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섯 번째 글

2023/08/04_오후 4시 39분

by 빈아

어제 정말 사소한 걸로 엄마와 싸웠다. 아니, 싸웠다기보단 엄마가 일방적으로 내게 상처받은 티를 냈다.


엄마와 나는 서로 정말 다르다. 엄마는 관심을 받는 것도 주는 것도 좋아하고, 그게 부모 자식 간에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반면 나는 철저히 나를 독립적인 개체로 바라봐 주길 바란다. 혼자 있고 싶어 하고, 나와 말이 잘 통하는 사람과만 대화하고 싶어 한다. 그리고 엄마는 자기 생각이 정답인 사람이라 내가 하는 말이 가끔 자기를 무시하는 발언으로 들린다고 한다. 나는 내 의견을 말했을 뿐인데, 어느 순간 나만 나쁜 사람이 되어있다. 그래서 우린 자주 붙어있으면 안 된다. 떨어져 있다가 가족 경조사 때나 만나야 서로에게 좋다. 그것이 평화인 사이다.


무엇보다 나는 엄마와 있을 때 나오는 내 날것의 모습들이 싫다. 다른 어른들한텐 친절하고 깍듯하면서 엄마에겐 무뚝뚝하고 신경질적인 딸이기에 당연히 이는 내가 바라는 모습이 아니다. 그렇다고 갑자기 애교쟁이 딸이 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러고 싶지도 않다.


경제력만 갖춘다면, 나의 1순위 목표이자 소원은 독립이다. 무조건. 혼자 살며 편하게 작업하고 싶고, 엄마와 거리를 좀 두고 싶다. 어릴 때부터 나는 기숙사에 살거나 자취를 한 적이 없기 때문에 계속 가족과 같이 살았다. 그래서 우린 좀 떨어질 필요가 있다. 서로가 서로에게 좋지 않은 가족 사이, 그런 엄마와 딸 사이도 있는 것이다. 사람 대 사람으로 보면 충분히 당연한 일이다. 엄마도 그렇게 생각해 주었으면 좋겠다. 사이가 당연히 안 좋은 가족 관계도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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