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8/09_오전 11시 53분
순천의 어느 카페에서 쓰는 글이다. 습지는 금요일로 일단 미루고, 오늘내일은 숙소 근처에서 작업하다 들어가려 한다. 카페가 굉장히 이국적이고 어둑한 감성으로 가득하다. 책상이 좀 높아서 작업하기 어렵긴 하겠지만 밖은 태풍이 다가오고 있고, 선택지가 없다.
여행을 다니면 드는 생각인데, 나의 사진 실력은 참 갈대 같다. 한결같이 못 찍거나, 계속 잘 찍거나. 오늘은 안 찍히는 날인 것 같다. 눈에 담는 것만큼 카메라가 못 담는 건 너무 당연하지만.
혼자 오니 평온하고 좋다. 좋아하는 사람과 같이 왔다면 더 좋았겠지만 지금은 그런 아쉬움은 없다. 작업차 내려온 거라 태풍? 비바람? 오히려 좋다. 실내에서도 여행 감성은 충분히 느낄 수 있고, 신발도 (비에 젖을까 봐 급하게 산) 슬리퍼로 갈아 신으니 편하고 좋다.
숙소에 짐을 맡기러 갔는데, 책이 쌓여 있는 공용 공간이며 넓은 침대가 있는 방, 다정한 주인아주머니까지 모두 마음에 들었다. 게스트 하우스만 다니다가 이런 곳에 묵을 생각을 하니 신이 난다. 독립의 기분, 딱 3일만 제대로 느끼고 올라가자. 이것도 삼일천하라 할 수 있을까. 거창한 말 같지만 적어도 내겐 그렇다.
오늘 나의 점심은 소금 크루아상과 뱅쇼 에이드이다. 크루아상은 무난하고 뱅소는 진하다. 적당히 맛있다. 근데 나가서 뭘 더 먹긴 해야 할 것 같다. 부족하다. 저녁에 이자카야에서 포장한 음식이랑 맥주 한 캔 사서 숙소에서 먹을 계획이긴 한데, 좀 시간이 남을 테니. 그리고 뭐니 뭐니 해도 여행은 잘 먹어야 행복하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일하고 돌아가자.
태풍아, 하필 왜 이때 오냐 싶었지만, 그래도 환영해. 나는 지금 모든 걸 포용할 준비가 되어 있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