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다섯 번째 글

2023/08/03_새벽 12시 11분

by 빈아

어제의 글을 쓴 지 1시간도 채 지나지 않았지만, 이 스케치북을 기꺼이 채울 수 있을 것 같아 펜을 들었다. 이렇게 며칠간 손으로 글을 쓰면서 느낀 건데, 쓴 글이 성에 차지 않아도 계속 흐르듯 쓰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오히려 이게 내 진짜 목소리이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중간중간 텀을 두고 생각에 잠기게 되는데, 그럴 시간도 없이 후루룩 써 내려갈 수 있는 풍부한 어휘력이 내게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인 글도 좋지만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이는 글도 쓰고 싶으니까. 마음과 달리 이 바람은 평생의 숙제로 가져가야 할 난제로 다가온다.


손으로 쓰니, 찍찍 긋고 다시 쓰거나 더 쓰고 싶은 것을 중간에 끼워 넣는 것이 흔적으로 남아서 좋은 것 같다. 내가 글을, 글을 쓰는 행위를 이렇게까지 사랑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나. 클래식을 들으며 부드럽게 잉크를 쏟아내니 피곤이 싹 씻겨 내려가고, 심난했던 마음도 정화되고 치유된다.


방금 '심난하다'는 말을 쓰며 난인지 란인지 헷갈려 검색을 해봤는데, 심'난'하다는 어떤 상황이나 입장이 매우 어렵거나 곤란하다는 뜻으로, 고되다, 어렵다는 유의어가 있고, 예시로는 '일이 심난하다'가 있다. 반면 심'란'하다는 마음이 어수선하다는 뜻으로, '마음이 심란하여~', '~하게 되어 심란하다'로 쓰인다고 한다. 심란의 심만 '마음 심'자다. 그러니 나는 '란'으로 써야 맞았다. 한글은 참 좋은데, 이럴 때마다 굉장히 어렵다고 느낀다.


아무 말 대잔치인 것 같아도 오늘 이 시간은, 그리고 이때의 마음은 다시 돌아오지 않을 테니 이렇게 기록으로 남기는 게 정말 소중하다는 걸 다시금 느낀다. 사랑해. 나의 글, 펜, 스케치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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