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시작 직전, 날이 무척 더워졌다. 올해는 집에 혼자 있거나 우리 식구만 있을 땐 웬만하면 거의 에어컨을 작동시킨 적이 없었다. 손님들이 집에 왔을 경우에 어쩔 수 없이 가동하는 정도로 에어컨을 사용하고 있다. 온도는 늘 25에서 26도 정도로 맞춰 놓는다.
밤마다 첫째 아이는 자기 전에 내게 꽝꽝 언 물이 담긴 페트병을 수건에 감싸서 달라고 한다. 얼음 병 하나면 선풍기도 쐬지 않고 잘 잔다. 그만큼 정말 시원하다는 증거.
얼음 병과 선풍기 정도만 있어도 충분히 시원하다는 것을 우리 식구는 몸소 체험하고 있다. 손님들이 집에 오면 에어컨을 작동시키는 대신 그 얼음 병 하나씩 제공하고 싶은 심정이다. 다만, 내가 너무 소심이라서.. 당당하게 말을 못 하겠는 현실.
덥다. 더우면 당연하다는 듯 에어컨을 찾고, 에어컨을 켠다. 밖에만 나가도 어느 매장이든 실내에 들어가면 소름이 돋을 정도로 춥기까지 하다. 이렇게 에어컨을 원 없이 켜놓고 있으면, 굳이 말로 다 설명하지 않아도 환경에 득이 될 것 없다는 것은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일 것이다.
환경 보호 앞에서는 '나중 일은 나중에'가 성립되지 않는다. 환경을 나중에 지키려고 들면 그땐 이미 늦어버린다. 지금 이 순간도 이미 지구를 완벽하게 건강한 상태로 돌려놓는 건 불가능하기에. 그럼에도 나는 오늘도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는 공간에서 시원한 온도로 빵빵하게 틀어져 있는 에어컨을 쐬고 있다. 남들 앞에서도 소신껏 살려면 내 소심한 성격부터 고쳐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