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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어데 Josh고

어데 Josh고) 관전포인트

by 퇴근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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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우리 회사에는 빌런 조부장이 있다.
팀원들의 몸과 마음을 동시에 지치게 만드는, 바로 그 조씨 말이다

.

이런 사람은 신기하게도 어디에나 꼭 있다지.
‘또라이 총량의 법칙’이라는 말이 그래서 생긴 걸까.


조씨, 제발 정신 좀 차려라.
너… 어디, Josh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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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전부터 Josh는 여기저기서 빨빨거리며 다른 법인장들을 찍어내리느라 입에 땀나게 바빴다.

남을 깎아내려야만 자기 가치가 올라간다고 믿는, 딱 그 스타일. 도덕적으로야 글렀고,

팀 사기야 말할 것도 없이 바닥에 긁어댔다.


특히 이번 달엔 팀원들을 거의 수행원처럼 데리고 다니며 타 법인, 타 팀을 저격하는 데에 혼신의 힘을 쏟았다. 이유는 단순했다. Josh가 임원을 달고 싶었던 것.


뭐, “나는 임원이 될 거야!”라고 입버릇처럼 떠드는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었지만,

그동안은 그의 인성을 알아본 본부장이 잘 눌러왔던 모양이다.

문제는 그 본부장이 최근 개인사정으로 회사를 퇴사한 것.

Josh 입장에서는 ‘드디어 나의 시대 왔다!’ 하고 환호성을 질렀겠지.


하지만 역시 문제는 Josh 본인이다.
거침없이 그리고 깊이 없는 언행.
입만 열면 “나는 이번에 임원이 될 거다!” 온 동네방네 확성기처럼 떠들고 다니는 텐션.
인사라는 건 보안이 생명인데, 왜 그렇게 자신만만한지… 아니면 불안해서 더 떠드는 건지… 그것도 설득력은 있었다.


근데 진짜 그의 입방정은 이것이었다.
“나는 이번에 임원 안 되면 그만둘 거다!!”

이걸 팀원 모두가 진심으로 들었다.


그리고 그 말은 곧바로 다음 메시지와 동일했다.
‘너희는 내 인생 서브 캐릭터다.’

Josh는 회사도, 팀원도, 조직도 그냥 자기가 다음 단계로 점프하기 위한 발판으로만 보는 사람이었다.


임원이란 것도 결국 1년 계약직이고, 성과 없으면 바로 아웃이다. 그럼 Josh는? 임원이 되면 돈 더 받고 나가면 그만. 임원이 안 되면 더 좋은 자리 찾아 또 훨훨. 완벽한 철새형 인재.

팀원들은 이미 그의 됨됨이를 잘 알고 있었지만, 이번에 그의 속마음을 아주 정확히 다시 확인하게 된 셈이다.

그렇다면 팀원들의 관전 포인트는 무엇이었냐고?


“임원이 되길 바랬냐? 하니면 안되길 바랬냐?”
둘 다 아님.
팀원들의 소망은 단 하나였다.

그가 임원이 되든 말든, 잘리든 말든, 자기 발로 나가든 말든
하루라도 빨리, 우리 앞에서 사라져주기를.

그리고 드디어 오늘, Josh는 임원이 되었다.


성과가 특별히 있었냐고? 글쎄.
어쨌든 오늘 Josh는 날아다녔다.

그렇게 친절할 수가 없다.
모두에게 인사하고, 모두가 겉으로는 축하해줬다. - 심지어 나조차도.

하지만 진짜 관심사는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Josh는 과연 이 회사에… 얼마나 남아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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