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번째 글

2023/08/08_오후 12시 46분

by 빈아

'다이노탱(내가 오래전부터 좋아하고 있는 캐릭터이다)' 팝업을 가기 위해 집을 나섰는데, 입장 마감됐다는 소식을 듣고 아쉽지만 방향을 틀어 신촌으로 왔다. '독수리 다방'이란 곳에 왔는데 공간의 인테리어와 분리,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마음에 든다. 취향 저격. 이런 카페가 있는 동네에 살고 싶다.


엄마와 여전히 냉전 중이라 그런지 독립의 욕구가 솟구치다 못해 하늘을 뚫어버릴 정도다. 이 혼란스러운 마음을 달래줄 시집이 꽂혀 있길래 음료를 기다리며 자리로 데려왔다.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이라는 시집이다. 학창 시절 '학교'라는 드라마에서 장나라 배우가 읊어주었던 시인데, 그때 듣자마자 가슴에 훅 와닿아서 여러 번 필사했던 기억이 난다. 아름답기만 한 꽃도 다 흔들리며 피어났음을, 그러니 우리도 다 흔들리다 피어날 것임을, 그렇게 따스하고도 다정하게 나를 품어줬던 시였다. 그의 다른 시를 읽어보진 않은 것 같아 오늘 여행 계획도 수정할 검 시집과 함께 여유로운 하루를 시작해 보려 한다. 빈아 프로필 리뉴얼 작업을 계속 미루고 있는데, 그것도 오늘 마무리하고 가려 한다. 바꾸긴 해야 하는데 바꿔도 또 바꾸고 싶을 것 같은, 시기상조의 마음이 있어서 망설이고 있었는데, 뭐 어때, 바꾸고 싶으면 또 바꾸면 되지.


여행과 동시에 태풍이 올라올 것 같아서 걱정이다. 순천만 습지 한번 가보려고 했는데, 통제만 안 되면 다행인 상황이다. 진짜 숙소에 박혀 작업만 하다 올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숙소비용 알차게 쓰고, 좋은 게 좋은 거지. 이참에 진짜 작업에 열중하다 와보지 뭐. 그 나름의 감성이 있을 테고 그것이 나를 쉬게 할 테니.


얼른 시집을 읽어보고 싶어 이만 마친다. 오늘 하루 무난히 보내보자.

매거진의 이전글열아홉 번째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