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덟 번째 글

2023/08/06_오후 12시 58분

by 빈아

오랜만에 스터디 카페를 왔다. 늘 조용하고 시원한 이곳은 작업하기 안성맞춤이다.


펜을 두꺼운 걸로 바꾸고 나서 글씨가 커진 것 같아 오늘은 작게, 가득 채워보려 한다.


손으로 글을 쓰는 이 일도 벌써 18일째다. 어느샌가 하루에 한 번 글 쓰는 게 당연해졌고, 매일 다양한 것들을 기록하며 내 삶이 그리 단조롭지만은 않음을 실감하는 중이다. 주로 일을 시작하기 전에 글을 쓰는데, 시끄러운 속이 차분히 정리되고, 작업 공간과도 교감할 수 있어 좋다. 오늘 뭔가 계획한 일을 다 끝내고 뿌듯하게 집에 돌아갈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글씨를 또박또박 쓰려다 보니 손에 힘이 많이 들어가곤 하는데, 그래서 연필로 바꿀까도 싶었지만, 펜으로 시작했으면 끝까지 펜으로 써야 한다는 이 알 수 없는 강박에 못 이기는 중이다. 아직 한 달이나 더 써야 하는 데 말이다.


오늘은 작업하던 인스타툰을 마무리하고 다음 편 글을 쓴 다음, 여행 계획을 세울 것이다. 아직 성수기라 여기저기 다 비싸고 방도 없지만 이렇게 마음이 생겼을 때 떠나야 한다. 일찍부터 부지런히 산책하고, 사색하다 작업하고, 맛있는 것도 먹는, 휴식 같은 여행이 목적이다. 이번 주에 작업을 너무 못해서 진짜 온전히 집중하고 싶은데, 이왕이면 타지로 떠나 나하고만 교감하며 몰두하고 싶다. 서울 이곳은, 답답하다. 가을은 언제 오려나.


나의 미라클 모닝은 이번 여름엔 쉽지 않을 것 같다. 덥고도 덥다. 생각해 보면 결국 의지의 문제지만 충분히 쉬고 다시 시작하는 것도 나에겐 중요하다. 하고 싶을 때 해야 능률도 오르는 법. 선선했던 봄에 카디건을 걸치고 책상에 앉아 그림을 그렸을 때가 참 좋았다. 가을이 오면 그때의 감정을 또 느끼기 위해 부지런히 눈을 뜨지 않을까. 눈꺼풀도 더운지 도통 뜰 생각을 하지 않는 여름의 아침이다. 선풍기 바람이 싫어 이불을 뒤집어쓰다가도 더워서 다시 이불을 차길 반복하고, 그러다 잠도 설치게 되는 여름의 밤 때문이겠지. 이 여름을 잘 나려면, 그래, 리프레시가 필요하고, 그러니 여행을 떠나야 한다. 어딜 가나 덥겠지만... 서울보다 답답하지 않을 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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