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두 번째 글

2023/08/10_오전 9시 26분

by 빈아

여행 이틀 차, 태풍과 함께 맞이한 아침. 밤에 마신 밀크티 때문인지 잠을 설쳐서 피곤하다. 조식이 있는 줄 알았는데 없나 보다. 나가서 사 오거나 카페에서 때워야 할 듯하다. 가려고 했던 카페가 1시간 반 뒤에 연다. 근데 쿠키 종류만 파는 곳이라 아침으로는 어중간하다. 내일 아침으로 먹으려 했던 그릭 요거트를 먹고 카페로 가야 할 듯싶다. 숙소 침대가 너무 좋아서 숙소에서 작업하기로 한 계획을 일단 수정한다.


내일은 그래도 비가 덜 오겠지?


뭔가 불안한 마음이 자꾸 맴도는데, 마땅한 아르바이트 자리를 정해 정착하면 해결될 것 같다. 알바몬을 오랜만에 깔고 들어갔는데, 일의 공백기가 이력서상에 크게 자리할지도 모르겠다, 더 늦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하는 일을 계속해도 되지만 단순노동인 데다 거길 계속, 오래 다니기엔 출퇴근이 너무 힘들다. 엄마 차로 겨우 다녔는데 이젠 못쓰니. 서울로 돌아가서, 아니 시간이 되면 돌아가기 전에 이력서라도 수정해 놔야겠다. 엄마와의 관계 회복을 기다리느니 다른 편으로 움직이는 게 더 빠를 거라는 판단이다. 돈은 벌어야 하니까. 그래야 글 쓰고 그림 그리는 걸 지속할 수 있으니까.


어제 서점에 갔다가 책방지기분이 알려주신 코스대로 걸어 다녔는데, 덕분에 어제의 여행이 정말 좋았다. 특히 집밥 느낌의 상이 나오는 식당에 갔는데, 밥을 먹는 순간 뭔가 먹먹함이 밀려오는 느낌을 받았다. 하나하나 정성이 들어간 반찬들과 정겨운 인테리어, 다정한 직원분. 그 상황이 나를 현재 자체에 머물 수 있게 했다. 다양한 생각이 스치다가도 맛과 정성에 집중하게 되었다. 내가 아끼는 사람들과 또 가고 싶은 곳이었다. 평소 줄 서서 먹는 곳인데 어쩌면 태풍 덕에 손님이 별로 없었고, 나는 그 집의 따뜻한 기운을 온몸으로 느끼며 식사할 수 있었다. 치유의 순간이었다. 오늘내일은 휴무라 어제 꼭 먹었어야 했는데, 뭔가 꼭 어제여야 했던 것처럼 모든 상황이 자연스러웠고 그래서 내내 설렜다.


오늘은 또 어떤 것들로 하루가 채워지려나. 글을 쓰니 무언갈 계획하게 되고 또 무언갈 기억하게 된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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