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우울증 환자다. 아니 정확하게는 조울증 환자다. 우울증과 조울증이 어떻게 다른지 아는가~ 쉽게 이야기하면 우울증은 내내 우울한 마음만 드는 것이고 조울증은 조증과 울증 그러니까 마음이 좋을 때도 있고 안 좋을 때도 있고 그것이 번갈아 오는 것이다. 그런데 마음이 좋을 때라는 것이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필요 이상으로 마음이 들뜨고 의욕이 넘친다. 조증이 오면 잠도 잘 안 온다. 12시에 자도 새벽 4시 정도만 되면 잠에서 깨곤 한다. 좋게 말하면 의사결정이 빨라지고 매사에 과감해진다고도 할 수 있는데 안 좋게 말하면 마음이 조급해지고 의사결정에 실패할 확률도 그만큼 높아지게 된다.
조증과 울증의 비중이 비슷하지는 않다. 한 번 울증이 시작되면 조증보다 훨씬 더 길게 간다. 두세달은 계속 우울한 마음이 지속되는 것이다. 울증의 기간이 되면 일단 잠을 엄청 많이 잔다. 보통 12시간은 기본이다. 아마도 현실 도피를 하고 싶은 마음에 그 도피처를 잠으로 하려는 것 같다. 그렇게 오랫동안 잠을 자고 겨우 일어나도 매사에 의욕이 생기지 않는다. 사람들과의 접촉이 꺼려지고 집 밖에 나가기가 무서워진다. 그냥 세상과 접속하기가 매우 어려워지는 것이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이 시기에도 식욕만큼은 변함이 없다. 밥은 계속 잘 먹는다. 덕분에(!) 우울증 다이어트는 내게는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
언제부터 그런 마음의 병을 앓기 시작하였나~ 내 기억에 처음 정신과를 갔던 때는 대학원에 다니던 시절, 2002년 가을이었다. 적성에 맞지 않는 대학원 공부와 지금은 아내가 된 당시 여친이 유학을 떠났던 빈자리가 가장 큰 요인이었지 않나 싶다. 그렇게 나는 당시에 참 낯선 정신과라는 병원에 처음 발을 디뎠다.
한동안은 괜찮았다. 그랬는데 두 번째 발병이 되었다. 그 때는 내가 공공기관에 다니다가 KT로 이직했던 첫 해인 2009년이었다. 삼성전자에 다니는 사람이 들으면 웃을 수도 있겠지만 당시 내게 KT라는 직장은 엄청나게 빡센(!) 직장이었다. 공(公) 조직에만 있다가 처음 들어간 사(私) 조직의 업무와 문화는 당시 내게 매우 큰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사람도 힘들었다. 팀에 유별난 여자 차장님이 있었는데 그 분 또한 내 발병에 크게 일조(!)를 하였다.
세 번째 발병도 기억난다. 오랜 기간 근무하던 미디어 부서를 떠나 전혀 다른 새로운 업무를 하는 부서로 이동한 첫 해인 2018년이었다. 전혀 다른 새로운 부서로 이동했다는 것은 이제 내가 회사에서 더이상 별볼일(!)이 없어졌다는 뜻이다. 그 때 다시 병원을 찾은 뒤로 2025년 지금까지 계속 병원에 다니고 있다. 2022년 이후 상태가 많이 좋아졌지만 관리 차원에서라도 병원에 다니는 것을 멈추지 않고 있다.
그러고 보니 인생의 거의 절반을 마음의 병과 함께 했던 것 같다. 참 오래도 함께 하였다. 그리고 아마 앞으로도 꽤 오랫동안 병원에 계속 다닐 것 같다. 여전히 병원을 끊는(!) 게 무섭기 때문이다. 마음의 병의 완치란 불가능한 것 같기도 하다. 그렇다면 그저 잘 관리하는 수밖에는 없는 것 같다. 그 놈(!)이 미쳐 날뛰지 않도록 잘 달래고 잘 어루만지는 수밖에 없을 게다.
우울증 아니 조울증아 조금만 도와다오~ 많이 괴롭히지 않을 테니 너도 나를 부디 너무 많이 괴롭히지는 말아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