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아홉 번째 글

2023/08/07_오후 12시 43분

by 빈아

어제와 비슷한 시간에 같은 스터디 카페에 왔다. 어쨌든 몸을 움직여 이곳에 오면 뭐든 하게 되어 있다.


나의 여름휴가 장소는 순천으로 정해졌다. 숙소는 독실. 아마 순천만 습지와 공원만 둘러보고 나머지 시간엔 작업에 몰두하지 않을까 싶다. 지키지 못할 약속을 내뱉는 것 같지만. 어제부터 콧물이 나고 몸이 으스스한 게 여름 감기가 찾아온 듯하다. 그래서 이번 여행은 더더욱 돌아다니길 자제해야 한다. 제발 적당히 돌아다니자.


인스타툰에 고등학교 때 쓴 논문 이야기를 쓰려고 자료를 찾아 챙겨 왔는데, 거기 적힌 소감문이 그렇게 뭉클할 수가 없다. 나는 그때나 지금이나 고민이 참 많았고,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끊임없이 치열했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몸을 일으켜 움직였던 것들이 나를 바꾸고 성장시켰다. 생은 결국 이 과정의 반복임을 다시금 느꼈다.


어서 에어컨 바람이 아닌 자연의 바람을 쐬고 싶다. 어쩐지 여행을 다녀오면 다 나을 것 같다. 감기도, 답답한 마음도, 쫓기는 누군가로부터의 도망도, 혼자이고 싶은 나도.


작은 스케치북이라는 이름이 새삼 참 알맞다고 느껴진다. 스케치북치고 스프링도 없고 크기도 작은 이 아이가 나로 하여금 하루하루를 그려내고 기록하게 하고 있다. 작지만 '스케치북'의 본질은 그대로 갖고 있다. 그래서 여기엔 나도 나와 내 생각의 본질을 온전히 기록하고 싶어진다. 언젠가 책을 낸다면 누군가에게 이런 역할을 선물해 줄 수 있는 굿즈를 함께 만들면 좋을 것 같다.


아무래도 지금 하고 있는 아르바이트를 계속할지 말지에 대한 고민도 여행하면서 결론을 짓고 와야 할 것 같다. 엄마와 오래 붙어있으면 늘 사달이 나니.


여행 가면 이 한 페이지를 하나의 주제로 채울 수 있을까. 그렇게 무언가에 몰입할 수 있을까. 어디 멀리, 오래 떠날 사람처럼, 여행 후엔 모든 것이 달라져 있을 것처럼 구는 요즘이다. 미래의 나에게 너무 큰 부담을 주고 있다. 글이나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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