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걸어 나가기
다시 삶의 여유를 찾게 되었는지 어느새 또 무언가를 써보고 싶어 졌습니다.
그동안 안녕들 하셨나요!
저는 안녕치못한 날도 있었고, 안녕한 날도 있었던 거 같네요. 새로운 일자리를 구했었고, 운 좋게도 제가 맡은 일이 갑작스러운 붐을 일으키게 되어 순식간에 거친 일거리에 휩쓸렸던 시간들이었습니다.
분명, 입사 초기 한두어 달만 해도, 이 회사 이대로 괜찮은가를 걱정하기도 했었죠. (지금 돌아보니, 참 시답지 않은 생각이었네요.) 월급루팡이라는 걸 제대로 하면서 시간을 보내다가, 갑자기 제가 맡은 아티스트가 급하게 대한민국의 화두가 되어버렸어요. (참고로 저는 엔터테인먼트의 경력을 다시 살려, 어느 회사로 다시 들어가게 됐었답니다.)
자고 일어나니, 세상이 온통 제 담당 아티스트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사람일은 정말 모르는 건가 봅니다. 그렇게 정신없이 나의 모든 것을 갈아넣기도 했습니다.
근데, 너무 오랜만에 풀액셀을 밟아버린 걸까요. 과부하가 생기기도 했고, 감당하기가 버거워졌습니다. 두근 거리는 마음으로, 인원 충원을 요청해 보았습니다. 저는 자존심이 매우, 특히 일에 있어서는 더더욱 높은 편이라, 백기 들기를 정말 싫어하는 사람이에요. 그래서 어떻게든 다 감당을 해보려 했지만, 어느 순간 이건 무모한 자존심이다라고 생각이 들더군요. 일의 양은 점점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많은 일을 혼자서 감당하다 보면, 의도치 않게 누락이 생길 수도 있다고 판단했던 거 같아요. 타사 대비, 보통 2-3명이서 하는 분량을 혼자 감내해야 하다 보니, 현실적으로 고민을 했던 거 같네요.
앞으로의 미래를 위해, 그리고 더욱 촘촘한 전진을 위해, 충원을 고심 끝에 어렵게 말했는데 결과는, 아쉽게도 받아들여지지가 않았습니다. 나름 심도 있게 타당한 근거를 들어서 설명해 보았지만, 직원과 경영을 이끌어가는 사업주는 서로 합의를 보기가 어려웠어요.
계속해서 일을 하다 보니,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 이상 갈아 나올 만한 콩이 없는 상태에서 맷돌만 돌리고 있다는 느낌이요. 그리고 무엇보다 강도 높은 일을 혼자서 수행하고 버티다 보니, 온 스트레스가 치아로 와버렸어요. 절치부심이 이런 건가 하는 생각으로 일을 했던 거 같아요. 치아도 잇몸도 손상이 없다는데 매일매일 이가 너무 아파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어요.
치과에 가보니 그저 신경통이라고 하며, 진통제를 주어 한 달 동안은 1일 1알씩 버텼던 거 같아요.
큰 결심 끝에, 내가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라면 내려놓아보자 하고 마음을 먹었던 거 같아요. 시도도 해보지 않고 포기하는 것은 비겁할 수 있지만, 진심으로 노력을 했고, 노력을 했음에도 버거웠고, 그리고 극복하려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는데 부딪혔다면. 그것은 이미 충분했었다고 저는 말하고 싶네요.
앞으로의 커리어가 욕심이 나기도 했지만, 저를 위해 그리고 나를 사랑하는 나의 가족들을 위해, 조금은 돌아가기로 다시 한번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래서 굳게 퇴사를 결정했고, 지금은 다시 나를 찾아가는 중입니다.
한 가지, 감사한 것은 그래도 짧은 시간 진심을 다해 열심히 일한 것에 대한 보람인지, 타사에서 좋은 제안을 받고 이직도 하게 되었습니다.
다시, 출근을 하게 되면 그곳은 새로운 스트레스가 반길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다시 신발끈을 고쳐 매고, 새로이 나아가봐야겠네요. 조금 더 단단해진, 제가 되어 돌아온 거 같아서 기분이 꽤 괜찮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