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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빌로드 May 24. 2024

선택적 함구증 그리고 루푸스

언니들은 어릴때부터 말이 없던 나의 목이되어 주었다.

부모님과는 도저히 말이 통하지 않았는데, 엄마는 도무지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못 알아 듣겠다고 했다. 그러는 순간순간마다 언니들은 내 대변인처럼 내가 하는 말을 엄마가 알아듣기 쉽게 다시 해주거나 내 말을 대신해 주기도 했다. 그러는 상황마다 누가 내 얘기를 대신 해주길.. 누가 내 마음 좀 알아서 말로 해주길 기다렸다. 내 마음이 도저히 전달되지 않을 때는 나도모르게 뚱한 표정이 되었다.


이런 양상은 대학생이 되어서도 더 큰 어른이 되어서도 마찬가지였다. 인간관계는 늘 쉽지 않았고, 어려운 인간관계에서 내가 할 수 있는건 그 상황이 그저 끝나기를 바랄 뿐이었다. 대학생때 유난히 힘든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가 힘들어 졸업을 기다렸다. 졸업을 하며 그녀의 연락을 받지 않았다.


회사생활을 하며 상사의 부당함을 표현하지 못하고 불이익을 당했다. 예를들면, 그 상사가 '나이도 많은데 그만두라는 식의 인신공격을 하는 말을 한 것' 때문에 그만두려 했다는 말을 못하고, 내 잘못으로 그만두려 했다고 말하게 되어 급여가 삭감이 되었다거나...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신생아를 조리원 일주일만에 집에 데려오면서 산후도우미만 믿고 있었다. 그 조리원은 작년에 안 좋은 사건이 있기도 했고, 집에서 안전하게 돌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


산후도우미 후기를 열심히 보며 지정하였고, 친정과는 집도 멀고, (친정은 워낙에 불편하기도 하고), 남편은 일이 바빴고, 난생처음 출산을 겪으며 아이돌보는걸 겁을 냈던 나는 그 산후도우미에게 크게 의지했다


경력이 있는 만큼 일에 있어서 요령이 있던 분이었다. 처음 만날때부터 그녀는 자신이 파출부가 아니라는 언급을 했고, 기저귀 많이가는 걸로 트집잡혔던 이전 집의 이야기들을 늘어놓았다. 산후조리원에서 식사도 못하고 온 우리 부부는 한참을 그녀의 말을 듣고 있었다. 겨우 말이 끝나자 나는 "밥 좀 해주세요"라고 언급했다. "세상에 왜 말을 안해. 난 당연히 밥을 먹고 온 줄 알았네"


그러게...우리 두 사람 모두 그녀의 말이 끝나기 만을 기다렸던거 같다. "말씀중에 죄송하지만 저희가 식사를 안해서요."라고 말을 못했다.


아기에게 수유를 하기 위해서 발 받침이 필요한데 막 이사를 온 집에 먼지 쌓인 작은 욕실 의자를 청소하느라 애를 써야 했다.


아기를 안고 수유해야 하는 그녀는 아기케어를 중요하게 생각하기에 산모케어는 신경쓸 겨를이 없었나보다. 뭔가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내가 아기에게 수유를 하고 그녀가 그 의자를 닦아야 하는데 말이다.


조리원과 다르게 수유를 할건지 내게 물어보지 않았다. 보통은 당연히 도우미가 있으면 산모들은 방문닫고 들어가 잠을 잔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달랐는데.. 잠이없는 나는 오히려 낮에 아기돌보고 중간중간 자는게 더 나았는데... 어디서 산후조리때 손 하나 까딱 안한다는 말을 듣기도 했고, 아이돌보는걸 너무도 겁이나 했었나.


거실에 아기를 두며 아기를 보던데... 그거에 대해서도 그녀의 행동에서 원래 그런듯 자연스러웠기에 안방에 두면 안되냐고 언급이 되지 않았다.


거실. 하필이면 강한 바람이 나오는 공기청정기 옆에 아기를 두었다. 그걸보고 놀란 나는 쿠션으로 그 바람을 막아두었다. 그런데 다시 보니 쿠션이 없어져 있었다. (그녀가 어딘가에 사용했었겠지)


아기는 직방으로 그 바람을 맞고 있었는데, 난 그걸보고 아무 말이 안 나왔다. '이렇게 있어도 되나?'싶었지만 '어련히 알아서 잘 하겠지' 라는 마음도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공기청정기에서 바람이 나오는지 몰랐다며 "그런 말은 해야지"라고 하더라. 그리고 50일도 안된 아가는 중이염 진단을 받았다. 감기가 오래가면 중이염이라던데 감기가 심해 코막힘에 눈꼽이 심하게 꼈다.


그런데도 아기를 시원하게 키워야 한다며 목욕 후에 나온 바깥 온도 24~25도 정도였는데 아기를 머리를 잘 감싸지도 않고 밖으로 나왔다.

(후에 유트브 - 맘똑티비를 보니 목욕후 방 안도는 26도여야 한다고 했다)


출산 전에 여러 후기들을 보며 입주를 2달 하려고 했는데..신애의 말을 듣고 출퇴근 3주로 바꿨다. 신생아 잠만 자고 가볍다고. 출산이 아무리 어려워도 충분히 내가 케어가 가능했다. 나와 모자동실이 당연했는데, 어이없게도 경력있다는 구실로, 또 사람에 대한 두려움 으로 어떤 말도 못하고 난 그녀의 방식을 무조건 따른듯 진행되었다.


 '아기와 같이 있고 싶다'또는 아기 침대를 밖으로 가져갈때 "왜 침대를 밖으로 가져가냐" 라는 말을 언급조차 못하고 아기가 잘 있나 불안해서 방문은 늘 열어두고, 아기를 잘 봐주길 바라며 불안한 마음으로 그 상황을 보고만 있었다.


그러는 사이 내 몸의 병이 시작되었을 것이다. 아기에게서 시작된 감기가 온 가족에게 퍼졌고 나는 유독 심하게와서 천식증상에 누워서 못자고 앉아서 겨우 잤다.


두렵고 불안한 마음을 느껴주어야 하는데, 세상도 무섭고 사람도 무서워 벌벌 떨고만 있었나 보다. 그리고 옆에 사람이 있으면 그 감정조차 느끼지 못하고 긴장되어 얼어 붙어, 입술까지 얼어붙어 말도 못하고 남이 하라는 대로 하는 바보가 된다


말이 안 나오는 선택적 함구증이라는 불안장애 대로 그 모든 현상을 두고만 보고 있었다.


잠잠하던 루푸스증상이 시작된걸 느꼈다. 내몸이 나를 공격하고 있는 걸 직감했고, 산후도우미 하루남겨두고 업체에 하소연하며 나오지 못하게 했다.


폐렴처럼 가슴쪽도 아파와 겁이났다. 그렇게 심하게 아프며 김상운님의 "근원의 사랑속에서 사는 명상"을 하는데 그렇게도 내용이 깊이 와 닿았다.


오감을 뺀 텅빈 근원의 마음과 나를 동일시 니 조금씩 몸의 증상을 해결하는 방법이 떠오르고, 몸이 차차 회복되어 갔다. 날씨가 좋아 기온이 올라간 것도 한 몫했다.


오레가노 오일

호흡보조도구

콧물흡입기 등.

그리고 잠..


언어치료를 받아야할 만큼 내 상황이 이렇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더 나를 잘 알게 되었으니... 나 스스로. 언어치료를 해보려한다.


P.s 그놈의 후기.. 출장마시지 후기 좋은 거에 꽂혀서 산후도우미 2주 연장했다. 마사지 스케쥴이 그때만 되어서. 차라리 다른데서 받을걸. 그 후기가 뭐라고. 지나고 보니 거기서 거기인데. 산후도우미가 일주일 연장하라고 꼬득였다. 일 쉽게하려는 거였는데 조리를 잘 해야된다는 둥. 혹시나 원더윅스가 올까싶어 일주일 더 연장했다. 그러나 약먹은 아가는 잠만 잘잤다. 산후도우미 후기도, 마사지. 후기도 후기에 꽂혀 텅빈마음이 되지 못한 내 잘못이다. 현재 나는 저 순한 아가를 낮에 더 많이 보지 못한게 후회가 된다. 너무 아쉽다.


내가 봤으면 전자파에서 멀어지게 하는거도 신경썼을텐데... 딸꾹질도 빨리 멈추게 케어했을텐데. 목욕을 빨리 배웠으면 목욕후 따뜻하게 더 잘했줬을텐데


뉴스에 산후도우미 관련해서 워낙 사고가 많으니 더 큰 사고가 없던거에 감사하면서도, 말도 못하고 산후도우미 기간이 끝나길 기다련던 바보같던 나를 두고 답답한 마음이 올라온다. 그리고 그러다 병을 키운 내게 그래도 애썼다며 토닥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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