 자칭, 통칭 맛객의 칭호를 가졌다고 볼 수 있다. 맛객미식쇼의 메뉴의 컨셉은 주인장이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가장 좋다고 여겨지는 재료들을 모아 제철요리를 내는 술집 및 오마카세이다. 메뉴 전부 싸다고 하기엔 뭐하지만 그렇다고 비싼 편은 아니며, 나름 납득될만한 가격 구성을 가진 집이다. 그러나 이곳이 갑자기 논란이 된 이유는 바로 인스타와 유튜브 홍보 때문이다. 이곳을 인플루언서들이 부천의 대표 맛집으로 소개하면서 꼭 먹어봐야 할 메뉴로 소금김밥을 꼽았기 때문이다. 유튜버 뿐만 아니라 주인장도 이곳의 시그니쳐를 하나만 꼽으라고 한다면 소금김밥을 꼽을 정도로 밀어주고 있는 메뉴이다. 그래서 문제의 게시글은 웨이팅해서 먹는 소금김밥이라고 설명하였고, 인터넷은 난리가 났다. 


 소금김밥 만드는 법은 단순하다. 김을 깔고, 밥을 올리고, 소금을 치고 말면 된다. 그러나 이것이 시그니쳐 메뉴라고 설명하는 주인장의 당당함에 열광하는 사람반과 돈 아깝다는 사람반 나뉘어 싸우기 시작했다. 밥에, 김에, 소금 친 것을 맛이 뭐가 다르다고 3천 원이나 주고, 웨이팅까지해서 먹냐가 처음에 논란된 이유였다. 3천 원의 가격 논란으로 유명해진 이후 편스토랑의 류수영은 소금김밥을 공중파에서 선보여 이제 정말 많은 사람들이 아는 메뉴가 되었다. 이것만 봐서는 아니, 먹을 사람 먹고, 말 사람 마는 거지 이걸 왜 논란이라고 하는지 의문이 들 것이다. 논란이 된 이후에 활활 타오르게 된 이유는 바로 주인장의 답글이었다. 유튜브 내에선 슈퍼스타가 된 주인장은 자신을 공격하는 반 소금김밥파에 대대적으로 반격했다. 그러나 홀로 반 소금김밥파와 싸우던 맛객은 한가지 약점이 있었는데, 바로 접객 스타일이었다.


 해당 음식점은 주인이 불친절하고, 음식이 늦게 나오고, 서버가 불러도 오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또한 주력 메뉴 중 하나인 냉수육이라는 메뉴가 잡내가 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메뉴가 특별히 맛있지 않다는 점이 지적되었다. 사람들은 이 약점을 빌미로 불타오르며 해당 식당에 대해 집중 공격을 했고, 맛객은 너희들의 입맛이 무지해서 못느끼는 것이라고 반박한다. 서버 문제는 매장 수용률이 초과했기 때문에 느렸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반 소금김밥파에게 입맛이 무지하다는 반박은 반 소금김밥파에겐 계속해서 불타오를 수 있는 건덕지를 주었고, 소금김밥이 문제가 아니라 불친절한 주인장과 원활하지 않은 식사 속도 때문에 식사자리에서 기분이 나빴던 모든 사람들을 안티로 만들기 충분했다.


 그러나 현재도 예약이 힘들 정도로 늘 만석인 인기 음식점임에는 부인하기 힘들다. 거진 반년 넘게 안티팬들이 아무리 불타올라도 인기에 영향을 주지 않는 것을 봐선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일단 나는 아직 가보진 못했다. 가보자, 가보자 한지는 오래되었는데, 부천에 딱히 갈 일이 없어 당분간은 가볼 일이 없을 것 같다. 가보지도 않고 글을 쓰기로 생각한 것은 이 사건을 보면서 2가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첫 번째는 맛을 평가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이다. 단순히 사람마다 입맛이 다른데, 평가할 수 있을까에 대한 문제는 아니다. 누군가는 소금 김밥이 맛있다고 이야기할 것이고, 누군가는 특별한 맛이 아니다라고 이야기할 것이다. 그런데 인터넷으로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저게 뭐가 맛있냐는 생각이었다.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물어봐도 비슷한 이야기였다. 비싸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굉장히 많았다. 


 첫 번째로 비싸다는 의견이 조금 이해가 가지 않았다. 닭발집에서 밥 위에 김과 단무지 뿌려주는 주먹밥이 보통 3,500원이다. 가격은 오히려 술집치고는 괜찮지 않은가? 생각이 들었다. 재료와 만드는 방법이 차이가 난다면 왜 주먹밥은 사람들이 비싸다고 생각하지 않고 먹을까? 심지어 주먹밥은 비닐장갑을 주며 알아서 해 먹으라고 하는데. 강남에서 공깃밥이 2,000원이 되었을 때 사람들은 세상이 무너졌다고 이야기한다. 나도 동감이다. 공깃밥이 2,000원이 되면 쉽게 먹지 못할 것 같다. 2배로 오른 문제가 다르긴 하지만 음식의 이름에는 적정 가격이 있는 것 같다. 사람들의 기억 속에 김밥은 2천 원이라는 기준이 있다. 그리고, 가격뿐만 아니라 제품을 구성할 때의 기본적인 구성요소가 있다. 이 최소한의 구성요소와 기준 가격이 차이가 날 때 사람들은 비난을 한다. 가장 좋은 선례가 충무김밥이다. 충무김밥은 가장 기본적인 김밥의 구성요소를 갖추지 못했고, 가격이 차이가 난다. 이것이 내가 3,500원 주먹밥은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3,000원 소금김밥은 비싸다고 생각하는 이유이다.

 다음은 저걸 누가 먹냐는 의견이다. 내가 먹는다.. 나는 처음에 보고 진짜 괜찮다고 생각했었다. 술을 많이 먹었고, 딱히 메뉴를 하나 더 시키긴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3,000원 소금 김밥이 메뉴에 있다면 술안주로 무조건 시켰을 것 같다. 술을 마시면 탄수화물이 땡긴다. 술이 살이 찌게 만들고, 고깃집에선 공깃밥과 냉면이 빠질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술에 취한 상태에서 극 탄수화물 덩어리에, 소금이라는 단어만 봐도 굉장히 매력적으로 생각이 들었었다. 그러나 유튜버들이나 인터넷에서 조롱하며 웃는 것도 이해가 간다. 이들은 평가를 해야 하는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정보의 정확성을 이야기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다른 요소들의 개입을 최대한 줄여야만 한다. 인테리어, 조명, 서비스, 접근성 등의 항목도 있지만, 맛과 가격이 음식의 가장 큰 본질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음식의 맛과 가격은 상황에 따라 다르다. 최고급 쉐프일수록 돈을 많이 받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라 생각된다. 하지만 장소에 따라서도 가격은 달라진다. 설악산에 올라가서 먹는 컵라면은 5천 원이 넘는다. 하지만 눈이 오는 추운 겨울날, 그때 먹는 컵라면 맛은 다르게 느껴진다. 그 맛을 아는 사람들은 5천 원이 넘는 컵라면이 가격을 아까워하지 않고 먹는다. 그러나 인터넷에 앉아서 설악산의 매점은 컵라면이 5천 원이 넘는다는 이야기를 보면 너무 비싸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즉, 음식의 가격은 어디서 먹는지에 따라서 가격이 달라지며, 그것을 평가하는 나 자신조차 추구하는 가치관과 감정, 상황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나도 소주가 4천 원이 넘어가면 부담되어 잘 먹지 못한다. 내 기준에 소주는 3천 원이었다. 내게도 기준이 넘어가면 비싸다고 느껴지는 제품들이 꽤 많다. 그래서 소금김밥은 비싸다는 의견이 이해가 간다. 또한 여자친구와 함께 갔던 괜찮은 고깃집이, 부모님과 함께 가자 죄송한 마음이 드는 고깃집이 되었다. 나는 꽤 객관적으로 맛을 평가하는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누구랑 먹는지, 내 기분이 어떤지에 따라 천차만별이었던 것이다. 사람은 한 부분에 집중할수록 더 자세하게 볼 수 있지만, 그것에 빠지면 전체적으로 봤을 때 느껴지는 맥락과 상황, 감정을 놓칠 수 있다.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시간을 보내는 것이고, 시간은 연속적으로 흐른다. 나는 음식점을 평가할 때, 맛에 집중하는 것이 아닌 내가 지금 어떤 시간을 보내는지를 중점적으로 본다.


 다시 소금김밥으로 돌아간다면 내 생각에 맛객미식쇼의 가장 큰 문제는 음식의 나오는 속도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기다린다는 호의를 베풀 수 있는 리미트가 있다. 이런 호의를 베푸는 것을 몰라줄 때 무시한다는 감정이 든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 사과가 아닌, 비난으로 대처를 한다면 사람들의 호의를 받기 힘들다. 주인장의 음식과 실력에 대한 자부심은 느껴지지만 대처가 자부심만큼 큰 어른이라고 받아들이긴 어려워 아쉬웠다. 진짜 자부심에 의한 마이웨이는 상대방의 의견을 이해하고, 내 마음으로 바꾸려고 하지 않는 마음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나는 솔직히 소금김밥 먹어보고 싶다. 맛있을 것 같은데.. 곱창김에 토판염에.. 나만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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