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전세에 대기업 다녔던 강차장 이야기

by 비익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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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라는 드라마가 아주 인기다. 나 역시 엄청 몰입하여 드라마를 보고 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내가 빠져든 것일까~ 뭔가 내가 주인공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또한 다르면서도 비슷하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그럼 우선 비슷한 점부터 살펴보자. 서울에 산다. 음 그래, 서울에 살지. 대기업을 다닌다. 음 맞아, 지금은 아니지만 나도 꽤 대기업을 오래 다녔지. 나는 KT라는 통신 대기업을 약 16년 가까이 다니다가 작년말에 희망퇴직을 하였다. 어 그러고 보니 희망퇴직 즉 명예퇴직을 한 것도 비슷하네. 그리고 부동산 투자를 했다가 크게 실패한 경험이 있는 것도 비슷하다. 음 비슷한 점은 이 정도랄까~


그럼 이제 다른 점은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 김부장은 집이 자가다. 그런데 나는 집이 전세다. 서울 변두리에 내 명의의 집이 있기는 하지만 지금 살고 있는 집은 전세다. 서울 변두리의 집은 '서울 자가'라고 하기가 부끄럽기(!) 때문에 나는 내 집이 '서울 자가'가 아니라고 말하고 다닌다. 그리고 김부장은 '부장'이다. 나는 끝내 부장은 달지 못하고 '차장'에서 퇴사를 하였다. 대기업에서 임원 되기도 어렵지만 부장 되는 것도 진짜 쉽지 않았다. 차장까지는 꽤 순탄하게 올라갔지만 차장에서 부장의 벽을 넘지 못하고 차장만 11년을 하였다. 소위 나는 '만년 차장'이었다. 그리고 또 뭐가 다를까~ 드라마 속 김부장은 상가 투자에 실패하였고 나는 아파트 분양권 투자에 실패하였다. 그리고 김부장은 아들이 한 명 있지만 나는 자식이 없다. 다행히(!) 미혼은 아니다. 결혼한 지 21년 된 아내와 둘이 한 집에서 각방을 쓰며 살고 있다. 사이가 나쁜 건 아니다. 룸메이트처럼 '따로 또 같이' 산다고 해야 할까~


아 비슷한 점이 또하나 생각났다. 김부장도 통신 대기업이고 나도 통신 대기업이다. 통신회사라는 점에 엄청난 동질감을 느끼고 있다. 그리고 명예퇴직을 했다는 점에 대해서도 꽤 큰 동질감을 느끼고 있다. 이래저래 드라마에 빠져들 요인이 많다.


아직 드라마가 끝나지 않았다. 원작을 보지 않은 나는 결말을 모른다. 물론 원작을 봤어도 원작과 다르게 결말을 맺을 수도 있는 일이긴 하다. 아무쪼록 희망적인 결말이었으면 좋겠다. 해피엔딩이라는 비록 뻔한 결말이라 하더라도 나 자신을 심하게 이입하고 있는 김부장이 부디 좀 더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그리하여 나 역시 지금보다 좀 더 나은 삶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좀 더 내 삶에 희망을 갖고 싶다. 조금만 더 괜찮은 삶이었으면 좋겠다.


(이 글은 2025년 11월말에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