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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ill Kim Feb 24. 2021

팬더믹에서의 리더의 역할

How to be a leader under pandemic

2020년은 그 어느 때보다 리더의 역할이 중요한 한 해였다. 영국 회사에서 팀을 이끌면서, 리더로서 팀을 유지하고 생존하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했다. 무거운 책임감에 힘겨웠지만, 어려운 시기에 리더의 역할과 덕목을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였다.

우리 회사는 자동차 엔지니어링 회사로써, 자동차 관련 프로젝트를 수행함으로써 수익을 창출한다. 따라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엔지니어가 가장 큰 자산이고, 리더는 엔지니어 팀을 구성하고 팀의 역량을 준비하여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책임이 있다. 이를 위해 채용부터 교육, 멘토, 기술 지원, 전략 수립까지 넓은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여기에 2020년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는 더욱 많은 역할이 기대된다. 여기서 팬더믹 같은 위기 상황에 리더가 어떻게 대처하는 지를 정리해 보았다.


1. Be Vigilant and Be Prepared

코로나가 발생하기 이전에도, 영국에서의 팀 리더로서 힘든 한 해가 예상되었다. 코로나에 가려져 스포트라이트를 많이 잃었지만, 영국은 5년 간에 긴 여정을 마치고, 마침내 브렉시트가 마무리된 한 해였다. 물론 마지막 순간까지 노딜(No deal) 일지 어떤 형태의 관계를 유지할지 확실하지 않았지만, 영국 자동차 업계에게 부정적인 영향이 확실시되었다. 실제로 영국에서의 주요 고객인 포드와 재규어 랜드로버는 전부터 허리띠를 졸라매기 시작한 단계였다. 브렉시트뿐만 아니라 전동화 및 무인차의 변곡점으로써 추이를 지켜보는 요인도 있었다.

영국 자동차 업계를 지켜보면서, '19년부터 팀을 정비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다. 우선 팀의 사이즈를 자연적으로 감소시키면서 생산성을 높이는 노력을 기울였다. 오해를 줄이고자 덧붙이자면, 정리해고를 진행한 것은 아니고 퇴사자의 포지션을 채우지 않는 것으로 팀을 슬림화하였다. 영국 회사는 이직률이 매년 20 ~ 30% 정도 되어서 항시 채용을 하지만, '19년 말부터는 채용을 보류하고 기존 인원을 활용하여 빈자리를 메웠다. 이에 따른 업무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 일의 목표를 조절하고 업무를 효율적으로 분배하는 것이 초점을 맞췄다. 또한 핵심 인원들에게 권한과 책임을 주어서 회사에 소속감을 높이고자 했다.

'19년에 진행했던 노력 덕분에, 브렉시트뿐만 아니라 코로나까지 겹친 '20년에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팀 운영을 할 수 있었다.


2. Be Open and Keep Positive

팀을 정비해서 코로나 상황을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회사 차원에서의 풍랑을 피하지는 못 했다. 영국은 3월부터 코로나 상황이 급격히 악화되어, 3월 중순에 갑작스럽게 전 국민 자가 격리 (Lock-down)에 들어갔다. 이로 인해, 지금 뉴 노멀 (New Normal)이라고 불리는 것들이 일상생활과 직장에서 시작되었다. 지금은 1년 남짓 지나서 뉴 노멀 (New Normal)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익숙해졌지만, 초기에 혼란은 피할 수 없었다. 위기의 순간에 리더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다. 결국 혼란스러울 때 팀원들이 바라보는 것은 팀 리더이고, 재택근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팀의 사기를 유지하면서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리더의 역할이다.

이러한 특수한 상황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커뮤니케이션'이었다. 재택근무에서 홀로 일하다 보면, 직원들은 회사의 소속감도 엷어지고 바뀐 상황에 당황하게 된다. 그리고 포드나 재규어 랜드로버도 몇 주간 문을 닫는 상황에서 회사의 미래도 불확실한 상황이 계속되어서 팀원들의 불안감이 고조되었다. 일주일에 한 번 이상 팀원 간에 상황을 공유하는 온라인 간담회를 가지면서 최대한 회사의 상황을 공유하고, 개인적으로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의사소통을 했다.

또한, 코로나와 회사 사정 때문에 사기가 저하되어 가는 상황에서 긍정적인 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 가능한 한 평소와 동일하게 업무를 수행하는 분위기를 유도했고, 일부 유급 일시 해고 (Furlough)에 적용된 팀원들은 논문 작성이나 교육 등으로 미래를 대비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긍정적인 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한 다른 노력으로 "온라인 AI 경진 대회"를 열었다. 이것은 각자 재미있는 AI 사례를 연구하고 소개해서 가장 창의적인 아이디어에 상금을 준 것이다. 이렇듯 힘든 상황에도 불구하고, 주어진 상황을 같이 극복하기 위해서는 열린 마음으로 소통하고 긍정적인 분위기를 유지하는 것이 리더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3. Be Realistic and Be Exemplary

책임을 맡은 조직을 미래에 대비시키고 현재에 최선을 다해도, 상황에 따라 한계를 다다를 때가 있다. 특히 회사가 준비가 안 되어 있고 상황 극복이 힘든 상황이면 작은 조직의 노력으로는 부족하다. 자동차 고객사도 불확실한 상황에서 허리띠를 졸라 매고 영국 정부도 자동차 프로젝트보다는 코로나 극복에 힘쓰는 상황에서 회사도 한계를 맞았다. 자발적 및 강제적 정리 해고를 통해 인원을 감축함으로써 위기를 극복하는 길을 택했다. 다행히 맡은 팀은 수행할 프로젝트가 확보되어서 대상이 아니었지만, 개인적으로 장기화되는 코로나 상황과 아직 닥치지 않은 브렉시트로 인해 그다음이 걱정이었다. 작은 조직을 지키기 위한 노력으로는 회사의 운명을 바꾸기에 부족하다.

많은 고민 끝에 결국은 회사를 떠나기로 결정했다. 가족이나 국가와 다르게 회사는 이해를 바탕으로 결속된 집단이고 이해를 달리하면 리더도 떠날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리더로서 팀원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컸지만, 어려운 시기에 팀을 안정화시켰다는 자위 감과 내가 보는 현실을 보여주기 위해 다른 길을 보여주고자 하는 마음에서 결단을 내렸다. 리더는 영구한 자리가 아니므로 끝이 있는 것이 현실이고, 마지막까지 길을 제시해주는 것이 최선의 길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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