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을에 구상하고 겨울에 써서, 봄에 마무리하고 여름에 보완한 에세이가 사계절을 지나 다시 가을에 접어들 무렵에 출간되었습니다.
<그림으로 보는 발레대백과>와 <강아지 심리학> (출간예정) 번역으로 인연을 맺은 동글디자인 출판사로부터 번역을 주제로 책을 써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았을 때 “헉”하고 답한 저는 혼잣말로 ‘내가 무슨?’하고 중얼거렸지요. 하지만 손가락은 “뭐든 할게요ㅎㅎ”라고 입력하고 있었고, “원래 글이든 번역이든 해야 할 때 해지더라”며 아무런 준비도 없이 덜컥 약속을 해버렸습니다.
물론 책을 내고 싶단 생각을 안 해본 건 아닙니다. 출판번역가를 꿈꾸고 준비하면서 번역가 선배들이 낸 책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고, 언젠가 나도 오랜 경력이 쌓여서 번역가로 인정받고 자리를 잡으면 (그런 날이 오기만 한다면) 번역가라는 직업을 내세워 저의 글로 누군가에게 도움을, 즐거움을, 감동을 주고 싶다고 생각했더랬습니다.
그런데 예상보다 기회가 빨리 온 거지요.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현실적 판단으로 ‘에이~ 제가 무슨 책을 써요’라는 답을 보낼 수도 있었지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 상황 그대로, 3년 차 번역가로서 인정받고 자리잡으려고 애쓰는 이야기를 책으로 쓰지 말란 법도 없잖아?’ 번역가 지망생에게는 오히려 추억 필터를 입히지 않은 더 생생한 날것의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순간의 판단으로 “뭐든 할게요”라고 답했고, 그렇게 이 책이 세상에 나오게 되었네요.
어떤 내용을 써야 ‘나도 좋고 독자도 좋은’ 책이 될까 고민하다 보니 시간을 거슬러거슬러 초등학교 5학년 때 처음 영어를 접한 일화까지 등장합니다. 그맘때부터 시작해 책을 구상하고 쓰던 시점까지의 ‘나와 영어와 번역’이라는 주제로 경험과 일상을 담았고 한 인간으로, 두 아이의 엄마로서 살아가는 이야기도 조금 덧붙였습니다. 부끄러운 일화들도 많지만 그냥 다...
책이 만들어지며 계절이 바뀌는 동안에도 저는 몇 걸음 더 나아왔어요. 이제 시작이긴 하지만 누구라도 출발선에 서기까지 과정에는 사연이 많을 것입니다. 가장 개인적이고, 그래서 더 보편적일지도 모르는 사연들이, 실용에세이로 또 누군가에겐 공감에세이 로 두루두루 (많이) 읽히길 바라는 간절함을 담아 제 첫 책을 소개하는 마음이 설레고도 불안하고 뿌듯하면서도 절실하고 암튼, 복잡다단하네요... (다음 편에 계속 ㅋ)
책 소개는 앞으로 조금씩 나눠서 (자주) 하려고 합니다. 많은 응원과 관심과 사랑과 구매!를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